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뻔한 행복 말고

by 인문학도 최수민

어쩌면 인류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은 아주 오래전부터 삶의 목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인류가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행복해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전에 행복이 무엇인지부터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또 사람마다 행복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행복은 많은 경우에 어떤 이상적인 상태로서 여겨집니다. 화목한 가정, 부유한 재산, 원만한 인간관계, 뚜렷한 성취 등을 갖춘 이상적인 상태로 말이죠. 하지만 이상은 이상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경험을 통해 이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방해받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괴로움, 갈등, 가난, 무지 등이 주요 방해꾼들이죠. 행복은 단순히 기분에 관한 상태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기분이 좋은 상태 아니면 기분이 나쁘지 않은 상태 정도로 말이죠. 기분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합니다. 기분이 안 좋아지는 순간이 안 생길 수 없습니다. 그런 행복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행복의 개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행복이 어떤 이상적인 상태나 기분에 관한 상태라기보다,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나의 과거 전체가 주는 현재적, 주관적 의미를 파악한 상태입니다. 쉽게 말해, 즐거울 때도 있었고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다 자기한테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는 것이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바로 행복입니다. 어쨌든 그런 상태가 기분을 좋게, 적어도 나쁘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결국 기분이 핵심 아니냐 물을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기분이 좋든 나쁘든 앞에서 말한 그런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면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분은 딸려 오는 것이고 쉽게 변하는 것입니다. 핵심은 과거가 주는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지입니다.


행복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기억입니다. 자신의 과거를 최대한 온전히 기억할 수 있어야 그 의미 또한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억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일들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합니다. 과거를 온전히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의 부정적인 일들이 부각되기 쉽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일들만 기억하기 쉽습니다. 그에 비해 좋았던 일들은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행복해지기 힘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전략이 따라 나옵니다. 행복해지고 싶나요? 자신의 과거를 열심히 뒤져 보세요. 어릴 때 찍은 사진들, 어릴 때 썼던 글들, 어릴 때 만들었던 작품들, 어릴 때 입었던 옷들 같은 거 말이죠. 나아가 1년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한 달 전에 어딜 갔었는지, 어제 뭘 했는지 찾아보세요. 간직하고 자주 보세요. 안 좋았던 일들뿐만 아니라 좋았던 일들까지 최대한 온전히 기억하세요. 그것들 전체가 지금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주었는지 파악하세요. 그것이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일 것입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도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저도 즐거울 때가 있었고 괴로울 때가 있었겠죠. 가장 즐거웠던 때라고 하면 중학교 1학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이랑 관계도 좋았고, 성적도 좋았고, 여가 시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때라고 하면 고등학교 2학년 때가 기억이 납니다. 스스로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고, 그래서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친한 척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싫어했던 거죠. 저의 과거 전체가 주는 현재적, 주관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하나만 말하자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스스로 가장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학교에서 들은 여러 수업들, 내 생각에 대한 누군가의 반응, 괴로울 때 했던 자신에 대한 고민.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저는 저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저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은 '나의 과거 전체가 주는 현재적, 주관적 의미를 파악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의는 첫째, 행복을 덜 유동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게 합니다. 행복을 현재 자신의 기분에 따라 쉽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해 자신이 견지하는 관점에 달린 것으로 보는 것이죠. 둘째, 행복에 있어서 객관적 요소, 주관적 요소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좋은 의미를 얻으려면 우선 객관적으로 좋은 과거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좋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그로부터 주관적으로 좋은 의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 행복에 있어서 중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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