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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바위얼굴 Mar 21. 2021

'신용'을 설명해 드릴게요.

대출에 필수인 신용이 도대체 뭔가요?

대출 진행을 할 때 보면 신용 점수에 관해서 매우 자신감 있는 분들을 많이 만납니다.

대부분 대출하러 오시면 신용 점수는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게 대다수예요.

 '말도 안 돼, 연체도 한번 한적 없는데'라고 분통을 터트리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에요.

자료를 찾아봐도 신용등급 관리 잘하는 방법 10 계명 등등 관리방법, 그리고 각종 글, 책에도 많이 나오긴 하지만 속시원히 이해가 가는 설명은 찾기 힘들죠.

신용정보사의 사이트에 월정액을 끊고 신용조회를 해봐도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점수가 왜 이렇게 오르지? 왜 떨어지지? 매 순간 의문은 드는데 속 시원한 답은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고객분들도 잘 모르시죠.

(솔직히 창구에서 상담하면 대기업 부장님부터 동네 아주머니까지 아시는 분을 못 봤어요.)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신용의 정의는 '거래한 재화의 대가를 앞으로 치를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있네요.

대출 관련해서는 '잘 갚을 거라는 믿음 내지는 신뢰'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정의로는 이해가 힘드니 어떤 식으로 신용이 쓰이고, 평가되는지 지금부터 제 나름대로의 신용에 관해 생각하고 알아보며 느낀 점, 그리고 대출 관련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을 기반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볼게요.

신용은 어디에나, 언제나 있어요.

그렇게 상식에 벗어나지도 않고 그렇게 특이한 것도 아니고, 우리가 무의식 중에 항상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출을 받으려고 할 때, 그때 가서 고민해야 하는 특이한 존재가 아니에요.

앞서 얘기했듯이 의외로 신용은 우리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왔고, 생활 어디에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트나 편의점에서 체크카드로 물건을 사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잖아요

체크카드를 발급할 때도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걸 많이 쓸 텐데요, 그것도 발급할 때 은행에서 신용도를 확인해서 발급을 하고요, 휴대폰도 통신사 약정을 통해서 대부분 구매를 할 텐데 사는 순간 할부거래란 신용거래를 하는 겁니다.

그럼 어릴 때는 어떨까요?

어릴 때 문방구에서 준비물 사려고 하니 집에서 돈을 안 가져왔어요.

그럼 친구에게 천 원 , 이천 원 빌리잖아요 친분관계에 따라서 그만큼의 신용 거래를 한 셈입니다.

왠지 저 친구에게는 돈을 빌려주기 싫을 때가 있잖아요. 그리고 소소한 금액이 아니라 금액이 크면 망설이게 되고요.

자신의 마음속에서 나도 모르게 신용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 신용은 시작되었고, 우리 일상생활 어디에나 있는 거죠.


그럼 신용은 어떻게 평가될까요?  

시간을 돌려서 아주 먼 옛날로 돌아가 볼게요.

사람이 모여서 매머드를 사냥하던 구석기시대입니다.

어느 무리에 신용이와 빌려줘가 살았어요. 둘은 무리의 사냥을 책임지는 전사였습니다.

오늘도 양식을 얻기 위해 사냥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번 사냥때 사냥 도구가 모두 부서진 신용이가 빌려줘한테 매머드 사냥을 나가는데 창 한 자루, 그물 1개를 빌려달라고 했어요.

여기서 빌려줘는 생각하죠. 나름의 신용평가를 하는 겁니다.

'신용이는 추장 아들이라 나중에 추장이 될 전사고, 모아놓은 모피도 많고, 저번에 창 1자루 빌려 줬는 데 잘 쓰고 돌려주면서 과일도 넉넉히 챙겨줬어.'

그래서 흔쾌히 다시 다른 것도 얹어서 더 빌려줍니다.  


위 이야기에 중요한 신용평가의 요소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우선 추장 아들은 사회적 지위, 나중에 추장이 될 전사는 직업, 모아놓은 모피는 자산현황, 저번에 빌려 줬는 데 잘 쓰고 돌려준 건 신용거래실적, 저번에 돌려주며 넉넉히 챙겨준 과일은 이자수익, 빌려준 창 한 자루, 그물 1개는 바로 새로운 대출금액을 의미하는 거죠.


지금 우리 사회의 신용 산출에 관한 기본 원리도 똑같습니다.

신용거래실적, 거래 패턴 등에 따라 신용점수가 매겨지고, 은행에 가서 대출할 때 자산현황이나 사회적 지위, 직업 등을 더해서 대출 가능 금액, 이자율이 정해지는 겁니다.

정말 지금도 이렇게 평가되냐고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인 차이점이 두 가지 있어요. 이 차이 때문에 자신의 신용 점수가 이해가 안 되고, 신용 관를 하려고 해도 어려운 겁니다.


첫 번째는 예전과는 달리 세월이 엄청나게 흘러 사회가 커지면서 이 신용을 사람이 판단하는 건 한계가 있으니 시스템 즉, 기계가 판단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기계가 판단하면서 통계란 걸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사례를 통틀어 통계 수치로 적용되다 보니 개개인의 생각과 속사정은 반영되진 않는 거죠.

바꿔 말하면 신용 거래를 모두 개개인의 상황에 맞게 이성적으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합리적 선택했다고 판단한다는 얘기죠.

즉,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인간을 신용을 판단하는 시스템(통계)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각자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다양한 판단을 하잖아요.

합리적 인간은 현실에서 보긴 쉽지 않죠.

 

두 번째는 시스템이 거대해지면서 신용 점수를 계산할 때 개인이 판단하는 요소보다 더욱 복잡하고 변수도 많아졌다는 점입니다.

변수가 몇백 개가 넘어가고, 또 상황에 따라 같은 변수라도 적용되는 비율이나 방법이 달라집니다.

즉, 연체 경험이 있냐에 따라 신용카드 거래실적이 반영되는 비율이 서로 달라지고, 자영업을 하냐 급여생활자냐에 따라 적용되는 신용평가 모형이 달라지는 등 엄청나게 복잡해졌어요.

100명을 신용평가를 해서 같은 점수가 나와도 그 중간의 신용평가 계산 내용은 100개가 존재하다 보니 책에서 보거나 다른 사람의 사례도 정확히 나에게 매칭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해왔던 신용평가 원리에 더해서 통계와 복잡성이 더해진 겁니다.


따라서 신용 관리를 하고, 현명한 판단은 위와 같은 전제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이 정도면 절반은 온 겁니다.

나머지는 위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접근하면 한층 쉽게 이해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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