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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료 이용 가이드라인 초안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뢰 22.10.07

1. 응급실에 대한 간단한 설명
- 응급실이란 어떤 곳인지


응급실이란 이름 그대로 응급한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입니다. 1990년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 대량 재난 재해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사회에 응급의학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그 전까지의 응급실은 외래 환자 중에서 상태가 안 좋은 환자가 누워서 진료받을 수 있는 공간 정도의 의미였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수련의(의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대학병원에서 처음 수련하는 의사, 인턴)가 응급실을 담당하고 환자가 오면 환자의 주 증상에 맞는 과 전공의를 호출하는 방식의 진료가 이뤄졌습니다. 그렇다 보니 안 그래도 붐비는 외래와 밀려 있는 수술, 병동 일에 지친 각 과 전공의들이 응급실 환자 진료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고 긴 시간 대기하다 보면 환자가 상태가 더 나빠져 환자를 잃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수련의 만으로는 당연히 악화되는 환자를 지켜낼 수 없었겠죠. 게다가 각 과 전공의가 내려온다 하더라도 기관 삽관이나 인공호흡기 조절, 중심정맥관 삽관이나 흉관 삽관 등 전문적인 응급 상황에 대한 대처가 미진해 환자의 사망 확률이 높았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응급실을 응급의학과 전공의와 전문의가 지키면서 응급 환자의 악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초기 처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개념이 생겼습니다. 현재는 응급실이 그 역할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기관 외 응급실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3년에 한 번씩 센터 평가를 통해서 그 역할에 맞는 시설과 장비,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인증을 해 주는 방식으로 질관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2. 어떤 증상일 때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지
- 대표적인 증상(카테고리별)/응급실을 이용하지 않아도 될 증상


응급실을 이용해야 할 환자의 증상은 무엇일까요? 응급실에 방문해야 할 증상이 뚜렷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남이 보기에 별것 아닌 것 같아도 환자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면 응급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몇 가지는 미리 알고 오시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이번 기회를 빌려 설명 드리겠습니다.


먼저 응급실은 외래와는 진료를 보는 역할이 많이 다릅니다. 간혹 외래에서 받던 약이 떨어졌어요, 외래에서 받았던 시술을 응급실에서 다시 받고 싶어요, 대기 시간이 길어서 검사 빨리 하려고 왔어요 같이 응급실의 역할을 넘어서는 문제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응급실은 응급한 상황을 맞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지 개개인의 낮 일과를 마치고 밤에 진료를 받거나 검사를 빨리 받기 위해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래서 약은 병원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1일에서 3일 정도만 처방이 가능합니다. 외래처럼 몇 주씩 길게 드릴 수도 없고 외래와 같이 다양한 약을 쓰지도 못합니다. 시술도 마찬가지로 응급실에서는 외래에서 하는 시술 대부분은 시행하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검사도 응급실에서는 응급 검사만 가능합니다. 가령 응급실에서는 뇌경색 감별을 위한 응급 뇌 MRI 만 시행할 뿐, 외래에서 예약해서 시행하는 기타 부위의 MRI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응급실은 진료를 하는 순서도 외래와 다릅니다. 응급실은 응급환자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생명에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우선 진료하고 그 외의 환자는 중한 순서대로 보게 됩니다. 가령 응급실 안에 심폐소생술 중인 환자가 있을 때는 모든 응급실 자원을 동원해 심폐소생술을 우선하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비응급 환자의 진료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더 지연되게 되죠. 또한 보호자가 보기에 급한 증상도 의료진 판단에서는 비응급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가령 기침, 가래소리가 심해지면서 아이가 호흡곤란이 있다고 하여 빠른 초기 평가를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확인 결과 산소포화도가 정상이고 빈호흡이 없어 비응급으로 판단하고 잠시 더 기다려 달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이런 경우 초기 평가를 먼저 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슴통증처럼 정말 급한 증상을 의료진이 인지하지 못해서 환자가 위험에 빠지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 외에 중한 환자가 없는 경우엔 경한 환자는 접수 순서대로 봐 드리고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환자 취급 못 받는다고 섭섭해하지 마시고 나는, 또는 우리 아이는 아주 긴급한 응급환자가 아니구나 생각하고 한시름 놓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떤 응급실을 방문해야 할지도 고민될 수 있겠죠? 아무래도 응급실에 오실 땐 급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대형병원 응급실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히려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흉통, 호흡곤란, 의식저하 등 당장 긴급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근처 응급실에서 초기 처치와 검사를 시행하고 적절한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더 안전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병원 별로, 응급실 규모 별로 역할을 제대로 분담하고 있지 못합니다. 환자가 원하기만 하면 대학병원 응급실에 방문할 수 있는 상황이죠. 그렇다 보니 정말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환자가 경한 환자와 섞여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깁니다.


