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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Apr 29. 2018

디지털 노마드에게 스타벅스는 그런 의미였다.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했던 스타벅스에서 인종차별이라니!

디지털 노마드인 내게 절대적 가치였던 스타벅스


얼마 전, 보보 디올라소에서 축제가 한창이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이 순간을 추억하고자 스마트폰으로 축제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한 행사 Staff가 내게 기분 나쁜 제스처를 보여왔다. '중국인이 무슨 목적으로 축제 현장을 촬영하냐'라고 관중들이 컴플레인을 걸었다는 것이다. 정말 정말 기분이 나빴지만 침착하게 사정을 설명했고 큰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음악축제가 한창이었던 보보 디올라소


인종차별을 논하기 전에, 내려쬐는 와가두구의 태양 아래 산다는 것 자체는 물론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나의 지난 라이프스타일을 되돌아보며 ‘이곳의 생활이 왜 그렇게 힘들까?’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하곤 한다. 한국과 부르키나 파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타벅스의 존재 여부라는 생각이 든다.


시카고를 여행했을 때, 인터넷을 훔쳐 쓰기 위해, 스타벅스 앞에서 서성이던 적이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직원이 밝은 웃음과 함께 ‘커피를 시키지 않아도 좋으니 매장 안에 들어와서 인터넷을 하라’며 말하던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갔었든지 스타벅스에 대한 기억은 항상 좋은 추억밖에 없다. 실수로 노트북에 스타벅스 커피를 쏟아 몇십만 원을 주고 배터리를 바꿨던 것 빼고...  

뉴욕에서 처음으로 마셨던 음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국에서의 평범한 일상은 항상 지루했던 지하철 출퇴근과 함께 했다. 지하철 안에서 급하게 요청받은 디자인 및 영상물 수정,  그리고 보고서 작성 등, 집이 파주였기 때문에 항상 남들보다 스타벅스에 일찍 도착하여할 일을 소화하곤 했다. 물론 스스로가 워커 홀릭은 아니지만 돌이켜 보니 청춘 자체를 그곳에서 살아왔다. 

늘~ 그랬던 것 처럼... 1년 전 오늘도 스타벅스에서 열심히 영상편집 아르바이트를...


부르키나 파소 라이프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과 달리 지루한 지하철 출퇴근 시간을 견딜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출근시간 5분 전, 운전기사 친구가 집 앞까지 찾아와 회사까지 태워주고 일을 마무리짓고 퇴근할 때도 집까지 태워다 주니 말이다. 감사한 날의 연속이지만, 스타벅스에서 남들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한편으론 이곳 생활의 가장 큰 허전함이다. 디지털 노마드로써 스타벅스가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되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디지털 디바이스로 업무를 하는 이들을 일컫는 개념, 디지털 노마드. 물론 분야에 따라 상이할 수 있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수정 요청에 시달려야 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과 영상디자인 베이스인 나로서는 누구보다 확실한 디지털 노마드라고 자부할 수 있다. 사실 디지털 노마드에게 있어 스타벅스는 단순한 커피숍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공간이다.

CHO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몬트리올에 도착한 기쁨을 냅킨에 적었던 추억


“스타벅스나 다른 커피숍이나 다 거기서 거기 아니야?”
사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할 때도, 동영상 편집을 하며 해외여행 경비를 모을 때도, 인턴기자 활동을 할 때 퇴근길 급하게 수정 요청을 받았을 때도... 스타벅스는 힘들고 치열하게 달려온 내 청춘의 일터이자 안식처라 할 수 있지만 와가두구에서 그 안락한 존재를 완벽히 대체할 공간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혹자는 부르키나 파소에 상대적으로 외국인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는 스타벅스가 생긴다면 테러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낭트의 아름다운 추억 한조각  

얼마 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 앉아 있던 흑인들에게 경찰이 출동해 수갑을 채운 황당한 스캔들이 있었다. 미국보다 모든 것이 부족한 부르키나 파소에서도 피부색이 다른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우면 씌웠지 단순히 카페에 앉아있었다는 이유로 경찰이 수갑을 채우진 않는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색 이전에 인간 자체에 대한 존중은 어디서든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 싶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동양인이 서아프리카의 한 축제 현장을 촬영한다는 이유로 행사 관계자에게 지적을 당한 것처럼 말이다.

 

하노이에서 인터넷이 제일 잘됐던 스타벅스, 덕분에 긴급했던 업무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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