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나요? 그건 각자 해보기 바랍니다. 대신 오늘은 우리의 마음 구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비유적으로 말이죠. 마음은 순간순간 끊임없이 변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속에 보이는 것이 다 같은 종류의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도대체 마음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또 그것들은 어떤 식으로 마음을 만드는 걸까요? 중학교 과학 시간에 배운 개념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마음은 원유와 같은 액체 혼합물입니다. 욕구, 감정, 생각 등이 여러 비율로 섞여서 순간순간의 마음이 됩니다. 서로 매우 복잡하게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액체 혼합물을 분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증류입니다. 물질마다 끓는점이 다르니까 서서히 가열해서 하나씩 기체로 분리해 낸 다음 각각을 다시 액화시키는 것입니다. 원유를 분리하는 증류탑이 있습니다. 마음에 있어서 끓는점이 낮을수록, 즉 증류탑에서 높은 곳에 있을수록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이제 마음을 증류해 보겠습니다.
마음의 증류탑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것은 지각입니다. 가장 노력이 없어도 되는 것이죠. 지각은 감각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환경을 파악한 것일 수도 있고 자기 몸의 상태를 파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각은 보통 크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순간순간 계속 이루어집니다. 다음은 욕구입니다. 지각한 것을 토대로 몸이 지향하는 것입니다. 위가 비어있는 느낌이 우리가 먹을 것을 찾게끔 하죠. 다음은 감정입니다. 환경에 대한 몸의 반응을 해석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포영화를 보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입니다. 물론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사람은 없겠죠. 다음은 직관입니다. 뭔가를 접했을 때 딱 받는 느낌이나 떠오르는 것입니다. 좀 더 의식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게 왜 떠올랐는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듭니다. 다음은 상상입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언어 표현이나 장면 등을 떠올리거나 이리저리 섞어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언어로 표현된 것을 떠올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게 있겠네요. 다음은 사고입니다. 사고는 언어로 표현되는 논리적인 것입니다. 가장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이죠. 대표적인 것이 추론입니다. 귀납 추론 같은 경우, 검은 백조가 있다는 사실까지 신경 쓰려면 애를 많이 써야겠습니다.
길게 한번 마음을 증류해 보았습니다. 마음은 위에서 말한 것들이 여러 비율로 섞여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이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닌 거죠. 또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욕구가 사고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상상이 감정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것처럼요. 마음이 일종의 혼합물이니까요. 치과에 사랑니를 뽑으러 갔다고 합시다. 매우 복합적인 마음이 들 것입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 내 입안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상상, 사랑니를 뽑는 방식에 대한 사고 등이 섞여서 그 순간의 마음이 됩니다. 또 그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죠.
물론 위에서 말한 것들이 전부는 아닐 수 있습니다. 사이사이 어딘가 우리의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중간의 것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직관과 상상 사이의 그 무언가라든지요. 또 증류되는 순서도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구조가 대충은 저런 식일 거라는 상상이 새로운 기여를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의 지저분한 생각이 좋은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