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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19. 2021

모기가  따르는  아저씨

너희들 이제 들어가야 하지 않니?

잠이 깼다 한밤중에. 그 녀석이 잠을 깨웠다가 맞겠다. 둘 사이 한 사람 뉠 정도 간격이 벌어졌다 해도 나란히 자고 있었다. 얼굴과 손발은 둘 다 내놓은 상태. 백발백중 그이를 붙잡고 물고 늘어지는 걸 보면 체취나 면적이 자기 취향인 게다.


어젯밤 한 잔 하고 들어와 곯아떨어짐을 어찌 알았을꼬, 손등은 살짝 이마팍은 세게 물었다. 손등과는 비교 안 되게 퉁퉁 부어올라 혹부리 영감처럼 되었다.


그 녀석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1단 2단 3단 칠 수 있는 최대한의 성벽을 쌓듯 막아놔도 요리조리 뚫고 들어온 것이다. 녀석들이 얼마나 진화했는지 소리도 내지 않는다. 잠귀 밝은 내가 약간의 소리에도 벌떡 일어나는 편인데, 내 옆엔 얼씬도 않는 똑소리 나는 녀석들.


헌혈을 마쳐야 반응이 오는지 그때서야 박박 긁는다. 물파스를 찾느라 부스럭대는 소리에 나도 잠이 깨는 것이다. 그이는 여기저기 주삿바늘처럼 뾰족한 게 다녀간 자리 긁다가 물파스 바르고 자려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물파스를 찾을 거면서.


모기를 잡으려면 안경 찾아 껴야 하고, 낀다고 해서 잘 보이지 않나 어쩌나 자리에서 일어나 잡지 않는다. 깨알 같은 휴대폰 글씨는 안경 안 껴도 잘 보던데. 모기 잡지 않는 이유는 귀찮고 못 찾아낼  같으니까.


나는 눈이 좋은 편이다. 시력 검사하면 지금도 좋다고. 저 멀리 있는 작은 글씨도 다 보일 정도이니. 모기 녀석 크기라면 단박에 찾아내고도 남음이다. 휴대폰 글씨가 잘 안 보이고 책을 가까이 보기 힘들다는 게 함정. 글씨 크기를 대문짝만 하게 해 놔도 오래 들여다보질 못한다. 눈이 시리고 눈앞이 흐려 제대로 눈을 뜰 수가 없는 것이다. 가까이 보지 말고 멀리 보라는 것인지. 휴대폰 속의 모기는 어떨지 몰라도 실제 돌아다니거나 어딘가 붙어있는 건 잘도 찾아내는 것이다.


그이가 벅벅 긁어대면 나는 일어나서 불을 켠다.

세상이 다 조용한 시간, 이불 위에 올라앉아 눈알만 요리조리 굴려 봐도 주둥이 하나 보이지 않네. 이럴 땐 일어서야 한다. 한 밤중 숨바꼭질 하자는 것이기에.

어딘가 꼭꼭 숨어있는 녀석을 찾아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이뿐만 아니라 들썩거리고 부스럭대는 소리에 내 잠도 같이 달아나 버려서. 불 꺼진 허공에 대고 손만 휘젓을 수도 없고.


내 키가 작아 천장에 붙으면 못 잡을 안다. 녀석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는 걸 모르는 게지. 피아노 의자를 끌고 와 올라가서 손으로 잡으려 해서도 안된다. 10번 중 9번은 놓치기 때문. 목을 뒤로 젖힌 불편한 자세에서 윗집도 주무시고 계실 텐데, 손으로 힘껏 쳐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그이에게 바통 터치받은 모기 채를 갖다 대기만 하면 찌지직!!

공동작전에 영락없이 잡히고 만다.


배불리 먹고 몸이 무거워서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벽면이나 장롱에 붙어있을 땐 한방에 딱! 소리가 날 정도로 내리쳐야 한다. 빨간 피가 조금 전 헌혈받았음을 증명해주는데, 피맛을 삼키자마자 잡혀버렸으니. 그 녀석 입장에선 억울하기 짝이 없겠다.

아무튼 울 집에 그이만 있으면 따닝 방도 아드닝 방도 무사히 잘 수 있다. 그이만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들이니까. 그이가 출장 가고 없는 날엔 귀신 같이 알아채고 2순위인 따닝 방으로 향한다. 따닝도 없는 날엔 아드닝 방으로.


셋 다 없는 날엔 맛없는 나를 습격해 오는 건 꿩 대신 닭 닭 대신 참새인가. 고 녀석들 참나, 고기에 침 꽂을 때의 촉감과 피 맛을 어찌 구별해내고 그러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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