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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요?

220324 다움 커리어 인터뷰 질문지 의사 최석재 편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계기와 시기는 무엇인가요?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어렸을 때 길병원 응급실에 실려갔을 때였어요.

초등학교 1학년 때 필통에 붙어 있는 온도계가 오르내리는 게 너무 신기해서 실험을 하다가 

깨진 온도계를 보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맛을 보겠다고 액체를 먹고 동생도 먹인 적이 있어요.

부모님께 발견되어서 급히 길병원 응급실에 가서 위세척을 받았었죠.


그때 위세척을 위해 콧줄이 코와 목을 넘어가던 느낌이 지금도 생생해요.

이후 그 아이가 커서 의사가 되어 길병원 응급실에서 수련받게 되었답니다.


이 외에 의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꾼 적은 없었고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이었어요.

어렴풋이 의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고등학교 들어가서 수능 공부하면서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선생님의 담당 진료 과목은 무엇인가요?
그 과목을 선택하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응급의학과를 전공으로 하고 있어요. 응급의학과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었고 

재활의학과를 선택하고 싶었는데 경쟁에서 떨어졌어요. 당시에는 응급의학과가 지금보다 훨씬 더 

비인기 과였기 때문에 고민하다 먼저 길병원 응급의학과에 들어간 친구들이 좋은 과라고 소개해주어서 

응급의학과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친구들이 좋은 과로 추천해준 것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필요합니다.


친구들이 좋은 과다, 숨은 웰빙과다 라고 했는데 그때는 와닿지 않았어요.

학생 때 인턴 때 보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의 모습은 매일같이 다른 과 전공의와 싸우면서 

어렵게 환자 한 명 한 명 해결하는 또 선배들한테 맨날 혼나는 불쌍한 이미지였거든요.

그런데 의국에 들어와서 지방에 응급센터에 파견을 나가 직접 경험을 해보고 나서야 알았답니다.

응급실에 있는 환자를 입원시켜가기 위해서 여러과 과장님들이 경쟁하기 때문에 잘해준다는 걸.


선택하게 된 응급의학과의 매력 단 한 가지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환자를 진짜 살리는, 환자 앞에서 두려움이 없는 의사가 된다는 것이죠.

응급처치의 가장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에 내 눈앞에서 쓰러진 환자는 어떻게든 살려낸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또 하나는 자유시간이 매우 많다는 것. 2일 일하고 3일 쉬는 방식으로 일하다 보니 여행 가기도 좋지요.


의사가 되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얼마나 공부를 해야 하나요?
이 직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의대에 들어오는 게 우선이죠. 물론 의전원이라는 루트가 있긴 하지만 다시 축소되어 없어지는 추세이고 

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서 의대 입학에 성공하는 것이 국내에서는 유일한 방법이 되어 가고 있어요.

다른 방법으로는 헝가리 의대 등 외국 의대를 거쳐 국내에서 의사국가고시를 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의대를 들어오고 나면 동기 학생들과 힘을 합쳐 매년 학기 수업을 듣고 시험을 통과하고 

국가고시에 도달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의대 합격이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되어요.

그 외에는 미국 드라마 ER을 보면서 아 이런 게 진짜 의사의 모습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선생님께서 의사가 되기 위해 밟았던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저는 고3 때 수능시험을 평소 준비했던 것보다 잘 봤어요. 나름 준비하는 방법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수능시험만으로 특차 입학이 결정되던 때여서 특차로 입학을 하고 싶었는데 

고3 담임 선생님께서 정시 서울대를 무조건 가야 한다고 카이스트 특별전형과 의대 특차 지원서를 

써주지 않는 거예요. 부모님까지 모셔오고 여러 번 상담했지만 결국 설득이 되지 않아서 

고2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써 달라고 했고 그 지원서를 가지고 면접까지 봐서 

카이스트 합격과 가천의대 합격을 동시에 달성했었죠. 

