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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선 Feb 10. 2022

BTS 아미와 암환자의 공통점

프롤로그

- 나 아미래

- 어? 아미(A.R.M.Y) 멤버십 결제했어? 

- 그건 예전에 했고… 나 아미라고

- ?? 그래 너 아미(A.R.M.Y) 왜?

- 아니… 지난주 조직검사 결과가 암(ARM)이라고 유. 방. 암

- …어?? 너 아미(ARMI)라고???

                                      

암 진단을 받은 당일, 절친 a와의 통화 내용 중




팬질, 덕질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단어 '덕통 사고' 

그냥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트럭이 튀어나와 치고 간 것처럼 한 순간에 어떤 분야의 팬, 

덕후의 길을 걷게 될 때 쓰는 말이다. 

줄여서 덕통이라고도 하고, 덕통 사고를 당하는 것을 치인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출처 : 나무 위키


나 또한 우연히 보게 된 ‘18년 멜론 뮤직어워드’ BTS 무대 영상에 아주 세게 치여 BTS의 아미(A.R.M.Y)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암도 비슷했다. 인생 계획에 없던 유방암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왔다. 

암에 걸리고 싶은 사람은 당연히 없다. 어쩌다 보니 암에 치여 암 환자, 아미(ARMI)가 되어 있었다. 


BTS 아미들이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여기서 ‘탈덕’은 덕질에서 탈퇴를 한다는 의미하고, ‘휴덕’은 덕질의 휴식기를 갖는다는 뜻인데, 풀어 설명하면 BTS에 한번 입덕 하면 덕질 활동을 쉬는 기간은 있어도 탈덕은 할 수 없을 만큼 BTS가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암 환자가 되면 보통 6개월 단위로 정기검진을 받게 되고 5년 뒤 암이 없다면 완치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5년 후에도 재발하는 경우가 꽤 있다. (특히 유방암) 그래서 검진 주기가 6개월에서 1년으로 바뀔 뿐 계속 검진을 받게 된다. 최근 한국은 40대 여성이 유방암이 가장 많이 발병하는 연령대라고 한다. 나의 오른쪽 가슴 암을 처음 발견한 나이는 30살, 병원 나이로 29살이다. 평균 나이에 비해 상당히 어린 나이라 할 수 있다. 교육열이 상당했던 부모님 덕에 어릴 때부터 사교육과 선행학습이 익숙한 나였지만, 암까지 선행 학습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선행 학습으로 나는 같은 암환자들 사이에서 더욱 존재감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초음파 검사 대기 명단에는 이름과 나이가 같이 나오는데, 나이 앞자리 4,5,6 사이에서 2의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라 할 수 있다. 차트에 기록된 병원 나이 29살은 교수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나를 20대 암 환자로 포지셔닝 시켜주면서 좀 더 애잔한 시선과 함께 관심을 주셨다. 

물론 선행 학습에 부작용도 있는데, 나를 포함한 어린 나이에 발병한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암 재발 확률도 높다. 예를 들어, 평균 수명이 80살이면 70대 유방암 환자는 남은 수명이 10년이고 30대 유방암 환자는 남은 수명이 50년이다. 50년의 시간이 당연히 길기에 상대적으로 암 재발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쓰고 보니 좀 섬뜩하지만 결국 암은 죽어야 최종 탈덕이 되는 구조다. 허허


*


아무튼 생과 사를 넘나들며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치열한 투병기보단, 어쩌다 BTS 아미와 암 환자가 되어 살아가는 나의 일상과 생각의 기록이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 속 암은 무서운 병이고, 암 환자에 대해서는 생기 없는 아픈 모습들을 떠올리게 된다. 의학의 발전에도 여전히 정복하지 못한 난치병이니 그 인식이 틀린 건 아니다. 아프신 분들도 있으시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포함한 다른 많은 분들이 암 발견 전과 동일하게 회사도 다니고 (야근도 많이 하면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지낸다. 보통 사람들과 똑같이. 


2호선 반 바퀴를 매일 출퇴근 길로 돌고 있는데, 지금 이 지하철 한 칸에 나 같은 BTS 아미도 있고, 암 환자도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평소에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지?라는 궁금증이 있는 사람, 남의 일기장이 궁금한 사람들은 이 글이 조금 흥미롭지 않을까. 더 나아가 덕통 사고 같은 피치 못한 여러 사고를 당했을 때, 이 글로 간접 체험한 것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조심스럽게 희망해본다.




* 아미 ; A.R.M.Y / ‘암이래’ 를 발음 나는 대로 쓴 ‘아미래’에서 아미 ; ARMI

* 앞으로 암환자를 아미(ARMI)라 표현하고자 한다.


 


글과 함께하면 더욱 좋은 BTS 노래♥

BTS MMA 2018 - FULL PERFORMANCE (MELON MUSIC AWARDS)

덕통 사고를 유발했던 무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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