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호 작가 Jan 05. 2023

늦바람이 무섭다?

한해의 마지막 주에 지인의 제안으로 인생 처음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갔다. 한국의 골프 비용 보다 저렴하고 관광도 하고 마침 코로나로 쌓여있기만한 항공사 마일리지도 사용할 겸 아내의 윤허를 득했다. 그런데 이것이 예상했던 여행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어떤 프로골퍼는 골프는 자신과의 싸움뿐이라 했었는데, 난 여행 내내 동반자와의 싸움을 힘겹게 했다. 동남아에 동반자와 함께 여행가서 다시는 같이 골프 안치는 사람도 있다더니 내가 딱 그런 꼴이다. 하루에 36홀씩 치는 골프도 힘겨웠지만 한국에서 하루 반나절 골프 칠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개인적인 성향이 며칠 함께 생활하며 다 드러나 눈에 하나하나 거슬리는게 무더운 더위보다 더 힘들었다.

뭐 나도 나이 사십 먹어가며 몸에 붙은 습관이 있겠지만 동반자 면면을 보니 사회에서 한가락씩은 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신만의 루틴(습관)이 확실하다.


이를테면 이런거다.


출발시간이 10시라하면 누구는 출발시간 30분전에 나와 있다. 누구는 꼭 10분 늦게 나타난다. 일찍 나온 사람이 아무말이 없고, 늦게 나온 사람이 미안하다 먼저 말하거나 일찍 나온사람의 한마디에 대꾸를 안하면 되겠지만 내기 골프를 앞둔 선수들(?)사이에선 벌써 시합이 시작된거다. 서로 핀잔을 주며 구찌(상대방을 곤란하게 하여 멘탈을 흔드는말)를 던지는 거라 생각 해서인지 한마디도 물러서지 않는다. 골프장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일어나는 팽팽한 신경전이 난 꽤 불쾌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골프 후에 쇼핑을 갔는데 유독 한사람이 본인 쇼핑하러 온것을 나머지 세명이 따라 온것 마냥 본인의 옷만 열심히 고르며 옷이 자신과 잘 어울리는지 나에게 계속 묻고 가격흥정을 길게 하여 다른 사람들은 본인이 사고 싶은걸 둘러볼 시간도 없게 했다. 따로 돌아 다닐려고 했지만, 그사람은 언어가 되지 않고 겁이 많아 다른 사람과 떨어져 다니는걸 극도로 싫어 했다. 결국 나머지 세사람은 그의 수행 비서처럼 움직이며 옷을 골라 주었다. 마치 아이가 처음 백화점에서 옷사러와서 정신없어 하는 모습으로 나에겐 보였다. 누군가 그랬다. 말하지 않은면 그것도 동의 한거라고, 묵시적동의의 책임감을 확실히 느꼈다.  

4일간의 여행동안 나는 기왕 여행온거 입을 다물기로 다짐 했다. 그래서인지 골프는 매번 꼴찌를 하고 내가 가고싶은 곳을 가지못하고 먹고싶은 식당을 가지 못했다.


골프를 다녀온 아내가 내얼굴을 보고 던진 첫 마디가 좋은것 먹고 잘놀다 와야 할사람이 얼굴이 그게 뭐냐며 오히려 역적을 낸다. 괜히 보내줬다는 이야기에 살짝 그래도 좋았다 즐거웠다 말할까? 안그럼 다음 기약이 없을것 같은데..란 생각에 좋았다 말할까했지만 그런 말이 나오지 않을정도로 난 힘들었다.


한해의 마무리를 동남아 골프로 망치고 1월2일 새해 첫시작과 함께 제주도 골프를 3박4일 떠났다.


나도 참 미련하다. 그리 힘들어 놓고 이번엔 다르겠지 이사람들과는 다르겠지 라며 다른이유들을 찾아 다시 떠난거다. 결과는 이미 말한것 처럼 또 폭망이었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예민하게 구는 내모습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이유는 동남아 여행때와 동일하다. 잃는 돈에 마음 아프고, 신경을 자극하는 말에 마음이 계속 쓸린다. 살을 애이는 제주 칼바람이 마음을 막 후벼 판다. 동반자들은 폭신 폭신해보이는 기능성 골프복을 아래위로. 차려 입었다. 겨울 골프 복장이 미흡한것도 남의 탓처럼 보이면 그냥 이건 말 다한거다. 내잘못이 팔할임을 인정하지만 기분은 나쁘다! 이놈에 골프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분이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이유가 하기 싫은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말에 공감했었는데, 정작 나는 이 좋은 곳에 시간과 돈을 써가며 최대한 기분나빠 하고 있다.


무엇이 나를 이토록 힘들게 하는 걸까?

노름이나 내기를 하면 사람의 본성을 알수 있다. 내 내면의 성향이 여실이 들어나는게 싫었다. 골프에 투자 하지 않은 것도 티내기 싫었다. 참으로 고약한 놀부 심뽀다. 골프 연습도 하지 않고, 골프를 잘치길 바라고, 겨울 골프복도 사지 않고 따뜻하길 바라다니~! 내 모습이 한심하다.


이미 자기반성은 많이 한것 같아 이만 줄이지만, 여전히 잘못의 화살표를 그들로 찾으려는 나의 마음이 보인다. 뭐 100% 과실이 있겠냐 만은 상대방이 흔드는 손바닥에 내 손을 가져다 대지 않으면 소리도 안날 터인데..자꾸 내가 가져다 대고 내손을 왜 치냐고 소리는것 같아 부끄럽다.


연말 연초 골프 늦바람이 든 나는 어떻게 골프를 그만 둘까? 30살에 술을 끊는다 말하고 15년간 주구장장 마시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의지는 믿을 것이 못된다!


<글 발행하고 수영 하며 깨달았다>

골프 잘치고 돈도 땄으면 이런 글은 없었을꺼다.

연습도 안하고 한겨울 골프에 복장도 미흡하게 가서 남들보다 더 낫기를 바라는 욕심쟁이 심뽀가제일 문제다. 크헐!!

매거진의 이전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