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랑 만날 때면 경비 부담을 어떻게 하느냐는 걸 고민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사람마다 형편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남자가 쬐금 더 부담하고 여자들도 2~3번에 한 번은 부담하는 걸로. 너 한번 나 한 번은 너무 정 없어 보이려나.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젊은 아가씨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둘이 만남의 경비를 통장 하나로 만들어 그걸로 쓴다는 것이다. 울 애들이 중, 고등학교 다닐 때라 그렇게들 하는구나. 요즘 젊은 사람들 참 합리적이고 경제적이고 영리하고 똑똑하다 싶었다. 괜한 것의 신경 쓰임으로 에너지 낭비도 막고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던 거 같다.
그 이야기를 성인이 된 울 따닝이 똑같이 하고 있는 거였다.
남자 친구가 일정 금액을 한꺼번에 넣어서 경비를 쓰자고 제안했고, 00만 원 넣을 테니 따닝에게 00만 원을.
울 따닝은 똑같이 똑같이 00만 원씩 넣자고 했단다.
금액이야 둘이 알아서 할 텐데, 00만 원이 들어왔다며. 내 앞에선 퉁퉁거려 보였지만, 내심 믿음직하고 좋았을 테지.
공동 통장 이야기는 어젯밤 둘이 만나서 했을 텐데, 은행 영업점 문이 닫혔을 테고... 아침 출근 준비하며 이야기를 하길래 벌써 통장을 만들었냐가 된 거였다.
“엄마, 혹시 종이 통장 생각한 거?”
‘맞는데..... 종이통장..... 띠리리 디리릭 소리를 내며 돈 들어갔다는 신호를 보내며 자동으로 숫자가 찍혀 나오는 종이통장 생각한 거 맞는데.......’
종이통장? 되물을 때 아차! 생각했다. 울 따닝과 나는 통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분자 부분엔 서로 다른 걸 얹었다는 것을.
휴대폰 속 카카오 뱅크나 카카오 페이, 토스 등을 떠올리는 울 따닝과 1초의 어긋남 없이 종이 통장을 떠올리는 나였던 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송금할 일이 있을 땐 은행 영업점의 창구를 이용했었다. 소모임 비를 입금할 일이 잦았는데, 정해진 빠른 시간까지 입금할 때면 아드닝한테 부탁해 먼저 입금하게 했다. 퇴근길 무인창구에 들러 아드닝한테 입금해 주고. 그럴 때면 울 아드닝은 늘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편 방법이 있는데, 은행 창구 가는 사람이 요즘 어딨냐며 구시대적 유물 취급을 하는 듯했다. 토스를 이용할 땐 몇 회분 이용제한이 있는 데, 어무이 걸 해주다 보니 자기 사용한 횟수 초과가 되어 수수료가 붙는다나?
수수료가 아니라면 정해준 횟수 넘겼을 때 어떤 불이익인가? 그런 이유였던 거 같다.
보다보다 못한 어느 날, 아드닝이 내 휴대폰에다 신세계인 은행 창구를 들여 앉히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해 왔다.
'아, 진즉에 할껄껄걸....'
즉각이 가능했다. 요즘도 창구 가는 사람 있어? 말할 만했다. 편리하고 간편하게 송금이 가능했다. 스마트 스토어 결재는 아직도 까다롭더라만.
그럼에도 재빠르게 떠올릴 땐 울 따닝은 휴대폰 속의 창구를 나는 종이통장을 떠올린 거였다.
가까이하고 익숙하려면 좁혀야 할 것이 참 많아졌다.
몸속 가득 디지털인 가족 셋한테 마음 가득 아날로그인 내가 한 뼘씩 한 뼘씩 다가가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