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언덕 그리고 바다 #3

| 이스탄불 사진 여행기

by 유하리


언덕을 오르며 한 생각
이스탄불은 언덕 경사면을 따라 만들어진 마을인 만큼 오르막길이 많아 힘들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랄랄라에서 Taksim광장을 가려면 3미터가 넘는 계단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공항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가는 길에 계단을 내려가며 "아 이 계단을 다시 올라가려면 엄청 힘들겠는데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날, 숙소에서 채 얼마 나오지 않아 고양이들을 마주쳤고, 그중 한 마리는 열정적으로 품에 안겨들며 쓰다듬어달라 보챘다. 계단까지 계속 따라온 고양이와 한 칸 한 칸 계단을 함께 오르며 이별을 아쉬워했고, 우리는 그렇게 계단을 다 올라온 후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계단을 다 올라와 버렸네.




사진
어릴 때의 경험이 중요한 이유가 있다. 내 취미는 사진, 그리고 여행인데, 우리 가족은 부모님의 부모님부터 사진을 찍으셨다. 외할머니께 여쭤보니 필름카메라가 나왔을 때부터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웨이스트레벨 필름카메라를 사용하셨다고 한다. 부모님은 사진을 찍으러 가까이라도 주말마다 나가셨고, 나도 물론 부모님을 따라다니며 카메라를 뺏어 찍기 시작했다. 이러니 초등학생 때부터 똑딱이 카메라로 발을 들여 지금까지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다.
라이카 M을 들고 다니면 카메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항상 말한다. "그거 비싼 카메라 아니에요?" 흠,, 비싸긴 비싸다. 근데 마냥 성능이 뛰어나냐,,, 그렇진 않다. 원하는 사진을 뚝딱 만들어내는 카메라를 원한다면 극단적으로는 AI로 만드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내가 쓰는 카메라는 늘 설명하지만, 나를 훈련시키고 공부하게 하는 카메라이다. 내 능력치가 100이어야만 100을 보여주는 똑똑하고 까칠한 아이기 때문에 한 컷을 찍을 때마다 항상 생각하고 공부하게 된다.

TV가 바보상자라면, 카메라는 기억상자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보았던 장면에 분위기를 담아 그대로 한 장의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도구가 바로 카메라이다. 그래서 난 이쁘고 아름다운 장면을 담은 사진보다 분위기와 감성이 녹아난 사진을 찍고 싶다.




사람 사는 곳

여행이란 잠깐 짬을 내어 일상을 벗어나는 탈출 같은 거다. 그런 여행에서 현지인의 생활을 느끼고 사람 사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처음 방문한 튀르키예에서 유독 정겹고 따뜻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페리에서 차이와 간식들을 팔고, 작은 가판에 직접 만든 뜨개 소품을 내놓고 뜨개하고 계신 모습, 새벽부터 물고기를 정리하는 생선가게 사장님의 모습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평화로운 일상의 다정함을 배웠다.

그분들에겐 매일 같은 일상의 반복일 뿐 이겠지만 덕분에 특별히 마음이 가는 풍경들을 만나게 되었고, 이런 행운이 나에게 오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흔히 지나치는 순간에 머무르길 좋아한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장면이 자주 마음에 와닿는다. 그 익숙함 속에 숨겨진 낯선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