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방 구하는 건 처음이라.

by 서비휘

처음은 늘 설렘과 호기심이 발동하는 것인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기대. 낯설지만 부딪혀 보자는 발디딤에 당당함도 있다. 세상에 대한 간질임에 눈빛이 반짝인다.


한눈에 봐도 ‘나 이번에 대학생이 됐어요!’ 온몸과 이마에 써 붙여 놓은 듯한 앳되고 풋풋한 스무 살 셋이서 원룸을 구하러 온 거다.


두 친구는 각각 다른 명문대 기숙사로 들어가고 한 친구의 방을 구한단다. 같이 모일 수 있을 방을 봐주러 친구 따라 강남 온 모양새다.

동네엔 우리 구 가장 넓은 땅덩이를 가진 국립대학이 있다. 이번 합격한 과 건물이 정문에서 끝자락에 위치해 있단다. 정문까지 5분 거리 내 위치해야 하고 보증금 500만 원 월세 관리비 포함 40만 원을 넘지 않아야 한단다. 10년 내 지은 건물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우리 사무실은 대학교와 거리가 있다 보니 원룸 건물은 거의 없다. 주택에서 나오는 원룸 정도뿐. 가격이 저렴한 광고를 보고 1순위로 찾아온 거였다. 가격은 맘에 들고 방 상태는 안 들고.

공동 중개로 인근 부동산의 조건에 부합하는 신축 원룸을 여럿 찾아냈다.


곧 신학 긴데 대면 수업이 확실치 않아 신입생 원룸 구함이 뜸하다. 방을 구하는 분주함이 덜한 거다. 신학기가 다가와도 빈방이 많고, 임대료는 조금 낮아진 상태. 아파트 매매와 전세는 나온 물건이 없어 꽁꽁 잠겼고, 상가 임대는 찾는 이가 없어 꽉 잠긴 상태다.


방 하나 찾아주기 위해 여러 방을 보여주는 불편함과 시간 낭비라는 생각 때문인지 두 곳 부동산 대표님 많은 방들의 주소와 비번을 문자로 보내주셨다. 혼자 데려가서 보여주고 맘에 들어하는 물건 있음 연락 달라는 거다.


새내기 남대생 셋과 방 탐방을 위하여 지번을 들고 나섰다. 신축 건물에 그 가격에 맞는 좋은 방이 남아돌았다.

학교 인근에 있는 첫째 방엘 들어섰다. 방 찾는 학생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들었다. 그곳에는 원룸에 대한 체크 항목 27가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참, 울 새내기님 방 구하는 게 처음이지?’ 떠올리는 사이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중 체크 항목 한 가지인 온수 상태(30초 내)

가끔씩 포스트잇을 보내는 꼼꼼한 여학생이 있었지만, 물건 찾는 사람 중 최고인 꼼꼼히 남대생을 만난 거다. 따라온 친구들도 이전과 다른 모습이 낯선지

“야~ 니 오늘 좀 멋지다!.”

고교시절 3년 내내 봐왔지만, 이런 치밀하고 꼼꼼함을 처음 본다며 키득키득 웃어댔다.

무엇이 갖춰져 있는지, 관리비에 포함되는 항목은, 드나드는 공간이 안전한지, 집 방향은?

춥거나 따뜻한 걸 챙겨 보던 친구들과 부모님과는 다른 꼼꼼함이 더 있었다.

원룸 크기가 13m2가 대부분이다. 가격은 높여서는 안 되면서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모두가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거다. 가격 조건에 부합하기 쉽지 않아 졌다.


여러 방을 보여준 뒤 그 가격에 크기를 넓혀야 한다면 물건이 없었다. 태어나 처음 자기 쓸 방 구하러 나온 학생에게 퉁명스럽거나 귀찮은 표정을 할 수가 없었다. 나도 공인중개사이기 전에 그들 또래 20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지 않는가.


방을 둘러보다 여대생이 머무는 방을 보았다. 잠옷 입고 편하게 있던 시간인데, 불청객으로 찾아든 꼴이다. 그럼에도 아랑곳 않고 체크 항목에 있는 것들을 조사해 나가기 시작했다. 같은 학교 후배가 될 거지만, 대단한 남대생이구나 싶었을 거다. 여대생 있어 더 챙겨보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다음에 한 번 더 봤음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는 헤어졌다.


잠시 후 원룸을 주었던 부동산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그 새내기 남대생 셋이 들어왔다는 거다. 그 대표는 지혜롭게

“오늘 혼자 보고 결정하느냐, 부모님과 같이 한 번 더 봐야 하냐?”

물었단다. 부모님도 같이 봐야 된대서 지금 봐도 아무 의미 없는 일이라며 정중히 돌려보냈단다. 물론 나랑 같이 봤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을 테고.


그렇게 풋풋한 향내 나는 새내기 남대생들과 원룸 투어를 끝냈다. 연락이 다시 닿아 미처 못다 본 방을 볼게 될지 2~3일 후 다시 온다고는 했으나.


와야 오는 것이고, 보여야 있는 것이다.

10군데 이상 부동산 사무실 정보를 뽑아 왔던데, 몇 군데가 아직 남았을지...

다 돌아보고 다시 울 사무실엘 찾아온다면 참 기쁠 거 같다. 여러 가지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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