응급실을 이용해야 할 대표적인 증상으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에 명시가 된 부분이 있어 발췌하여 보여드리겠습니다.



응급 증상 기준


1) 신경학적 응급 증상 : 급성 의식장애, 급성 신경학적 이상, 구토, 의식장애 등의 증상이 있는 두부 손상


2) 심혈관계 응급 증상 :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증상, 급성 호흡곤란, 심장질환으로 인한 급성 흉통, 심계항진, 박동 이상 및 쇼크


3) 중독 및 대사장애 : 심한 탈수, 약물, 알코올 또는 기타 물질의 과다 복용이나 중독, 급성 대사장애(간부전, 신부전, 당뇨병 등)


4) 외과적 응급 증상 : 개복술을 요하는 급성 복증(급성 복막염, 장폐색증, 급성 췌장염 등 중한 경우에 해당), 광범위한 화상(외부 신체 표면적의 18% 이상), 관통상, 개방성, 다발성 골절 또는 대퇴부, 척추의 골절, 사지를 절단할 우려가 있는 혈관 손상, 전신 마취 하에 응급 수술을 요하는 증상, 다발성 외상


5) 출혈 : 계속되는 각혈, 지혈이 안 되는 출혈, 급성 위장관 출혈


6) 안과적 응급 증상 : 화학 물질에 의한 눈의 손상, 급성 시력 소실


7) 소아과적 응급 증상 : 소아 경련성 장애


8) 정신과적 응급 증상 : 자신 또는 다른 사람을 해할 우려가 있는 정신장애




응급 증상에 준하는 증상


1) 신경과적 응급 증상 : 의식장애, 현훈


2) 심혈관계 응급 증상 : 호흡곤란, 과호흡


3) 외과적 응급 증상 : 화상, 급성 복증을 포함한 복부의 전반적인 이상증상, 골절, 외상 또는 탈골, 그 밖의 응급수술을 요하는 증상, 배뇨장애


4) 출혈 : 혈관 손상


5) 소아과적 응급 증상 : 소아 경련, 38℃ 이상인 소아 고열(공휴일, 야간 등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운 때에 8세 이하의 소아에게 나타나는 증상)


6) 산부인과적 응급 증상 : 분만 또는 성폭력으로 인하여 산부인과적 검사 또는 처치가 필요한 증상


7) 이물에 의한 응급 증상 : 귀, 눈, 코, 항문 등에 이물이 들어가 제거술이 필요한 환자



출처 : https://www.law.go.kr/%EB%B2%95%EB%A0%B9/%EC%9D%91%EA%B8%89%EC%9D%98%EB%A3%8C%EC%97%90%20%EA%B4%80%ED%95%9C%20%EB%B2%95%EB%A5%A0%20%EC%8B%9C%ED%96%89%EA%B7%9C%EC%B9%99



