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속 재미코드
90년대생의 특징은 삶 속에서 재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90년대생을 보다 깊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소비하는 콘텐츠를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처음 유튜브에서 먹방(먹는 방송)을 보며 ‘뭐 저런 방송이 있나’ 싶었다. 그러더니 곧 지상파 TV에도 먹방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기성세대들은 남이 음식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상황이 실없어 보이고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날카로운 상상연구소 김용섭 소장은 “먹거리는 90년대생이 가장 쉽고 저렴하게 재미를 소비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과연 90년대생에게 음식은 어떤 의미일까? 그들에게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본능적 욕구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다. 맛집 투어와 먹방은 음식이라는 삶의 기본적인 요소에 재미를 더한 콘텐츠다. SNS 먹방 채널만 수만 개 이상이 개설되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사람들은 먹는 소리 ASMR에 식욕을 자극받고 이색 비주얼에 대리만족을 느낀다. 음식은 점점 심심한 일상을 파고든 차별화된 콘텐츠로 확대되고 있다.
재미가 있으면 SNS를 통해 소문이 퍼지고 유행이 된다. 그 사례로 비빔면 돌풍을 일으킨 ‘괄도 네넴띤’이 있다. 괄도 네넴띤은 ‘팔도비빔면’을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 바꾼 이름이다. 특유의 매운맛과 톡톡 튀는 브랜드 네이밍으로 대박을 만들어 냈다. 500만 개의 한정판이 한 달 만에 동이 날 정도였다. 장난스럽게 선보인 음식일수록 반응 뜨겁다. 90년 대생들은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며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표 디저트 마카롱이 한국에서 두꺼운 속재료로‘뚱카롱’으로 변신했다. SNS 인기를 타고 뚱카롱 전문점이 최근 1~2년간 대학가 인근에 우후죽순 생겨났다
괄도 비빔면(팔도비빔면), 댕댕이(멍멍이)’,‘띵작(명작)’처럼 단어를 비슷한 한글로 바꿔 표기하는 ‘야민정음(한글 자모를 비슷한 것으로 바꾸어 표기하는 것)’은 90년대생이 즐겨 쓰는 언어유희다. ‘Latte is a horse’ 직역하면 "라테는 말이야". 도 일종의 언어유희다. "나(라) 때는 말이야"라는 발음을 이용해 어른들의 대표적 표현인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고 있다. 언어유희는 때로는 수준 높은 풍자를, 때로는 가벼운 말놀이로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불만족스러운 현실도 살짝 비틀어서 즐기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톡톡 튀는 감각이 더해져 여러 분야에서 독특한 풍자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최근 90년대생 이후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힙합 문화다. 힙합은 기존 가요에서 접할 수 없는 풍자적인 랩을 통해 상대를 비꼬거나 비판을 한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며 요즘 젊은 세대의 솔직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사회비판 랩이 대표적이다.
아파도 청춘이라더니 아픈 만큼 성장한다더니/결국 그냥 참으라는 소리 하려 그랬을까/ 아프면 청춘이라더니 진짜 아파서 아프다고 말했더니 /결국 그냥 가만히 있으래 그냥 가만히 참고 있으래/ 아프면 환자겠지 그게 무슨 청춘이야 (래퍼 디지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중) 요즘 청춘은 아파도 너무 아프다. ‘네 꿈을 펼쳐라’, ‘무조건 인내’하라는 식의 꼰대적 관점으로 청년 문제를 바라보지 말라는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들에게 재미는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이다. 때로는 공익 활동이나 캠페인같이 생산적인 일로 진보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2019년 여름, 일본 아베 정부의 무차별적 경제 도발은 젊은 세대의 반일 감정을 뜨겁게 달구었다. 인스타그램이나 SNS 에는‘#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해시태그가 점령했다. SNS의 해시태그 운동을 주도한 세대는 다름 아닌 2030 세대였다. 프로필 사진에 No-Japan 배너를 걸어 공유하고, 유튜브에서는 일본에 항의하는 영상이 릴레이로 올라왔다. 자신의 SNS에 여행 취소 인증숏을 올리는 등 자발적인 불매운동이 놀이문화처럼 확산됐다.
과거 대한민국의 역동기 시대에는 정치, 사회적인 부조리에 대응하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과격한 요소가 있었다. 그에 비해 광장 문화에 익숙한 90년대생들은 정치나 사회 문제의 무거움 마저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대응하지 않는다. 가볍고 재치 있는 언어로 풀어서 갑갑한 현실을 해학적, 풍자적으로 덜어낸다. 이것이 바로 90년대생들의 특별한 재미 코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