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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의사가 말하는 감당하기 힘든 순간, 환자의 사망

스터디언 (전 체인지 그라운드) 채널 인터뷰 준비 4편


Q1. 가장 기적 같았던 환자는 어떤 환자였나요?


제가 본 환자 중 가장 기적 같은 환자는 심장 파열로 심정지까지 갔다가

심장 꿰메는 수술 후 살아서 걸어 퇴원한 환자입니다.

유퀴즈에서 제가 얘기했던 내용인데 보셨나요?


건설 장비 운전사였는데 큰 구조물에 부딪혀 가슴부위를 맞고 떨어져 실려온 자로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다 심정지가 발생해 급히 심폐소생술 하면서 심낭천자술 하고

이후 지켜보다 출혈량이 줄지 않아서 흉부외과 교수님이랑 수술방에 들어갔는데요.

심낭을 열자마자 출혈이 뿜어 나오는데 두 손가락으로 잡아서 꼬매고

유유히 나왔다는 그 사례입니다.



Q2. 가장 안타깝게 사망한 사례 or 가장 감당하기 힘들었던 사례는 무엇인가요?


안타깝게 사망한 사례는 너무 많은데요.

그 중에서 엄마의 우울증으로 6살난 딸의 가슴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하고

본인도 자살하려 했지만 실패하면서 수술받고 살아 남은 사례가 기억에 남고요.


또 복통으로 내원했던 할아버지가 2시간 만에 심정지가 오면서

나중에 보니 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힌 장경색으로 추정되는 상태였는데

보호자들이 교수님 멱살잡고 항의하던 생각이 납니다.



Q3. 환자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의사로서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응급실에서 응급한 질환이나 외상으로 급격하게 진행되는 사망의 경우는

미리 그 상황이 예견되었냐 아니냐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망이 예상되는 상황, 예를 들면 말기 암 환자의 급성 악화 상태라던지

뇌출혈인데 양이 너무 많고 환자 상태도 좋지 않아서 수술을 포기한 경우,

이럴 때엔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보호자의 슬픔을 달래는 일도 중요합니다.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하거나 우울해 하는 상태의 보호자 분들께

당신들은 자식으로서, 또는 보호자로서 최선을 다 하셨지만

어쩔 수 없는 병의 경과로 이런 결과가 오게 된 것이니 자책하실 것 없다는 얘기를 드리죠.


만약 사망이 예상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발생한 상태 악화의 경우는

최선을 다해서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하지만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증 외상으로 의식 없는 환자에게 혈압을 올리기 위해 수혈, 수액치료를 해도 반응이 없다던지

갑자기 심한 뇌출혈이 생겼고 의식은 없는데 뇌간이 눌려 심박동까지 늘어진다던지...

이런 경우에도 보호자가 받아들일 시간이 없어서 많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단호하게 환자 상태를 객관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하지만 최선을 다 해보겠다는 표현을 합니다.



Q4. 응급실 의사로서 이것만큼은 꼭 지키고 있다 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직업적 사명)


전공의 시절 경험했던 몇 건의 가슴아픈 일들이 있어요.


복통, 설사로 내원한 할아버지 수액치료와 혈액검사 오더 내 놓고

다른 중한 환자에 집중하는 사이 환자 심정지가 발생해 다시 리뷰해보니

부정맥에 의한 장간막 동맥 혈전 색전증을 놓친 걸로 추정되었던 일.


갑상선 항진증 젊은 여성 심계항진, 구토 증상으로 내원했는데

당시에 내분비계 응급질환인 갑상선 스톰을 몰라 심정지까지 발생해

환자에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던 일...


그래서 이후로는 조금만 나쁠 가능성이 있는 증상이 있으면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배제하고 작은 가능성까지 설명하는 습관이 생겼어요.


덕분에 30대 초반 젊은 여성이 감기증상으로 응급실 내원했을 때

호흡곤란도 조금 있다는 말에 혈액검사를 권유했고

결과적으로 심근염에 의한 심낭삼출로 대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치료 후

호전되어서 감사 인사를 받은 적도 있었죠.


작은 가능성도 괜찮겠지 하지 않고 설명하고 기록하고 검사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작은 악화 가능성도 놓치지 말고 실수를 줄이는 습관을 들입니다.



Q5. 스터디언 구독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응급센터에서 환자를 보다 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밖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때에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미래를 저당잡힌 채 하루하루 건강까지 잃어가며 살고 있지 않나요?


지금이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함을 느끼는 습관을 가져야 해요.

내가 행복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는 습관을 가져보세요.

긍정적인 마인드가 건강도 찾아줌과 동시에

당신의 미래도 역시 지금처럼 행복해 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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