위의 응급의료법 시행규칙에 나오는 응급 증상이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우리나라 응급실은 응급의료 관리료라는 응급실 운영을 위한 비용을 진료비 외에 추가로 받고 있는데 위의 응급 증상 또는 응급 증상에 준하는 증상에 해당하는 경우 응급의료 관리료의 50%를 의료보험공단이 지불하게 되고 해당되지 않는 경우 관리료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응급의료 관리료는 응급실의 규모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어 있고 매년 물가상승률 수준에 맞게 상승하게 되는데요, 2022년 기준으로 응급센터 등급에 따라 권역응급의료센터는 6-8만원 정도, 지역응급의료센터는 5-6만원 정도, 지역응급의료기관은 2만원 정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3. 응급실을 방문할 경우 사전에 필요한 준비사항(주의점)
- 준비물과 그 이유 등


응급실에 정말 급해서 올 때엔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준비물을 준비해서 온다는 건 아주 긴급한 응급상황은 아니라는 뜻일 테니까요. 다만 응급실을 방문하는 이유 중에 원래 앓고 있던 기저질환의 악화라던지 긴급하진 않아도 주말에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증상이나 충수돌기염처럼 수술이 필요한 질환으로 응급실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으니 준비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준비에 대한 사항은 응급실에 119 구급차로 환자만 실어 보내지 말고 보호자가 꼭 탑승해 달라는 것입니다.


의식이 떨어진 환자나 고령, 기저질환이 있어 본인의 상태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환자는 119를 통해 응급실에 내원하게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문제는 보호자가 집에서 챙길 것이 있다면서 함께 오지 않고 환자만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가 제대로 초기 처치를 받을 수 없습니다. 환자 상태를 잘 아는 보호자가 함께 내원해야 환자의 평소 상태가 어땠는지, 무슨 문제로 응급실을 오게 되었는지, 원래 다니는 병원에서 최근 어떤 검사를 했고 어떤 결과가 나왔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볼 수가 있습니다. 보호자 없이 의식 없는 환자만 내원해서는 응급실 특성상 급히 모든 검사를 빨리 시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평소 상태를 알지 못함으로써 하지 않아도 될 검사가 늘어나거나 환자 상태에 맞지 않는 처치가 시행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암이나 수술력 등 원래 다니던 병원이 있는 기저질환 환자의 경우 해당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인 의료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으로 철저하게 보호되고 있고 환자의 허락 없이는 외부로 유출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에 다니던 병원에서 작성된 의료 정보는 다른 병원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혈압, 당뇨 같은 흔한 만성 질환이 아닌 치료중인 암이나 최근에 시행한 수술 등 원래 다니던 병원이 명확하게 있는 경우는 조금 멀더라도 해당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여 진료 기록에 의거해 응급처치를 받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물론 증상이 심해 먼 거리의 다니던 병원에 방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예외로 가까운 응급실부터 방문해 응급처치를 받고 전원을 가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그 외에 준비해야 할 상황은 입원이 필요할 것 같거나 입원이 예정된 경우, 수술이 필요한 질환이란 걸 알고 있는 경우에는 간단한 입원 준비를 해 오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환자복이 있으니 옷은 필요 없지만 속옷이나 수건, 세면도구는 필요합니다. 병원에 따라 세면도구를 제공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 대부분은 제공하지 않습니다.


만약 수술이 필요한 경우, 예를 들면 충수돌기염을 진단받고 전원을 오는 경우나 손가락 절단이나 인대손상으로 수술이 필요하다 들은 경우는 금식을 유지하고 내원해야 합니다. 응급 수술이나 시술, 조영제가 들어가는 복부 CT 등 검사 시에 금식이 되어야 만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 복용하던 약을 챙겨 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존에 처방받은 고혈압, 당뇨약은 가져오지 않으면 바로 환자에 맞게 조제가 어려워 하지 않아도 되는 주사치료로 조절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원내 감염 방지를 위해 보호자 상주를 제한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응급실은 대부분 의식 있는 성인은 환자만 들어오도록 하고 의식이 떨어지거나 도움이 필요한 소아, 노인만 보호자 1인의 입장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점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4. 응급실 이용절차
- 응급실을 방문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일반적인 내용)


