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좀 뜹시데이!

근로소득과 더불어 자본소득에도

by 서비휘


꼬박 하루 맘이 휘청했다. 남들이 50억 집에 살든 100억에 살든 그들만의 리그니까

마음 편히 숨 쉬며 가족들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이 집이 나에겐 최고라고 생각했다.


탁 트인 대학 운동장이 내려다보이고, 이름난 서울의 명산이 병풍처럼 빙 둘러쳐져 있는 곳.

앞 발코니에선 남산타워까지 멀리 보이고, 하늘이 훤히 올려다 보여 동 서쪽으로 해의 움직임을 내다보는 것만도 맘의 위안을 받는 곳이다.

유튜브엘 들어가면 관심 있는 것과 연관 지어 주르륵 알고리즘이 데려다준다. 미처 알지 못한 것까지 알려주니 고마울 때도 많다. 대부분 좋은 책 소개, 감동적인 노래가 대부분이라 평화롭다. 살짝 눈을 돌려 인터넷 기사를 보다 보니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다른 소식통을 통한 다른 이의 삶을 들여다보고선 자신이 초라하고 작아 보인다고 했다. sns 속에서 그 정도이니 실제상황과 맞닥뜨렸던 나는 쭈그리 그 자체로 딱 하루 동안 휘청댔다.

작년 2월 새 아파트로 입주한 시동생네 7억 아파트가 1년 지난 지금 10억을 훌쩍 넘긴. 호가 긴 하지만, 그 정도의 시세가 됐다는 거다. 같은 단지 내에서 1단지냐 4단지냐에 따라서 몇 억 차이가 나는데, 단지 선택이나 입지 선택도 잘해서이다. 어려운 살림에 시엄니께 도움 요청할 때가 많았는데, 재테크를 잘해 부유해졌으니 진정으로 시엄니만큼 축하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시엄니께서 더 이상 작은 아들 어쩌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다만, 맘이 아프게 다가왔던 건 며칠 전이 떠올라서다. 그이는 자전거 한 대 사야겠다며 휴대폰 속 중고시장을 돌고 있었다.

“음... 마땅한 게 없네.”

“뭘 중고 사려고 그래. 그냥 새 걸로 사~.”

“그게 얼만지 알아? 새 거는 80만 원을 줘야 해.”

자전거 1대 800만 원이니 더 좋은 건 천만 원 한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동네 한 바퀴 도는 정도라면 모를까. 자전거 타고 제법 거리가 있는 곳까지 다녀오려면 80만 원은 기본일 거라고 생각되었다. 그이는 중고도 40만 원이라며 결정을 못하고 망설였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난 거다.


시동생은 직업군인으로 전역해서인가. 액티브 한 운동을 좋아했다. 지금보다 좀 더 젊었을 땐 배드민턴에 취미가 있어 채 하나에 몇십만 원 하는 걸 손쉽게 구입했다. 잘 살고 형편이 넉넉했을 때라면 사는 걸 누가 뭐라 하겠는가. 늘 쪼달린다며 우리에게도 시엄니께도 빌려 달라 했을 때니...


중고 40만 원도 비싸다며 망설였던 자전거가 시동생네는 문 밖에도 집 안 테라스에도 몇 대가 되어 보였다. 부산의 전체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황령산엘 틈 날 때마다 타고 오르내릴 정도니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 가격 또한 대충 짐작이 갔다.

예전에 시엄니께 빌려갔던 돈은 갚았는지, 우리에게 빌려갔던 돈도 설, 추석 명절 때마다 10만 원씩 갚는다 하여 2년 차 받을 때인가, 어려운 형편인 동생네한테 돈 받는 내가 오히려 죄인 같아

“다 받은 걸로 할게. 이제 그만 줘도 돼.” 동서한테 말했었다.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며 그 이한테

“빌려간 돈 주지 않겠지?”

물었다가 붉그락푸르락거리는 얼굴만 괜히 봐야 했다. 자기 동생 이야기라고 듣기 싫어했다. 그럴 거라 생각했지만, 괜히 나도 심술이 났던 거지.


오늘 새벽에도 하늘의 해가 깨기 전 출근하기 위해 그이는 집을 나섰다.

평생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나의 당신,

항상 가족들한테 베풀기만 한 마음 고마워요.

아직 콩깍지 안 벗겨진 건 알잖아요.

잠시 물욕에 내가 눈이 어두워 맘이 휘청댔던 거였어요. 사고 싶어 했던 자전거는 철부지 아내인 내가 두 대 이상은 돈 좀 많이 벌어 사주고 한 대는 당장 사 줄게요.

글구, 여보 당신,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 자전거 타고 체력 튼튼히 길러 우리도 이젠 근로소득과 더불어 자본소득에도 눈 좀 뜹시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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