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잇다. 나의 코레일

우리 강산 푸르게 더 푸르게!

by 서비휘

봄이 깊숙이 자리 잡은 4월 두 번째 주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에 몸을 싣고 부산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평소 바글바글 했던 서울역과는 딴판. 널널하고 듬성듬성한 사람들 속에 속한 이들. 꼭 필요한 일이 있어 최소한의 사람들만 움직이는 듯 보였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기차 시간 기다렸다 시간이 되면 일어나 약속된 장소로 스르륵 잘도 빠져나간다.

울 시엄니 생신이 요맘 때라 해마다 진해 살고 계시는 엄니 댁의 벚꽃 잔치 구경은 덤이었다.


올해는 작년 2월 새 아파트로 이사한 시동생네 집에서 생신을 하기로 갑자기 정해졌다. 작년 생신 겸 집들이 계획했다 코로나로 잠시 연기한 게 올해까지 넘어오고 더 이상 미루기도 뭐해 발표 눈치 보다 부랴부랴 정해진 거였다. 사실 확진자가 줄지 않아 그이 혼자 다녀오는 게 낫지 않을까(?) 토요일 근무였던 내가 아쉬운 소리 안 해도 돼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고민되었다.

“늦게라도 좋으니 니도 같이 오니라.”

울 시엄니 내가 못 갈 수 있을 거란 얘길 전했더니 아쉬워하며 같이 내려오길 원하셨다. 다른 가족들 올 때 같이 와서 얼굴 보면 더 좋지 않냐는 거다. 어느 해보다 많이 못 만난 것도 원인이긴 했다.


둘이 같이 동행하기로 결론이 났다. TV 뉴스만 볼 땐 옴짝달싹 않고 집 안에 갇혀 있는 게 최선인데, 나오니까 또 좋다. 주말인데 몇 안 되는 사람을 태우고 출발이다. 콧바람 쐬며 기차가 달리니 빠른 속도만큼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책을 볼까, 유튜브를 들을까 하다 다 접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국토의 변화무쌍함이 싱그럽고 시원하게 다가와 밖을 내다볼 수밖에 없다.


KTX 안에서 올려다본 남산타워! 서울 상징물이기도 하고, 우리 집 발코니에서 멀리 볼 수 있는데, 눈앞에서 보니 더 반가웠다. 비행기나 배, 기차 창가 자리에서 북 치고 장구 치라고 내주고 그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휴대폰 속으로.

빠르게 휙휙 지나는 차창 밖을 내다보며 눈을 뗄 수가 없다. 우리 강산 푸르게 더 푸르게 아름다움 말 그대로다. 역 주변에 우뚝 솟은 높은 아파트만 빼면 먼 산 전망까지 볼 수 있었을 텐데.... 사람들 주거지도 필요하니 욕심내려면 한도 끝도 없다.


순식간에 잘 가꾸어 놓은 하얀 꽃 만발한 배 밭 지난다. 꽃이 지고 그 자리 열매 맺어 둥실둥실 익을 때까지 농사짓는 이들의 바쁜 손길이 얼마나 많이 닿을지...

드넓은 밭갈이가 진행되는 곳은 생명의 씨앗이 폭 안길 테지.

울긋불긋 복숭아꽃도 화사하게 핀 곳 밑에는 많은 사람들의 분주함이 느껴졌다. 수분 작업하는 중이겠지. 한참을 더 달리니 포도나무들 몸속 가득 물 끌어올리는 중인 듯 열심히 제 할 일 하고 있다.

정신을 차리니 그리운 울산도 지나고, 드디어 목적지인 부산역 도착이다. 끝없이 쭉쭉 뻗어있는 건물들을 보니 전국이 서울이다. 차 타고 가면 여러 시간 달리고 또 달려야 할 길을 KTX 타고 달리니 순식간에 서울에서 부산 도착이다. 4월의 연둣빛 국토 가까이 들여다보며 달린 푸르른 날 소중한 기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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