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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Apr 10. 2018

서아프리카에서 세입자로 산다는 것

한국과는 다른 월세방 빼기

집주인 기분에 따라 좋게 풀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기니의 수도, 코나크리에 사는 마마두 씨는 5년 동안 평범한 아파트에 세를 얻어 살고 있는 세입자이다. 하지만 처음 80만 프랑 기니에서 시작한 월세는 현재 200만 프랑 기니가 되었다. 마마두 씨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감당할 수 없는 월세 때문에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를 만나 상담을 받아봤지만, 코나크리의 부동산 시세 자체가 너무 많이 올라 선뜻 이사를 가기도 버겁다. 월세 때문에 장기대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마마두 씨만 겪는 것이 아니다. 집주인이 부르는 월세가 곧 법이 되는 나라, 기니. 오늘날까지 기니에는 전세를 제한하는 관련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르키나 파소의 주거계약서


기니 사회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언급하는 자체가 금기시된 사항일 정도라고 하니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탄원을 수렴하고 관련 법률을 바꿔야 하는 기니 사회의 주요 고위공직자들이 주로 부동산으로 부를  많이 축적한 집주인들이다 보니 당연히 관련 법률이 혁신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평범한 세입자들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수의 사회 지도층은 더욱 쉽게 부를 부풀리고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월급은 거의 고정값이다 보니 당연히 갈수록 삶이 각팍해질 수밖에 없다.

부르키나 파소의 주거계약서


많은 이들이 가난하고 없었던 우리 부모님의 시절, 집 없는 서러움과 고통을 겪어서 일까? 아직 우리나라에서도 동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더욱 큰 가치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집주인 마음대로 불과 몇 년 사이에 월세를 3배 이상 올리는 것은 명백히 일반적인 관례가 아니다. 5년 전, 한국의 자취방에 살았을 때,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며 집주인에게 연락하자마자 몇천만 원에 달하는 전세 보증금을 바로 송금받은 일이 있었다.


부르키나 파소에서도 한국식으로 느닷없이 전화해서 방 빼겠다고 하면 즉시 처리가 되기를 기대했지만 그건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부르키나 파소에서 월세방을 빼려면, 아무리 급한 개인 용무가 있더라도 최소 석 달 전 집주인에게 ‘내가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데 집을 빼도 괜찮겠니?’는 제안 형식의 연락을 취해야 한다. 집주인과 구두로 합의가 되면, 반드시 최소 석 달 뒤에 집을 뺀다는 공식 문서를 작성하고 집주인과 세입자, 상호 간의 사인을 받는다. 전화나 문자 등의 구두합의는 녹취록, 문자 내용 등의 물증이 있어도 법적 효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니, 반드시 공식 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부르키나 파소의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


시간이 지나 이사를 갈 때가 됐을 때,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이 설령 내 것 이더라도 반드시 집주인에게 철거 허락을 받는다. 집주인이 허락하면 그때 기술자에게 요청하여 에어컨을 철거한다. 협의 없이 먼저 가전제품을 철거하는 행위는 집주인에게 엄청난 실례이다. 집을 빼는 달에는 통상 30일 중에 10일 정도를 남겨놓고 집을 빼는 것 또한 일반적인 관례이다. 한국식과 부르키나 파소식에서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세입자가 얼마나 살았든지 간에 집을 나갈 때 새롭게 페인트칠을 해주고 집을 비워주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관례라는 것이다. 페인트칠 값과 내부수리비등의 금액을 집주인이 요구하는 만큼 보증금에서 차감한 후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내 스스로가 페인트칠을 하고 내부 수리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간, 집주인이 티클만 한 사소한 것 하나하나 딴지를 걸어 수리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최대한 집주인의 기분에 맞춰준다.

부르키나 파소의 주거계약서


기니처럼 세입자가 절대적 을의 입장은 아니지만, 집주인 기분에 따라 좋게 풀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부르키나 파소에서 이사하기. 처음에는 한국식으로 즉시 처리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아, 집주인에게 따지는 식으로 대꾸하기도 하였지만, 그런 행위 자체가 매우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것과 단지 문화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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