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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Apr 24. 2018

아프리카 모기가 진짜 무서운 이유 [말라리아]

ft.아프리카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나요?

아프리카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나요?


그토록 해외여행을 다녔지만 한 번도 에이즈나 말라리아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댕기, 황열 같은 질병들은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방문했던 거의 모든 여행지는 깨끗하고 좋은 환경으로 소문난 북미, 서유럽 등이었기 때문이다. 설령 외국에서 모기에 물렸더라도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말라리아에 대한 위험군이 있었다면 내 집이 있는 파주가 아닐까 싶다. 파주는 북한과 접경지대이기 때문에 말라리아 위험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파주시민이 헌혈을 할 때는 항상 전혈보다 2~3배 정도의 시간이 더 소요되는 혈장헌혈만 가능하다. 하지만 파주에 몇십 년을 살면서 말라리아를 겪어봤다는 주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부르키나 파소로 떠나기 직전, 아프리카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친구의 걱정 아닌 걱정이 기억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프리카 모기에 물리면 에이즈에 감염될 수 있다는 풍문은 근거 없는 낭설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전체 에이즈 보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사실이지만, 단순히 모기를 통해 에이즈가 확산될 것이라는 생각은 명백한 오판이다.

피를 빨아먹고 있는  모기 | 사진출처 Pixabay.com  


물론 에이즈는 아니지만, 아프리카 땅에서 말라리아, 뎅기, 황열 등의 각종 질병이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 건 사실이다. 서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대부분의 모기들은 기본적으로 말라리아, 뎅기, 황열 등의 병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가장 좋은 방법은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에서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 땅에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땅을 밟기 전에는, 국제기구의 보고서 등으로만 접했던 아프리카 대륙의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해서 그렇다더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지만 당시 현장 경험이 없었기에 피부에 와 닿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그 이유들을 실감하고 있다. 부르키나 파소만 예를 들더라도 도시에서 조금만 벗어난 촌락들은 흙을 빗어 만든 초라한 집에, 그것도 맨바닥에서 사람과 동물이 뒤엉켜 생활을 하여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 게다가 그렇게 생활하는 대부분의 가정이 모기향이나 모기장을 활용할 일도 없을뿐더러 상대적으로 의료시설 및 관련 약품 보급 인프라가 취약하기에 제때 대응을 못해 병을 키우고 특히 노약자 계층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와가두구 공항에 처음 도착해 입국카드를 쓰면서 모기에 물린 기억이 난다. 부르키나 파소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모기에 노출된 것이다. 부르키나 파소는 모기가 서식하기 참 좋은 환경이다. 와가두구 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하수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하수도 물이 고여있고 이는 누가 보더라도 모기들이 배란을 하기 정말 안락한 공간으로 보인다.

누가봐도 모기들의 안식처로 느껴지는 집근처 하수도의 모습  


특히 요즘처럼 이른 오전 평균 30도, 오후 평균 40도를 웃도는 와가두구의 날씨에서는 모기들의 활동하기 안성맞춤이지 않을 수 없다. 집안에서는 모기장, 모기향 등으로 어느 정도 예방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집 밖을 나가는 순간 언제 어디서든지 모기에 물릴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된다.

다시 말해, 이 땅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기에 물릴 수밖에 없고 말라리아에 감염될 수밖에 없다. 말라리아의 잠복기는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빨리 나타날 수도 천천히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말라리아 증상이 덜 나타나려면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야 한다고 한다. 개인적인 경험상,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은 어느 날 갑자기 유난히 피로가 몰려오다가 마치 누군가 내 몸에 불을 지피는 듯 순식간에 온몸에 열이 나는 고열과 두통, 속 메슥거림 등을 겪었는데 몸의 이상 기운이 느껴졌을 때 곧바로 말라리아 약을 복용해야 병을 초기에 진압할 수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말라리아를 초기에 진압하지 않으면 경우에 따라 심각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참고로 부르키나 파소에 있는 보편적인 말라리아 약은 Artefan과 Efferalgan이 있고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한번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설령 중간에 상태가 호전될 지라도, 3일 치 분량을 끝까지 복용해야 한다.

한국처럼, 감기에 감염된 것이라 생각하며 빨리 약을 복용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조건 병을 키우는 것이라고 모든 현지 교민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실제로 말라리아에 대한 기본지식 없이 단기간 부르키나 파소를 방문해, 말라리아를 가벼운 감기로 생각하고 방치했다가 결국 사망에 이른 외국인들의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상 증상이 느껴지는 즉시 병원에서 (한화로 약 3,000원 정도 하는) 관련 검사를 받고 이에 따라 처방되는 약만 제대로 복용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제때 조치하지 못 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말라리아.

말라리아 검사 영수증


선진국에게는 가벼운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 어딘가에는 열악한 환경 탓에 모기에 물려 죽는 이들이 있다. 4월  25일은 아프리카의 말라리아 예방 및 관련 정보를 알리는 취지의 ‘아프리카 말라리아의 날’이다. 이 땅을 밟기 전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던 아프리카의 모기와 말라리아를 막상 직접 겪어보니 현지에서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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