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뼈와 살이 되게 해준 수많은 집밥
이번 주말, 남편과 아이와 함께 워터파크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나온 가족 바캉스에 눈치 없이 내리는 비가 그치길 바랐지만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비가 오면 워터파크에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다. 워터파크에는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 나는 계속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려 했지만, 물놀이를 좋아하는 딸은 얄짤없이 유수풀과 실내 수영장으로 남편과 나를 데려갔다. 물장구를 치다가 허기가 질 때면 감자튀김과 츄러스로 허기를 달랬고, 이럴 때 나는 따뜻한 핫초코를 먹어야 한다며 아이에게 건넸지만 아이는 뜨겁다고 손사래를 쳤다.
반나절의 물놀이를 마치고 저녁에는 샤브샤브 칼국수를 먹었다. 주문량에 맞춰 나온 샤브용 고기를 순식간에 모두 데쳐먹고 또 고기를 추가해서 이거 다 먹을 수 있겠나? 싶었는데 너무 맛있다며 금세 다 먹고는 배부른 배를 토닥이며 칼국수와 볶음밥을 싹싹 긁어먹었다. 아, 이런 게 행복인가 싶었다. 남편은 차를 태워 보내고 아이와 나는 집까지 짧은 거리를 걸어갔다. 편의점에 들러 디저트용 아이스크림을 사는 일도 잊지 않았다.
다음 날에도 하루 종일 비가 왔다. 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점심에 집에 와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비 내리는 소리를 배경으로 낮잠을 잤다. 얼마 만에 자는 낮잠이던가, 정말이지 말 그대로 '꿀'같았다. 저녁엔 냉장고 속 보물 찾기라도 하듯 집에 있는 음식으로 간단히 밥을 차려 먹고, 남편과 아이가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주방 이곳저곳을 닦고, 또 닦고, 버리고, 채웠다.
연휴 마지막인 오늘, 느지막이 일어나 집에서 뒹굴이다 비가 오나 안 오나 하늘 한 번 쳐다보니 비가 멈췄다. 물과 간식을 챙겨 가까운 동산으로 향했다. 이틀 내내 비를 맞았던 땅은 밟을 때마다 여전히 질퍽했지만 하늘은 개고 햇빛이 났다. 그래도 연휴 마지막 날엔 해를 보는구나 싶어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와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또 살폈다. 아이의 봄겨울 옷을 정리하여 옷장 깊숙이 넣어두고 작년에 입던 여름옷과 새로 산 옷을 차곡차곡 보기 좋게 정리하여 자주 쓰는 서랍에 넣어 두었다. 냉장고를 열어 음료를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안 먹는 아니 못 먹게 된 음식을 버리고 냉장고 냄새 없앨 겸 소주잔에 소주를 부어 곳곳에 넣어 두었다.
매일 나오는 빨랫감에 양말과 이불까지, 차례차례 세탁하며 하루에 4번이나 일해준 우리 집 세탁기에게 매번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가득 들었다. 세탁기가 사람이라면 나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할지도 모른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곤 하는데, 진짜 진심 미안하다. 집안 이곳저곳을 살피며 창틀에 쌓인 먼지를 깨끗이 닦고, 쓰지 않던 물건을 정리하면서 더러운 것을 빨고, 닦고, 버리면서 덩달아 나도 홀가분했다.
저녁엔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하나둘 꺼내어 샐러드와 비빔국수를 만들어 배부르게 먹고는 남편이 서걱서걱 잘라준 수박을 맛있게 먹었다. 후식은 수박으로 끝나지 않고 어제 사둔 액설런트 아이스크림을 사이좋게 각 2개씩 먹었다. 파란색, 골드색 둘 다 먹어야 하니까 꼭 각자 2개씩 먹어야지 만족스럽다.
비 오는 연휴 덕분에 늘어지게 낮잠도 자고, 집 안 이곳저곳을 살피며 정리 정돈하고, 가족들과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니 행복한 마음이 저절로 든다. 이제 내일부터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충전했다. 행복은 정말이지 멀리 있지 않았다. 우리 집 안에 있었다. 어렸을 때도, 장성하여 사랑하는 남자와 한 가정을 이루고 내 아이를 낳아 키우게 된 지금도, 나의 뼈와 살이 되게 해준 수많은 집밥은 모두 가족과 함께 한 시간들이었고 그것은 모두 정성과 사랑에서 왔다. 나를 키워낸 끼니들은 모두 사랑이었다. 그것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