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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Apr 10. 2018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아이들을 생각해!

당신은 각오된 부모님인가요?

오직 아이를 위해 일을 해

"아빠, 저도 우주비행사가 되어서 달나라에서 지구를 보고 싶어요! 하지만 불가능하겠죠?"

"왜 그렇게 생각하니? 우리의 선배들이 벌써 몇십 년 전에 다녀왔잖아! 너도 충분히 할 수 있어!"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실제 아폴로11호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에 갔을 때 우연히 듣게 된, 실제 임무를 수행한 아폴로를 보며 달나라 여행을 꿈꾸던 한 소녀와 아버지의 대화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장 부러웠던 순간이었다. 자녀가  우주비행사를 꿈꿀 때 과감하게 그 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줄 수 있는 한국의 부모님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자녀의 희망 진로와 상관없이 안정적인 직장이나 연봉 높은 직장을 우선 강요하는 게 보편적인 우리나라 부모님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경에 따라 자녀의 꿈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어떤 아이는 일찍이 세상을 바꾸는 이노베이터가 되기를, 또 어떤 아이는 단 하루만이라도 사교육에서 벗어나기를, 또 어떤 아이는 지금 당장의 굶주림을 해결하길, 또 어떤 아이는 단지 전쟁의 포화 속에서 무사하기를 꿈꾸고 있을 것이다. 꿈이라는 것은 각자의 환경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고 꿈의 가치는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몇년 전, 인도네시아에서 전통차를 팔며 힘겹게 생계를 유지하던 한 가장이, 스마트폰이 없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했다는 딸을 위해 전재산을 털어 최신 스마트폰을 사줬다는 이야기를 접한 바 있다. 딸의 자존심을 위해서 전재산을 탕진해야 했을 때, 가장의 입장에서 과연 일말의 고민 없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을까? 당장의 생계부터 시작하여 수없이 많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결정한  물리적인 최선이자 최고의 결정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 현지의 한 지방도시를 갔어야 했던 일이 있었다. 끝없이 펼쳐져 이글이글 피어오르는 도속도로에서 망고, 파파야, 바나나 같은 과일부터 시작해서 살아있는 닭까지... 제발 하나만 사달라며 애타는 심정으로 운전자들에게 주전부리를 파는 잡상인들. 그런데 그 잡상인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그 시간에 학교에 있었어야 할 아이들이었다. 국제개발협력분야 논문자료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최소한의 교육권을 박탈당한 아이들이었다.   

과일을 사달라고 재촉하는 잡상인 아이들


물론 그 지역사회의 가장들에게 있어 당장 눈앞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옵션이 많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부모의 강요 이전에 본인이 스스로 자원해서 고속도로 잡상인이 된 이들이 몇이나 될까? 결국 그들의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뛰어놀기 좋아하고 장난기 충만한 이들이 아닐까?

장난기 많은 현지 아이의 모습


"부르키나 파소에서 전기가 끊기면 느긋하게 잡담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전기가 없던 시절에도 촛불을 켜가며 다른 일을 찾아서 했어. 그 이유가 뭔지 알아? 그들의 자녀 때문이야. 아시아든지 아프리카든지 일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하지만 다른 대안책이 없을 때, 작은 일을 하든지, 큰 일을 하든지, 너 자신만을 생각하지 말고 오직 아이를 위해 일을 해. 지금 당장 어렵고 안 좋은 것들이 있으면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우리의 후배 세대를 상상해. 그런 부모들의 노력이 모여서 지금의 한국이 된 거야"


현지인들을 만나 한국의 경제성장을 논할 때, 자녀만을 바라보며 온갖 풍파를 견뎌 온 우리 부모세대를 예시로 들곤 하는데 아직까지 '아이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내 의견에 반박하는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전재산을 털어 스마트폰을 살 지언정 자녀의 자존심을 지켜 주는 것처럼, 지금 당장 내 주머니가 빈털터리가 될지언정 자녀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면, 또한 느긋하게 잡담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성실하게 움직여서 내 아이가 알파벳 하나라도 더 볼 수 있게 해야겠다'는 각오가 되는 날이 온다면, 언젠가는 부르키나 파소의 부모들도 우주비행사가 되어 달나라를 다녀 올 꿈을 꾸는 자녀를 존중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달나라에서 지구를 바라본 모습, 시카고 과학산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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