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같이 살다 보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고, 즐기는 걸 눈치로 알아챈다. 울 아드닝은 어무이인 내가 사진 찍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인지한 모양. 한창 일하고 있을 시간이라는 걸 대충 아는 가족은 급하게 전해야 할 소식이 아니면 연락을 삼가한다. 고려치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연락을 취하던 때도 있었을 텐데, 읽지 않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걸 알게 해 준 카톡이나 문자 표시가 생기면서 더 그렇게 됐을 거다. 그 와중에 이건 전하고픈 모양이었다.
사진 두 장과 함께 카톡이 도착되었다. 울 김영순 여사님 겨우 내내 텃밭 오르내리며 키운 걸 택배 상자에 꾹꾹 눌러 보내셨다는.
[어무니가 사진 찍고 싶어 하실거 같아서 미리 찍어놨습니다.]
마지막 말이 웃겨서 한참 쿡쿡거리며 웃었다.
며칠 전 택배 부친 지 얼마 됐다고. 에미들의 집에는 자식들에게 퍼줄게 항시 있는 모양으로 바리바리 싸 보내셨다. 그러고 보면 어무이가 고향에 계시다는 건 든든하고 아늑하고 포근함 그 자체인 게다.
사진만 봐도 무엇 무엇이 들어있는지 다 보이는 듯하다. 쪽파는 엄니네 텃밭에서 뽑은 걸 껍질 벗겨 깨끗이 씻어 담아 보내셨을 테다. 홍합은 옆집 사는 아드님 뱃일하다 바다에서 채취한 걸 나눠주셨을 테고. 먹음직스런 쪽파김치도 담아 보내셨고, 곰국도 끓여 꽁꽁 얼려 넣으셨다. 참깨, 된장도 한통 보내셨고.... 아~ 동글동글 그 이름도 어여쁜 달래도 씻어 보내셨다.
진해에서 서울 거리 천리길에 살고 있거늘 손바닥 안에 놓고, 대충 떨어졌겠다 싶은 양념까지 챙겨 넣으신 거다.
내일 휴일 바깥나들이도 맘껏 못하고 있는 이때, 집에서 뒹굴거리며 부침개 부쳐 먹으라는 시엄니의 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 맘 받들어 밀가루 반죽해서 홍합 통통통 잘게 다져 넣고, 쪽파 듬벙듬벙 썰고, 청양고추 총총 썰어 넣어 프라이팬에 한 국자 떠 넣어 시엄니 사랑 쫘악 펼쳐 볼까나. 지글지글 소리 들으며 구워 먹고 힘내서 다시 달려야지.
봄이 가지 끝에 매달려 도착되더니 중간쯤 내려앉았다. 자세까지 완전 고쳐 잡고 자리 차지했으니 우리 텃밭으로 나갈 때가 되었나 보다.
이번 주말엔 그이랑 텃밭에 나가 땅을 뒤집어 주어야 하나. 상추랑 아욱, 토마토, 애호박, 누렁 호박, 알록달록이 옥수수, 보라 감자, 꽈리고추 등등 식구들께 주문받은 종목들 모종도 둘러보러 가야지.
시엄니께서 정성 들여 잘 키운 걸 우리에게 오종종 보내는 것처럼 물 주고 풀 뽑아주고 벌레 잡아
잘 키운 것 택배 가득 담아 시엄니께도 보내주련다. 울 시엄니는 어떤 맛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