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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주의해야 할 정치적 태도

by 인문학도 최수민

내 또래들 사이에서 정치는 언제나 유머의 소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정치를 활용한 유머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정치색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방송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왼쪽이냐 오른쪽이냐 물으면서 상대를 곤란하게 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정치인과 관련된 것이다. 특정 정치인을 성대모사하거나 그와 관련된 사건, 그의 외모 등을 가지고 온갖 조롱과 말장난을 한다. 이런 식으로 내 또래들에게 정치는 늘 가벼운 것일 뿐이었다.


충분히 그럴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선거권이 없었다. 투표도 못하는데 정치를 진지하게 바라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투표를 못한다고 해서 꼭 그런 것은 아니다. 4·19혁명 때는 초등학생들도 시위에 참여했으니 말이다. 둘째, 사회가 비교적 안정적이다. 모든 사람이 정치에 진지하게 임해야 할 만큼 먹고살기 힘들거나 나라가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번 계엄 때문에 독재국가가 될 뻔했지만 말이다. 셋째,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았다. 소득세를 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국가의 영향을 체감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치의 영향을 체감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내 또래들에게 정치는 진지한 주제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기가 온 것 같다. 문제는 정치에 대해 진지하게,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때마저도 가볍게, 비합리적으로, 거칠게 접근하는 것이다. 정치를 유머의 소재로 써먹을 때의 습관이다. 물론 정치는 좋은 유머의 소재이고, 유머의 소재로 쓰일 때는 진지함이나 합리성, 신중함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명의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할 때마저도 가볍게, 비합리적으로, 거칠게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안 된다. 정치를 유머로 접근할 때와 정치를 정치로 접근할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


이를 정치적 입장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누구나 정치적으로 좌우 스펙트럼 위에서 자신의 입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할 수 있다. 같은 정치적 입장이라 해도 지지하는 대상이나 지지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다. 또 정치적 입장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다. 하지만 관련된 비합리적인 태도들이 있다. 첫째, 여러 선입견을 뒤집어 씌운다. "너 그쪽이면 OOO 좋아하겠네?" 이런 식이다. 어떤 대상을 지지한다고만 했는데 맹목적인 지지자의 이미지를 씌우기도 한다. 둘째, 자신의 입장과 대립되는 입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이 특정 정치적 입장을 선택했듯이 상대에게도 그럴 자유가 있는데 말이다. 셋째, 정치적 입장을 갖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본다. 좌면 좌라서 우면 우라서 이상하게 본다. 우선 상대의 정치적 자유도 존중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중립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중립 또한 하나의 정치적 입장인 것 아닌지, 중립의 비전은 도대체 무엇인지 의문이다. 이런 태도들은 정치색 가지고 농담 따먹기 할 때나 하는 거지 진지하게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다.


정치적 입장뿐 아니라 정치 전반에 대해서도 이런 비합리적인 태도를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정치에 대해 가볍고, 비합리적이고, 거칠게 접근하는 것이 어떻게 사회 혼란을 가져오는지 극우 세력을 통해 눈으로 확인했다. 이런 태도는 정치 가지고 농담할 때에나 그쳐야 한다. 그리고 농담도 정도껏 주고받아야 한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조롱이 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한 명의 유권자이자 시민으로서 진지하게, 합리적으로, 신중하게 정치에 접근할 줄도 알아야 한다. 함께 노력해 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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