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종이커피가 삶의 위로가 되길.

by 서비휘

“안녕하세~요. 사무실 할 물건 나온 거 있어요?”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어눌한 말로 물으며 들어선다. 목소리엔 힘이 있어 우렁차다. 한쪽 손도 불편해 한눈에 봐도 장애가 있는 40대 아저씨로 보인다. 그분이 어디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대표님도 모른다는 거다. 인사하는 목소리는 언제나 밝고 크다.


전엔 더 자주 찾아왔었다. 손님은 좀 있냐 집은 좀 나가냐 이런저런 말로 이야기 나누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말 떨어지기 무섭게

“네에. 한 잔 주세요.”

숭늉 마시듯 후루룩 마시곤

“잘 마셨어요. 안녕히 계세요.”

커피 마실 목적 달성을 다한 사람처럼 불편한 몸을 일으켜 인사를 씩씩하게 하고 나가시곤 했다.

“실장님이 친절하게 대해주시니까 더 자주 찾아오는 거 같아요.”

보다 참다못한 대표님이 한 말씀하셨다.

이 사무실을 인수받기 전 여자 두 분이서 운영하셨단다. 떠돌이 분들이 들락날락하셨다는 거다. 자기가 인수받곤 한동안 나타나지 않았는데, 내가 오고 나서 자주 오신다는 거다.

몸이 불편해 보이는 분 따뜻한 커피 한 잔 대접한 건데...

운영하시는 분의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잊을 만하던 어느 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섬이 보였다. 맘이 편치 않았지만, 눈치가 보여 더 바쁘게 일하는 척을 했다. 컴퓨터 화면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며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한 거다. 한참을 기다려도 커피 마시겠냐는 말을 물어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나 보다.

“커피 한 잔 주~세요.”

“오늘 제가 조금 바빠~서요.”

“그럼 제가 타 먹을게요.” 커피 타러 일어서는 것이다.

최근 정수기를 직수로 바꾸어 더운물 틀기가 처음 해 보는 이에겐 버벅거리게 되어 있어 내가 벌떡 일어서서 타 줄 수밖에 없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음료 대접에 있어 달라진 무언가를 감지하셨나 보다. 다음번 방문 때는 상가 사무실을 구한다며 들어서셨다. 몇 m2 정도면 되는지, 가격이나 층수를 대표님이 찾아보며 물어보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원하고 찾고자 하는 사무실이 아니라는 거다. 손님으로 당당히 들어왔으니 커피 대접받는 건 눈치 안 봐도 된다는 걸 생각하신 듯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 커피를 드리는 내 맘도 편했다.

후룩후룩 마시고 일어서며

“그 사무실 좀 알아봐 주세요. 다음에 또 들릴게요.”


다음에 찾았을 때도 이 조건 저 조건 해당되는 물건을 찾아 얘기해 줘도 2층이라 안되고, 생각보다 적어서, 가격이 비싸서 등으로 1년 내내 맘의 사무실을 찾으러 오실 모양이다.


우리 사무실만 오시는 것인지, 이 근처 사무실은 다 들리시는지 모르겠다.

물건 파는 곳에 와서 어울릴 만한 물건 찾아달라며 파는 사람의 마음을 붙들고 흔들 줄 아는 그분.

안 살 거라는 걸 빤히 알겠는데. 오다가다 들리는 게 아니라 손님으로 들어오신 거니 눈치 보지 않고 커피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터득하신 모양이다.

보통 이들이라면 두어 번 들리면 못 올 거 같은데... 늘 새로운 맘으로 사무실 물건 나온 것을 찾으며 들어서는 분의 따뜻한 커피 한 잔 드리는 건 아무 일이 아닌 것이 되었다.


현명하다 해야하나 지혜롭다 해야 하나 그분의 변화시킨 처신과 나름의 전략으로 나도 눈치 보지 않고 커피 줄 수 있어 좋고.


그분도 당당히 커피 마시고 나서는.

따뜻하게 건네는 한 잔의 종이 커피가 삶의 위로가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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