고민하다 결국 의대의 길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갖기 위해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자질,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요?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 보호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업군 이든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하겠지만 특히 의사는 환자에 대한 애정이 없이 

직업인으로서만 존재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가 그 환자와 보호자의 평생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 직업을 갖고 나서 가장 보람을 갖게 되었던 순간은 언제 인가요?


응급실에서 환자를 잘 살려냈을 때 큰 보람을 느끼지만 사실 감사인사를 들을 기회는 별로 없어요.

특별한 경우가 하나 있었는데 글 쓰는 의사로서 감기 증상으로 응급실에 왔다가 

호흡곤란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추가 검사를 시행해 심내막염을 확인하고 전원 보낸 환자가 있었어요.

그 과정을 글로 써서 커뮤니티에 올렸었는데 그 글을 보고 환자 당사자가 감사 편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특별히 뿌듯한 기억이었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의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한 사람이 평생 한 번 겪을 큰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을 하루에도 여러 번 겪게 된다는 것이겠죠.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의 사망 등… 익숙해지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런 과정의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업무 과정 속에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당직근무, 환자와의 트러블 등)


밤에 당직서는 일이 힘들기는 해요. 특히 나이가 들수록 몸에 무리가 오는 일이기 때문에.

환자들도 응급실에 오는 환자는 평생에 가장 아플 때, 안 좋은 일로 오는 것이다 보니 

감사하다는 말은 고사하고 웃으며 인사드릴 일도 많지가 않아요.

그래도 환자는 표현하지 못하시지만 빠른 처치로 환자를 살려냈다는 자긍심으로 일하는 것이지요.


의사로서 하루 루틴을 알려주세요.


응급의학과 의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지 않고 며칠 일하고 며칠 쉬는 식으로 근무합니다.

병원마다 다르지만 지금 근무하는 병원은 낮에 12시간 일하고 밤에 12시간 일한 뒤 3-4일 쉬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 학교도 챙기고 학부형 모임도 참석하고 방송일도 하고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등 

장점이 있는 대신에 밤에 일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고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24시간 동안 하시는 일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오전 8시에 씻고 준비해서 9시까지 출근하면 밤 근무를 섰던 동료와 환자 인계를 받습니다.

밤에 있었던 특이 사항들과 응급실에 남아있는 환자의 정보를 인계받고 전임자를 퇴근하게 해주는 거죠.

이후엔 오전에 오는 환자 바로바로 보면서 입원, 퇴원, 수술 여부 등을 결정하며 진료 보다가 

중간중간 짬 날 때 점심, 저녁식사하고 밤 9시에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를 하면 퇴근하게 됩니다.

다음 근무인 밤 근무 날은 밤 9시부터 아침 9시까지 근무를 하며 응급실을 담당하게 되고요.


이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직업으로서 의사는 사회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정년도 없는 특별한 전문직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의료보험의 특성상 바이탈을 잡는 과, 생명을 다루는 과가 경시되는 현실이 있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짜 의사, 사람을 살리는 의사가 존중받고 일하며 직업적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런 의사, 남에게 도움을 주고 그 자체가 직업인, 일이 그 자체가 봉사인 직업을 갖길 원한다면 

의사라는 직업, 특히 바이탈 잡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져 보길 추천드립니다.


‘바이탈 잡는 의사’라는 언어를 조금 더 쉽게 풀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바이탈을 잡는다 라는 말은 사람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는 4가지 대표 징후, 

혈압, 맥박, 호흡, 체온을 유지시키는 진료를 하는 과들, 

진료 영역이 생명과 직접 관련된 과들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응급의학과 (외과에 신경외과, 흉부외과 포함)를 보통 말합니다.


의사를 꿈꾸는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들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꾸고 간절히 원하면, 그리고 그 꿈을 잊지 않고 느리지만 한걸음 씩 다가가면 

어떤 꿈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그 방식을 잊지 않고 실현하며 살고 있어요. 

여러분도 의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을 향해 느리지만 천천히, 

매일매일 한걸음 씩이라도 걸으며 준비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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