응급실은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접수처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만약 열이 나는 증상이나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했다면 바로 병원 안으로 들어오지 마시고 낮에는 병원 외부에 마련된 호흡기 진료소에 진료받으러 왔음을 전달하시고 밤에는 응급실 원무과에 전화로 전달하거나 보호자만 들어가서 방문 목적으로 말씀하셔야 합니다. 코로나19 문제로 인해 열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는 증상과 역학 조사에 따라 코로나 키트 또는 PCR 검사를 시행해 결과를 확인 후 응급실 내부에서 진료할 지 결정하게 됩니다.


열이나 호흡기 증상으로 내원한 것이 아니라면 응급실 원무과에서 접수를 하고 대기하게 됩니다. 잠시 대기하고 있으면 응급실 간호사를 통해 Triage(환자 분류)를 받게 됩니다. 문진을 통해 어떤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했는지 확인하고 동시에 혈압과 맥박, 체온, 산소수치 등을 파악하면서 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해 KTAS 점수를 받게 됩니다. 이후 대기실에서 대기하게 되는데 응급실에서는 진료 순서가 외래와 다릅니다. 방금 확인한 KTAS 중증도 점수에 따라 1,2,3등급, 생명에 위험이 높은 등급 환자부터 먼저 응급실 내부로 안내되어 진료를 받게 되고 4,5등급으로 위험도가 낮은 환자는 긴 시간 대기 후 진료를 받게 됩니다. 주말과 특히 명절 연휴에는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2-3배 길어질 수 있어 방문하시는 분들의 너른 양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더 안전한 응급실을 만들기 위한 제도이니까요, 긴 시간 대기하게 되더라도 내 증상은 또는 내 가족의 증상은 생명에 위협을 주는 문제는 아니구나, 또는 응급실 내부에 생명에 위협을 받는 환자가 있나보구나 하고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응급실 내부로 들어가면 환자 상태, 또는 증상에 따라 즉시 침상으로 안내되어 누워서 진료를 보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외래에서 진료하듯 의자에 앉아 응급의학과 의사의 문진, 진찰을 포함한 진료를 받게 됩니다.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료 결과에 따라 침상에 누워 수액을 맞으면서 혈액 검사를 할 지, 우선 검사나 처치가 필요한 지 판단을 하고 이에 맞게 응급실 간호사와 구조사를 통해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증상과 상태에 따라 진료 프로세스가 다 달라지고 의료인의 판단에 맡기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관되는 순서를 정할 수 없지만 복통 환자를 예를 들어 설명 드려 보겠습니다. 복통이 심하지만 걸을 순 있는 정도의 환자분이라면 먼저 대기실에서 응급실 내로 들어와 의자에 앉아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받습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디 부위 복부가 아픈지, 구토, 설사, 발열 같은 동반 증상은 어떤 게 있는지 확인하고 같은 음식을 먹은 사람 중 같은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는지, 과거에 어떤 질환이나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 현재 복용중인 약이나 치료중인 질환이 있는지 등을 자세하게 문진 하게 됩니다. 이후 복부 진찰을 위해 침대로 이동해 누워서 진찰을 받게 됩니다. 우상복부, 우하복부, 좌상복부, 좌하복부, 명치부위, 배꼽부위에 압통이 있는지, 반발통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위치와 정도에 따라 검사 범위를 정하게 됩니다.


