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비용 고효율 생존 스피커의 비밀
어린 시절, 나무에 붙은 말매미를 잡으려 손을 뻗는 순간, "찌익" 하고 쏟아지는 액체 세례를 맞고 당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말매미는 왜 하필 도망갈 때 오줌을 갈기는 걸까? 여기에는 날아오를 때 몸을 가볍게 하고 포식자의 시야를 흐리는 것 말고도 또 다른 이유가 숨어 있다.
여름철 매미소리를 그저 일상의 소리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소리를 소음으로 느낀다. 약 90dB에 이르는 말매미 소리(참매미 소리보다 시끄럽게 들림)는 굴착기나 열차 통과음에 맞먹는다.
그런데 매미 크기라고 해봐야 고작 몇 센티미터이며 먹는 것도 영양이라고는 거의 없는 나무 수액(물)뿐이다. 그 작은 몸에서 기차 소리 같은 울림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그것을 끝없이 유지한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사람은 스테이크를 먹고도 몇 분만 고함을 치면 탈진하는데, 매미는 어떻게 그 적은 양분으로 이런 괴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사람은 폐의 공기를 밀어내 성대를 떨게 하는 방식으로 소리를 만든다. 이 과정은 에너지 소모도 크고 호흡 조절도 어렵다.
하지만 매미는 복부의 진동막(Tymbal)이라는 얇고 단단한 판을 근육으로 당겼다 놓으며 울림을 만든다.
책상 끝에 플라스틱 자를 걸쳐 놓고 누를 때 나는 소리를 떠올리면 된다. 작은 힘이 큰 소리로 바뀌는 장점이 있어 매미에게는 이 방식이 훨씬 경제적이다.
수컷 매미의 배를 열어 보면 내장이 한쪽으로 밀려 있고 대부분이 빈 공간이다. 이 거대한 빈방은 고급 스피커의 울림통처럼 진동을 증폭하는 공명실이 된다.
진동막에서 '딸깍' 하고 시작된 미세한 소리는 이 공명실에서 증폭되어 우리가 듣는 굉음을 만든다. 매미는 목청이 좋은 것이 아니라 몸 자체가 앰프가 된 곤충이다.
매미가 먹는 나무 수액은 99%가 물이다. 영양가가 워낙 낮아 필요한 에너지를 얻으려면 수액을 끊임없이 먹어야 한다.
초당 수백 번 진동막을 움직이는 근육은 엄청난 열을 내기 때문에 매미는 수액을 계속 먹고 오줌으로 즉시 배출한다. 도입부의 오줌 세례는 바로 이 냉각수의 방출이다. 이때 발생하는 기화 열로 근육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소리를 유지하기 위한 '생물학적 수냉식 쿨러'인 셈이다.
보통의 근육은 뇌에서 신호가 올 때마다 한 번씩 움직인다. 하지만 매미의 발음 근육은 비동기성 근육으로, 신호 한 번에 여러 번 수축을 반복한다. 뇌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물리적 진동은 극대화하는 생물학적 편법을 사용하는 셈이다.
매미는 크게 울어 포식자에게 자기 위치를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지만, 그것은 짝을 찾기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울어 포식자의 청각을 혼란시키는 전략도 사용한다. 또한 체온이 오를수록 근육이 더 빨리 작동하기 때문에 매미는 가장 더운 한낮에 가장 크게 운다. 그야말로 생존과 번식을 두고 극단적으로 계산된 선택이다.
매미는 거의 맹물을 마시며 하루 종일 큰 소리를 내는 이상한 곤충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는 탄성 역학, 음향 공학, 수냉식 냉각 시스템이 모두 들어 있다.
인간이 잣을 따기 힘들어지도록 진화한 잣나무처럼, 매미도 인간들이야 시끄럽든 말든 종의 번영을 위해 자기 몸을 최고의 저비용 고효율 스피커로 진화시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