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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May 01. 2018

세상의 마지막에서 세상을 바꾸는 상상을 하다

아프리카의 평범한 사람들이 프로세스 중심의 사고방식을 할 수 있다면?

수혜자 스스로가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제반을 만들어 준다면...?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우르르 모여들어 과일 좀 사달라고 때를 쓰는 아이들. 이제는 부르키나 파소 생활의 익숙한 풍경. 사회복지사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원조를 해줘야 할 수혜 대상, 즉 클라이언트이지만 사용자 경험 중심의 관점에서 언뜻 이런 생각을 했다.

‘저런 식으로 하는 게 부르키나 파소에서는 먹힐지 몰라도, 요즘 같은 시대에 바깥세상에서 누가 알아줄까...?
 그냥 떼쓰는 거지...’

차별화된 전략없이 항상 우르르 몰려다니기  바쁜 고속도로 잡상인들


공산주의 트렌드는 이미 끝났다. 공산주의 정부가 잔존하는 중국과 북한 등의 나라들조차도 국가 지도층의 초점이 공산주의에 맞춰져 있을지언정, 시장의 성격만큼은 자본에 의해 움직인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에 살고 있다. 이곳 부르키나 파소 또한 자본주의 시장이다. 자본시장은 냉혹하다. 자본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철저하게 환경을 조사하고 잘 포장하고 잘 다듬어서 잘 파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그러한 과정을 마케팅이라 한다. 초단위로 급변하는 시장을 대비한 철저한 전략이 없으면 경쟁에서 밀려 결국 죽게 된다. 마케팅 전략이 약할수록 수명을 다할 가능성이 빨라지고 높아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못생기고 무식한 것보다 예쁘고 매력 있는 것에 더욱 충성하고, 그렇게 경쟁에서 밀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명을 다하기 때문이다.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회의감 섞인 의견으로, 수십 년 동안 제3세계를 원조했는데 아직도 그들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한 주장에 있어, 선진국에게 원조를 받는 것이 당연하고 익숙해 보이는 듯한 이곳 부르키나 파소도 예외는 아니다.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받아만 왔기 때문에, 그들 스스로 일어날 힘이 약한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어쩌면 그동안의 퍼주기식 원조로써 그들을 이토록 나약하게 길들인 것 또한 선진국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진국들은 특히 마케팅에 민감하고 잘 발달되어 있다. 이 또한 당연한 이야기다. 자신들의 큰 덩치를 유지하려면 그만큼 많이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거창한 개념의 마케팅이 아니라 할지라도, 전략적 사고방식 자체가 부르키나 파소의 평범한 현지인들에게는 아직 머나먼 세상의 이야기인 듯 보인다. 이제 막 기본적인 산수와 함께 자신들의 부족 언어를 알파벳으로 쓸 수 있을까, 말까 한 평범한 이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또 굳이 못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전략적 사고방식이 꼭 필요하다면 그들의 부족 언어로도 공유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단, 그 뒷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그들을 자극할만한 촉진제가 없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군단급의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 여건상 어렵다면, 비교적 가벼운 프로세스 중심의 방법론들을 현지인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어떠할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언제 어디에서든지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Design Thinking처럼  말이다. Design Thinking, Lean, Agile과 같은 방법론은 활용 분야에 있어 한계를 두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내에서도 NGO 및 벤처기업들이 직접 Design Thinking을 활용한 전략을 세우고, 제3세계에 적정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는 더러 보여왔지만, 원조국의 사회지도층이 아닌, 평범한 이들에게 직접 다양한 방법론을 공유하여 그들 스스로가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도모한다는 사례는 아직 접하지 못했다.

Design Thingking 프로세스 | 사진출처: Flickr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방법론을 공유하자는 나의 의견에, 지금 당장 HoW?  에 대한 살을 조금 붙이자면, 이들과 비슷한 환경에서 솔루션이 됐던 다양한 방법론 활용사례들을 소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함께 ‘작은 것일지라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날까지  현지에 대한민국 대사관도 없는 세상의 마지막, 부르키나 파소. 아무쪼록  현지인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태도가  아닌, 작은 것이나마 프로세스 중심의 전략적인 사고방식을 하고, 나아가 그 전략을 토대로 보다 나은 가치창출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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