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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Dec 03. 2021

관장님이라  불러주는 단 한 사람

울 따닝을 많이 많이 따랑해!!

“관장님,~노을 촬영 안 하는지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충전 중이던 촬영 도구를 챙겼다. 내 몸놀림이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날렵할 수가 없다. 촬영도구라 해봐야 갤럭시 노트10. 거기에 찰나 붙잡으려 안간힘 쓰는  내 맘이 전부.


관장이란 호칭은 울 따닝이 불러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토채보미술관을 개관했다고 했을 때 우리 엄마는 정말 못 말리고 특이한 사람이라며 웃어댔다.

실력 인정을 하며 대단하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고.

놀림반 섞어 상황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달라지는데, 어쩌다 사진을 찍으라고 알릴 때면 관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어이쿠, 저  아름다운 광경을 모르고 있었다니!”

듣는 순간, 두 손과 맘이 바빠졌다. 계속될 거 같은 눈앞의 아름다운 풍경도 한순간 사라져 버리는 걸 아니까

서둘러야 한 것이다.


앞 뒤 발코니를 바삐 오가며 찰칵찰칵 쉼 없이 눌러대는 모습을 보며 울 아드닝이 웃다 말고 한 마디 거든다.

어무이,  매일 보는 노을인데, 뭐가 다른 것이 있어요?”

“네가 몰라서 그렇지, 한 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

“그게 그거 같은뎁쇼.”

“대충 보면 그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거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미세한 나뭇가지의 떨림으로 벌써 봄을 준비하는 목련나무와 산수유나무들의 꽃눈이 간질간질 거리는 걸 보고 있고,  이불 덮고 누운 듯 가만가만 있는 민들레 꽃을 들여다보는 어미의 맘을 어찌 알겠는가.

울 따닝은 내가 표정을  하고  있을 때면,

“아주머니, 무슨 생각하십니까? 정신 차리시지요.”

이럴 땐 양호한 말투로 안드로메다 가 있는 나를 불러들일 때고.

실수투성이 모습을 볼 때면 맹순이 아줌마, 속임 당하기 딱 좋은 아주머니 등. 똥개 아줌마 취급도 안 해 주는 말로 부르다가 갑자기 관장님이란 호칭으로 부를 때면 이런 개그도 없는 것이다.


소파에 앉다 우연히 보게 된 앞 발코니 쪽 붉은 노을이 울 따닝의 눈에 들어왔을 테고. 평소 호들갑을 떨어대던 어미 모습이 잠잠한 걸로 봐선 아직 발견하지 못함이 분명해 보이니 한 마디 던진 것일 터.


울 따닝 덕분에 퇴근해서 바삐 저녁준비하다 표현하지 못할 색감으로 물든 노을을 볼 수 있었고, 촬영까지 할 수 있었으니 이보다 감사한 일이 어디겠는가.

1인 미술관 운영임을 감안한 어미에게 관장님이라는 존칭어를  면서 말이다.

유일하게 관장님이라고 불러주는 울 따닝, 내가 가끔씩 언니라고 부르는 울 따닝.

오늘도 파이팅!!


어미는 어김없이 촬영할 테니 너는 열심히 너의 일을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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