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탱글탱글 윤이 나는 순간!

골목길에서 만나다.

by 서비휘

“아유, 이 추운 날에 거기까지 걸어서 가는 거야?”

“.......”

안타까워 물어주는 말에 뭐라고 대답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우리 사무실 근처 역을 사이에 두고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한 역까지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는 나를 보는 분들의 말씀이다. 사실 손님만 계시고 물건 나올 곳만 있으면 네이버나 다음 지도가 잘 알려주고 있어 엄마 찾아 삼만 리가 아니다. 집이나 상가를 찾아다니는 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많은 물건이 있고, 손님들이 많이 드나들고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게 좋은 것이다.


내가 처음부터 추운 날에 걸어 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가? 절대 아니다. 집에서 지하철 역까지 7~8분 거리임에도 마을버스를 이용하여 갈아타고 다니던 사람이 아니던가.


새로운 일을 하며 운전이 미숙하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된 거다. 카멜레온이 살아남기 위해 몸 색깔을 주변 색깔에 맞춰 보호색을 띠듯 나도 일하는 환경에 맞추며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중이었던 거다.

이게 참 웃기기도 하다. 일하러 다닐 땐 물리적 거리가 똑같음에도 코앞에 있는 마냥 아무렇지 않게 씩씩하게 걸어 다니는 길을 개인적인 볼 일이 있을 땐 걸어가 볼까? 생각도 안 하고 못하는 것이다.

‘언제 거기까지 걸어서 갔다 오지. 멀고 추울 텐데....’ 주변 사람들이 걱정해 주는 그들과 같은 맘이 들면서 고개를 젓게 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멀리 갈 것도 없다. 내 맘부터 그렇다.

변덕스러운 내 맘 나도 모르는데, 남들 이랬다 저랬다 한다며 속상해하거나 나무랄 일 아닌 거다. 내 맘 나도 통제 못하면서 남을 탓한다는 건.


다만,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더라도 재빨리 맘 상태를 좋은 쪽으로 생각을 바꿔놓으려 노력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행운의 순간을 만날 때가 많다.


오늘도 새로운 집이 나왔다. 사진도 찍을 겸 임장을 나섰다. 추위는 살짝 비켜 앉은 듯 봄기운이 느껴졌다. 밤새 조금 내린 비로 봄 나무들 맘이 바빠 보였다. 한껏 쭉쭉 양분 섭취했는지 오동통 볼 살이 부풀었다. 연이어 며칠 따사로운 햇살 비춰주면 목련, 산수유 꽃망울이 간질임에 못 견뎌 방긋 까꿍 하듯 웃음을 터트리고 말 거다.

막다른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이리저리 손에 든 핸드폰의 지도와 실제를 견주어 찾던 중 두 눈에 반짝 불이 켜졌다. 두 눈동자가 휘둥그레지기까지 한 게 느껴졌다.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이의 성의와 정성이 한가득인 집을 만난 것이다.

아~ 그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이의 생에 있어 한 부분이 아니라 전부였을. 전국 방방곡곡 전 세계 찾아다니며 희귀한 돌만 보였을 듯하다. 거금의 돈 지불도 마다하지 않았겠지. 그렇다면 경제적인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했을 텐데...


그 어떤 공통된 하나에 꽂힌 사람들의 열정과 움직임의 민첩함은 가늠하기 쉽지 않을 테니 무슨 일을 하든 쏟아부었을 테니 돈은 뒤따라왔던 건가.

골목길을 걸었기에 만난 놀랍고 눈부신

감사와 환희, 반짝임이 거듭되다보면

삶이 탱글탱글 윤이 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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