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 사진 여행기
사람 사는 곳
여행이란 잠깐 짬을 내어 일상을 벗어나는 탈출 같은 거다. 그런 여행에서 현지인의 생활을 느끼고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처음 방문한 튀르키예에서 유독 정겹고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페리에서 차이와 간식들을 팔고, 작은 가판에 직접 만든 뜨개 소품을 내놓고 뜨개하고 계신 모습, 새벽부터 물고기를 정리하는 생선가게 사장님의 모습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평화로운 일상의 다정함을 배웠다.
그분들에겐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일 뿐 이겠지만 덕분에 특별히 마음이 가는 풍경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시장풍경
트램을 타고 파티흐에 가면 시리아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물가도 싸고 튀르키예에서 쉽게 맛보지 못하는 시리아 전통 음식들을 팔고 있다. 화영님 추천으로 가게 된 마을. 이 마을에서는 돈두르마를 꼭 먹어야 한다. 시내에선 70-80 리라까지 하는데 이곳에선 무려 단돈 20리라에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 쫀득하고 꾸덕한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아침도 못 먹고 간 마을, 먼저 돈두르마 두 가지 맛을 사서 한 손에 쥐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문을 연 가게가 몇 없었지만 따뜻한 햇빛에 길 한복판에 드러누운 강아지, 알록달록 탐스러운 동그란 올리브 절임, 길게 늘어선 줄과 따뜻한 빵 굽는 냄새 가득하던 빵집, 데운 모래에 넣어 만드는 커피까지 정겨운 우리 시장 풍경과 비슷하다.
먼저 빵을 사고, 커피도 사서 파티흐 모스크에 들어간다. 잔디밭에 앉을까 고민하다 분수 근처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근처 벤치엔 이미 가족들, 연인들, 친구들,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누리고 있다. 물론 강아지 고양이들도.
내가 앉으니 옆 벤치에 올라온 고양이. 주변엔 관심도 주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구경한다. 아이들이 다가가 장난을 치며 관심을 보이자 벤치 밑에 숨어 다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생각해 보면 고양이도 저마다 성격이 다르다. 이스탄불에 와서 많은 고양이들을 보니 새삼 느껴진다. 얘는 사람을 좋아하고 얘는 관심이 없고, 얘는 그냥 먹을게 고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