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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Jul 24. 2021

서비휘의  토채보 미술관

연중무휴입니다.

서비휘의  토채보 미술관

전시장 : 다음 서비휘 브런치 방

전시일자 : 연중무휴

관람시간 : 24시간

주의사항 : 서울 아파트 근처 텃밭과 남양주의 주말농장에서 찍은 사진이 주 촬영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작품이  되어  지역이나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으니 감안하여 관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전시는 주말농장을 오가면서 호박의 매력에 매료되어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어디든 쭉쭉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추진력, 돌파력, 풍성한 나눔이 있는 호박을 첫 번째 전시작품으로 잡은 이유입니다.

호박 줄기, 호박꽃, 호박잎, 호박, 벌들의 입맞춤.

사랑스러운 연둣빛 애호박, 태어날 때부터 맷돌호박, 주키니 호박, 럭비공 호박, 누렁이 호박.

익숙해지면 작품 하나하나 작품명까지 달아주어야 할 텐데.

지금은 오시면 자유롭게 제목을 생각하며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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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처음 가 본적이 언제였을까요? 미술책에서 그림이나 많은 전시작품을 보던 게 전부이던 시절. 언니 집 큰 딸냄이 미대를 들어가면서 졸업전시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는 걸 봤습니다. 몇 달에 걸쳐 그린 완성작을 실패작이라며 이모가 가질 거면 가지라고 합니다. 그림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 어디가 실수인지 모를 벽면 한가득인 큰 작품을 받았습니다. 우리 집에 첫 미술작품치곤 대작이 걸린 셈입니다.


 몇 달에 걸쳐 그린 갈대  한가득인 그림을 우리 집 벽에 표구를 해서 걸어두었습니다. 미술 작품 하나 걸었을 뿐인데, 미술관처럼 집이 근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문제는 잦은 이사 때마다 작품 걸 장소가 마땅찮을 땐 식탁 옆에 걸었다가 음식물이 튀기도 하는 그림을 대하는 몰상식한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집에선 그림을 걸 만한 큰 벽이 나오지 않는 아파트였습니다. 창고도 없는 구조 탓에 큰 작품을 분리수거장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걸 들고 가고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선 잘 관리되며 그림이 빛을 발하기 바랐습니다.

조카가 그려준 그림을 무식하게 관리하다 지금은 누군가의 집에 걸려있는지도 모를.  이 사실을 알면 많이 서운해할 일입니다.


울산 언니 집에 그와 비슷한 그림 졸업 작품 전시회 때 출품되었던 그 작품은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모습은 어릴 때부터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직접 내 손을 거친 그림은 참 볼품없는 낙서에 가까웠습니다.

아이들은 뭔가가 떠오르고 표현하기 어려울 땐 그림으로 그려주길 원했지만, 쓰윽 그려주면

“에이, 그게 뭐예요?”

그런 소리를 듣기 일쑤라 연습을 해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화가도 아니고 그리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끄적이는 그림이라도 그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어 이 책 저책 그림의 기초부터 스케치북 크기의 크로키 북까지 사다 놓긴 해도 손이 잘 가지 않았습니다. 흥미가 그만큼  없다는 것이겠지요.


한 때는 수채화와 드로잉을 큰 맘먹고 배워보겠다고 이젤과 수채화 용품 그 외 미술용품을 넣어 다니는 화판 겸 가방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것도 그때뿐. 참 늘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도로 후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 엄마가 되고 쪼꼬미들과 함께 지내면서 월 중 행사로 미술관을 견학 다녔습니다. 유아교육뿐만 아니라 홍대 미대를 졸업하신 원장님 덕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림과 작품에 조예가 깊어 더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겁니다. 그즈음 개인적으로 우아한 흉내 내듯 여기저기 있는 미술관을 찾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지금 다니는 유치원은 건물 자체가 작은 미술관입니다. 건물 전체의 천장이 뻥 뚫려 노출된 것부터 시작해 벽면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 걸려있습니다.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까지 구석구석 손이 안 간 곳이 없는 전시장을 둘러보는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살아 숨 쉬는 그림을 그려내는 걸 볼 때면 모두가 꼬마 작가란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어느 정도 끄적임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고민만 늘 하다 문득 꼭 건물 속에 손으로 그리고 만든 작품만이  미술관이 되는 것일까를 생각했습니다.


매일 광활한 자연을 보며 매 순간 변화무쌍한 순간포착을 찍는 사진이 정말 많습니다. 가던 길 멈추고 땡볕 아래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찍기도 하고 비 오는 날엔 비를 맞으며 찍기도 했습니다. 꺼내 주지 않으면 묻혀 없어질 걸 작품이란 이름으로 선보입니다.


사진에 대해 잘 모르면서 느낌으로 찍은 것들이라 볼품이 없을 수 있습니다. 서비휘 전시장을 열어두면 많이 오셔서 관람하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휴대폰 갤러리 속에 파묻혀 빛을 발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진을 건져주고 싶은 엄마 마음으로 담았습니다.


빛에 따라 바람이 빗물이 붓이 되어 쓰윽 그려낸 색감은 눈이 부십니다. 서비휘 찰칵  ㅉㅣㄱ힌  토채보  미술관을 찾아주신 여러분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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