응급의학과 의사의 머리 속에는 몇 가지 감별진단을 내린 상태입니다. 감별진단이란 이 환자의 가능한 질환의 경우들을 말하는데 확률이 높은 질환부터 그 질환이 맞는지 판단을 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수액을 달고 혈액 검사를 하면서 증상 조절을 위한 약물을 투여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립니다. 보통 혈액 검사 결과가 나오는 데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소요가 됩니다. 혈액 검사에 따라 X-ray 만 촬영할 수도 있고 복부 CT 검사가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복부 CT 검사는 조영제가 필요한 검사여서 혈액 검사 결과를 보고 콩팥에 무리가 가지 않겠다는 판단이 되면 검사를 진행하거나 경우에 따라 환자의 위험도가 큰 경우는 즉시 검사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혈액 검사와 X-ray, 복부 CT, 드물게 응급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복통의 원인이 파악이 되어 감별진단 중 환자의 추정진단이 나왔습니다. 이를 통해 환자가 입원해야 할 지, 증상만 조절 후 다음날 외래로 다시 나와도 좋을지, 즉시 수술을 해야 하진 않는지 판단을 합니다. 만약 입원이나 수술이 필요한 진단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면 증상만 조절하고 수액을 뺀 뒤, 퇴원약을 처방받아 귀가하면서 다음날 외래 진료를 예약하게 됩니다.




5. 응급실 이용 후 특이사항
- 응급실을 이용하고 나서 알아 둬야 할 사항 등


응급실을 이용하고 나서 알아 둬야 할 사항은 퇴원할 때 의료진들이 설명해 드립니다. 가령 퇴원 후 몇 일 이내에 어느 과 외래를 나오시라던 지 응급실에서 간단한 수술이나 시술을 받았다면 감염 방지를 위해 물이 닿지 않아야 하고 드레싱 처치한 곳이 벗겨지면 다시 내원해야 한다는 등 말이죠. 그 중 중요한 알아 둬야 할 사항은 응급실에서 검사를 받았어도 증상이 악화하거나 다른 증상이 나타날 경우에는 다시 진찰을 받아봐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응급실에서 검사를 하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자세한 검사와 치료를 위해서 일반적으로 외래 방문을 권유하고 예약을 잡아드리게 됩니다. 하지만 복통을 예로 들면 응급실에서 검사 후 단순 장염이 추정되어 소화기내과 외래로 진료받으러 나오라는 설명을 들었더라도 증상이 악화되거나 우하복통으로 진행하는 양상이 발생하면 다시 응급실에서 진찰을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입원해서 수술준비를 해야 하는 충수돌기염의 증상을 장염으로 오인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응급실 이용 시 주의해야 할 점
- 응급실 이용과 관련하여 알아 두어야 할 사항이나 폭력 등
해서는 안 되는 행위 및 그에 따른 페널티 등


응급실 이용 시 알아 두어야 할 점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진료 순서가 내원한 순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에 설명 드렸지만 응급실은 응급도 순서에 따라 진료를 보도록 되어 있습니다. 중증도 분류 순서에서 혈압과 맥박, 체온, 의식 상태 등을 평가하고 내원 목적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KTAS 라는 중증도 분류 도구를 통해 등급을 나누게 됩니다. KTAS 1,2,3 등급은 우선 진료를 보고 KTAS 4,5 등급은 나중에 진료를 보는 등 생명에 위협이 있는 증상인지 여부에 따라 원칙에 맞게 순서를 정해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만약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진다면 생명을 위협하는 긴급한 질환은 아닐 테니 가까운 곳에 있는 365 의원을 방문해 의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등 영미권 국가에는 혼잡한 응급실을 대신해 경증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urgent care clinic, 경증 응급환자를 위한 클리닉(이하 급성기 클리닉)이 많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런 급성기 클리닉이 서울, 수도권에 처음으로 소개되어 개원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나라 급성기 클리닉은 365 의원이라고도 불리는데 보통 365일 휴일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료를 합니다. 단순 열상, 찰과상 등 상처 관리부터 기침, 가래, 호흡기 증상과 구토, 설사, 복통 질환도 진찰과 검사가 가능하며 X-ray 와 혈액검사, 수액치료가 가능한 개인 의원의 한 종류입니다. 회사 일로 낮에는 바빠 진료를 받을 수 없었고 저녁에는 외래가 문을 닫아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또는 아이가 아파도 보호자가 일과 시간엔 시간이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경우에도 중증 환자로 혼잡한 응급실을 대신해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으로 보고 있습니다.


