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언덕, 그리고 바다 #4

| 이스탄불 사진 여행기

by 유하리


러닝
랄랄라에서 저녁을 먹던 중 새벽러닝 크루가 꾸려졌다. 튀르키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려고 한다는 언니의 말을 듣고 음.. 저도 좀 찐 것 같은데 여기 체중계 있나요? 사장님이 체중계를 어디서 불쑥 꺼내오신다. 구석자리로 가서 체중계에 올라서보니,,, "저도 내일 러닝 같이 가요."
러닝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어떡하지? 걱정하며 다음날 새벽 6시 현관에 모였다. 나 혼자 체육복도 없이 청바지에 갈색 재킷, 사장님 말을 빌리자면 출근룩.이었다.


우리의 계획은 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달려 내린 후 그곳에서 일출명소 Bebek 스타벅스까지 달리는 경로이다. 더 뛰고 싶은 사람은 더 달리고 스벅에서 만나 일출을 보고 버스를 타고 랄랄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난 처음이니 힘들 때까지 달리다 힘들면 걸어서 스벅으로 가는 것으로 마음속으로 남들과는 조금 다른 계획을 세웠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다 같이 준비운동을 하며 찬 바닷바람에 몸이 움츠려 드려는 찰나, 바닷속에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빛 해파리들을 발견했다! 해파리 처음 보냐는 다른 사람들의 말은 들리지 않고 첫 러닝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다.

드디어 시작된 러닝,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공원을 따라 달리는 길엔 이른 아침부터 낚시를 하는 낚시꾼들이 가득했고 점점 밝아지는 하늘과 붉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달리는 기분은 그 무엇보다 상쾌했다. 어떤 스포츠든 한번 빠지면 너무나 매력이 넘친다. 중학생 때 오래 달리기를 했던 기억은 아직도 고통스럽기만 한데 4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길이 이렇게나 행복감이 넘치다니.
앞만 보고 달리다간 그곳에 다다르기도 전에 쉽게 지쳐버리고 만다, 과정을 즐기며 도달한 길의 끝엔 무엇보다 충만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러닝 포인트까지 가는 새벽 버스를 기다리며 무심코 하늘을 보았다. 그곳엔 뜻밖에도 깜깜한 하늘 아래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무수히 박혀있었다. 우와! 별이 이렇게나 많아요! 모두들 놀라 하늘을 보았다.

- 별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네.

- 새벽마다 나가며 하늘을 볼 생각을 한 적은 없네.

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이스탄불은 나름 튀르키예에서 가장 큰 대도시인데 도심 한복판에서 이렇게 빛나는 밤하늘이 있다니. 고양이 강아지 동물들과 자연을 사랑하는 튀르키예 사람들의 마음이 밤하늘을 밝게 비춰주는 듯 해 가슴이 따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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