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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플로거 Dec 22. 2022

나의 그린 기린 그림

플로깅 79번째 

북아현동 가는 길 

                               지보이스 


북아현동 가는 길 

늘 그런 풍경

미끄러질 것만 같은 

고가도로 지나서 

캄캄한 굴레방다리 

길 모퉁이 성당 지나면 

또 하루를 살아낸 목쉰 웃음소리      


집으로 가는 길은 적막했지만 

사랑으로 부풀고 

또 욕심이 꿈꾸던 길 

노래 하나 쯤은 

저절로 만들어지던 

이 길에서만큼은 

나 주인공 되어      


아, 우리 아직은 

할 말이 많은데 

꼭 니가 얘기해줘 

사라지지 않도록 

이 차가운 거리 뚜벅 걸으라 

나의 사랑아 또 나의 자랑이여   

  

아현동에 가줘요 

내 가난한 동네 

못생긴 내 어깨가 

한뼘 더 자란 골목 

노래 하나 쯤은 

저절로 만들어지던 

이 길에서만큼은 

나 주인공 되어      


아, 우리 아직은 할말이 많은데 

꼭 니가 얘기해줘 

사라지지 않도록  

이 차가운 거리 뚜벅 걸으라 

나의 사랑아 또 나의 자랑이여     

 

어느 여름밤 작은 새 날아들어 

길동무 되어 

밤새 같이 노래 부르다 

문득 깨보니 

작은 새 보이지 않고 

차가운 겨울밤 날개짓 하던 거리만  


아, 너의 목소리 들리지 않으니 

나 노래할 수밖에

날 위해 소리 높여 

이 고단한 세상 살아남으라. 

나의 사랑아 또 나의 자랑이여

나의 자랑이여.     



지보이스 작사작곡의 노래 ‘북아현동 가는 길’을 평화의 나무 합창단의 합창으로 알게 되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참사로부터 49일에 더하여 일주일이 또 지나려 하고 있다. 여전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며칠 전 눈이 펄펄 내리던 날 산책을 하는데, 동네 초등학교 담장 응달진 곳 눈이 유독 빛나는 걸 봤다. 처음에는 눈이 반짝이는 줄 알았으나  깨진 거울 조각이 있었다. 위험할 것 같아서 주우려 했는데 날카로운 조각을 안전히 감쌀 신문지가 없어서, 일단 담벼락에 그려진 그림 장소를 기억해두고 왔다. 


분명 기린 그림이라 생각했는데 다음날 시간이 날 때 신문지를 들고 나가서 치우면서 보니, 얼룩말 그림이었다. 눈이 절반은 녹고 절반은 녹지 않았다. 예리한 거울 조각조각이 여기저기로 나뒹굴고 있었다. 하수구 구멍에 끼어있기도, 하수구 속으로 빠져있기도, 눈속에 4분의 3쯤 파묻힌 동시에 조각 윗부분 나머지 4분의 1쯤만 빼꼼 뾰족한 모서리를 내밀고 있기도 하였다.    

 

쓰레기의 화학조성식(chemical composition equation, 화합물의 구성을 나타낸 식)을 산정하려는 선구자들의 많은 시도가 있었다. 여태까지 쓰레기의 화학조성식은 정확히 제시되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적절한 생활쓰레기의 화학조성식은 C99H149O59N이며, 이것이 반응하여 이산화탄소, 암모니아, 메탄을 생성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때, 줍깅을 해서 어서어서 치워야 할 쓰레기는 무정함과 비열함의 은유, 아니 그 둘의 합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때로 이런 앎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하고 -필경 한파가 휘몰아치는 밤이라 그렇겠지만- 여지없이 그런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이다.   


  


쓰레기의 화학조성식 





https://www.youtube.com/watch?v=jPszLu7X9KA

https://www.youtube.com/watch?v=IUh_dzSgllg&t=32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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