진료 시간이 길어져 불편함이 있거나 응급한 환자들을 돌보느라 지쳐 친절을 잃어버린 응급실 근무자들에게 화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는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습니다. 응급실에서 난동을 부려 다른 환자의 진료 기회를 빼앗는 것은 엄연히 정말 응급한 환자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 그 이상의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지만 술을 마시고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에서 이런 상황이 자주 벌어지게 됩니다. 물론 술을 마신 환자도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다던 지 열린 상처가 생겼다던 지 하면 응급실에서 진료가 필요한 환자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응급실의 다른 응급 환자들이 생명에 위협을 겪게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응급의료법 제60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인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고, 중상해인 경우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른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또한 "응급의료를 방해하거나 의료용 시설을 파괴, 손상, 점거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고 되어 있습니다.


실수로라도 술을 마시고 응급실에 갈 일이 생기면 폭언, 폭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용히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법을 떠나서 다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 될 수 있으니까요.




7. 그 외 기타 참고사항 등
- 이용자가 알아 두거나 이용자에게 알려야 할 사항 등


응급실이라는 공간이 혼잡하고 매우 바빠 보이고 중한 환자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경한 증상으로 진료를 받기에 편한 환경은 아닙니다. 앞에 설명처럼 경한 증상의 경우 365 의원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겠지만 꼭 필요해서 응급실을 방문한 경우라면 주눅들지 말고 궁금한 점, 불편한 점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까이 있는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래야 의료진이 예측하지 못한 합병증을 일찍 발견한다던 지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계단을 내려오다 발목이 꺾이는 사고로 응급실을 찾게 되었습니다. X-ray 검사 후 특별한 골절이 없어 발목 염좌를 진단받고 반깁스라고도 부르는 splint를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은 발목에 딱 맞게 splint 가 만들어졌지만 퇴원을 위해 기다리던 중 발목 통증이 점점 심해지며 발가락에 감각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괜찮겠지 하고 귀가했던 환자는 다음날 정형외과 외래에서 뜻밖의 설명을 들어야 했습니다. 부어 오른 발목이 점점 더 부어오르면서 splint 에 눌려 신경에 손상이 가게 된 것입니다. 이럴 때 불편함을 미리 알리거나 귀가했더라도 다시 응급실로 내원했다면 합병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는 안정된 상태라기 보단 급변하는 불안정한 상태의 환자들이 많아 이런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게 됩니다. 갑자기 발생한 우측 편마비 증상으로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가 내원 직전 증상이 풀리면서 온전한 상태로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환자를 진찰한 응급의학과 의사의 권유로 머리 CT 와 MRI를 촬영하였지만 검사 결과 급성 뇌출혈이나 뇌경색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의사는 TIA, 일과성 허혈성 발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하고 입원을 권유하였지만 환자는 현재 증상이 없어 입원은 원치 않는다며 거부하였습니다. 귀가 후 몇 시간 뒤 새벽에 다시 우측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는 편마비 증상이 재발하였습니다. 증상이 재발하면 꼭 다시 내원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번에도 저절로 호전되겠거니 생각한 환자는 응급실 방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환자는 우측 편마비 증상이 지속됨을 확인하고 놀라 응급실을 방문하였습니다. 이미 골든타임인 3시간을 지나 시술은 시행할 수 없었고 환자는 오랫동안 재활치료를 받으며 고생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응급실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뒤라 하더라도 상태의 변화나 악화 시 의료진에게 빨리 그 사실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응급실을 현명하게 활용하셔서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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