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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진이 Apr 09. 2018

방송에서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를 거부합니다"

우리는 뉴스 안 믿어, 뉴스에서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부르키나 파소와 한국은 참 많은 부분이 닮았다. 특히 강대국의 식민지였다는 점과 독립 후, 장기 독재 집권으로 인해 공영방송과 언론이 제 역할을 못했고, 수십 년에 걸쳐 독재 집권 세력의 입맛에 따라 권력의 목소리만을 대변했었다는 역사적 공통점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수십 년 전에 군부독재를 물러나게 한 우리로써는 영화에서나 접할 법할 정도로 멀리 느껴질 수도 있지만 독재정권을  무너트린 지 5년도 채 되지 않은 부르키나 파소의 많은 현지인들은 아직도 언론과 방송의 목소리가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권력자의 입맛에 의해 조종되고 있노라 믿고 있다.

부르키나파소의 한 일간지


대중이 공영방송을 신뢰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러운 일이다. 본디 성숙한 공영방송의 역할은 권력의 입맛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대중의 목소리를 모아 공개적으로  개방하는 데 있다. 대중들은 여전히 메스미디어에서 얻은 수많은 정보를 통해 생각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이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역할을 할 때 비로소 성숙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대중이 공영방송을 믿고 존중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르키나 파소나 한국의 대중이 공영방송을 믿고 존중해주는 것이 다소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꿈만 같은 이야기를 실현시키고 있는 곳이 있다.



 "Le non de No Billag"

 지난 3월 초, 스위스에서는 공영방송-라디오 수신료 폐지 법안을 두고 국민투표가 진행됐지만 71%의 국민들이 수신료 폐지를 반대했고 이는 관련 법안의 부결로 이어졌다.


다양한 언어권이 공존하는 스위스에서는 연간 400유로 이상의 공영방송 수신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유럽에서 가장 비싼 금액으로  알려져 있다. 불어권을 위해, 독일어권을 위해, 이탈리아어권을 위해, 로망슈어 등의 소수 국민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위해 더 많은  방송을 만들어야 하니 수신료가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때문에 스위스 의회에서는 "국민들의 수신료 부담을 줄이고 상업 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자본시장에 맡기자"는 목소리가 있었고 국민투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다른 언어들로 말을 해"라고 쓰여진 스위스 국립박물관 전시물


하지만 공영방송을 줄이고 방송을  자본시장에 맡기는 것에 반기를 든 것은 정작 수신료를 부담하는 스위스 국민들이었다. 비록 방송 콘텐츠가 덜 자극 적더라도 자본의  힘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헤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정보의 독립성과 품질을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시 여기지는 지구촌의 가치와 이렇게 연결된 세상을 신뢰하는 대중의 가치가 반영된 것이기도 합니다"
 - '장 미셸 시나' 스위스 방송 조합 회장


물론 지구촌 각 나라의 사정은 모두 다르겠지만, 분명한 점은 자본의 힘에 의지해야 하는 방송은 자연스럽게 돈의 흐름을 우선으로  따라가게 되어있기에, 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내 자극적인 사건사고를 끊임없이 적나라하게  보도하는 미국 방송사들의 현실을 비판한 마이클 무어의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의 메시지도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값비싼 수신료를 계속 지불해도 좋으니 자신들의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는 스위스의 대중들. 그들의 공영방송을 신뢰하고 존중하는 이유는 본디 민주주의 국가의 공영방송으로써 충실하게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아직은 TV보다 라디오가 익숙한 부르키나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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