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비휘 Nov 17. 2021

아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

우리 집에 서비휘존이 있다고?

“나도 엄마처럼 살고  싶다.

그 무엇이  울  따닝에게 그런 생각이 들게 했을까.


언제부턴  울 따닝 퇴근해서 몇 마디 하지 않는 말 중에 자주 언급하는 말이  된  것이다.


생각해보니 어느 날 나도 몰랐던 대봉감이 한 상자 도착하고부터가 아닐까 싶다. 대봉감을 보낸 이가 그이였다는 걸 안 따닝은 엄만, 아빠 참 잘 만났다. 아빠한테 정말 잘해줘야 된다는 말로 시작해서 그동안 딸로서 느끼고 보아 온 아빠의 착한 행실에 대해 늘어놓기 시작했다.


“식구들 중 대봉감이 홍시가 되었을 때 분명 먹는 사람은 엄마뿐인데, 그걸 주문했다는 건 엄마를 위한 거. 고구마 좋아한다고 꿀 고구마도 시켜줘. 강냉이, 땅콩, 대추. 대추는 해마다 아빠를 사랑하시는 분이 보은대추를 맘껏 보내주셔. 완전 주방 한쪽이 서비휘존이잖아. 박스 박스에 검은 비닐 봉다리 마다 먹을 게 잔뜩 있어. 밥을 그렇게 많이 먹고도 봉다리에서 주섬주섬 들고 나오는 먹을 거라니. 그것뿐인 줄 알아? 세제가 필요하다 비누가 필요하다 쌀이 필요하다 말만 꺼내 놓으면 다음 날 바로 배달되어 오잖아. 세상에 아빠 같은 사람 있으면 당장 결혼해서 살겠다.


어릴 땐 지금 말하고 있는 따닝 그 입으로 말했었다.

엄만, 아빠의 어디가 좋아 결혼했냐며. 무뚝뚝해서 재미없고 멋도 없고 못 생기기까지 한 사람을.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어 있는 엄마의 그 콩깍지를 자기 손으로 벗겨주고 싶다고 했었다. 그랬던 그 따닝이 커서 자기 손으로 일해 돈 버는 사회생활을 해보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나. 왜 그런 사람과 결혼했냐고 말했던 사람과 닮거나 비슷한 나타나면 당장 결혼할 정도라니.


직장에서 결혼하신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가. 엄마 뻘인 선배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나.  


나야 하루 온종일 남자라곤 우리 일곱 살 친구들과 차량 기사님 정도. 주로 여자들과 생활하고 젊은 아씨 선생님들이 대부분인데, 한창 연애 중인 이야기는 달달하고 달콤하기까지 해서리.

남자들이 여친을 위하고 아내가 되면 대부분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줄 아는 것이다.


울 따닝 여고 때 모임 친구들이 아빠를 보고 싶다고 한 걸 보면 따닝 말속에 장점을 부각시킨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엄마들은 오가며 한 번씩 만남의 기회가 있었는데, 아빠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던 거. 자연스레 엄마, 아빠 이야기가 등장하면 캐릭터가 나온단다. 결혼할 때가 되어서인가. 츤데레 아빠들이 은근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그중 아빠가 가장 츤데레에 가깝다 보니 말만 들어도 좋아하고 만나보고 싶어 하는 1위 아빠되었단다.  


"만나보고 싶은 1위 아빠  등극이라! 아빠 알면 좋아하겠다."


“엄마의 캐릭터는 뭘로 통하니?”

말 나온 김에 궁금증이  생겨 물어보았다.

“엄마는 코믹에다 소녀소녀. 프사가 1000장이 넘는 사람은 엄마밖에 없을 걸. S는 엄마 프사 팬이잖아. 미꾸라지 사진은 지금도 얘기 꺼내는데, 그럴 때마다 배꼽 잡고 웃어. 요즘은 엄마가 거미 마니아 된 거냐고 묻던데.”


그 미꾸라지는 아직도 내 기억에도 생생하다. 아파트 화단 한켠 어느 경비아저씨께서 만들었던 관람용 호수. 그 촘촘하게 엮은 관람용 호수 속에는 미꾸라지 2마리가 노닐고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솜씨로 지나다니는 주민들 보라고 만드신 거 같았다. 며칠 출퇴근하며 신기하게 요리조리 들여다보았다. 미꾸라지가 힘차게 노닐고 있었다.

어느 날 슬픈 문구가 떡하니 붙어있다. 안타까워하는 맘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맘이 아팠던 기억인데, 그 프사가 그렇게 웃겼는지 지금도 친구들 만나 엄마 이야기가 나올 때면 어김없이 미꾸라지 사진이  등장한다.


그걸  만드신  경비아저씨와  사진  찍어 프사에 올린  친구 엄마가  도찐개찐이라서   우스웠나.


친구 넷의 엄마, 아빠 8명 중에 코믹이 두 명인데, 엄마랑 s의 아빠 란다. s의 아빠는 쇼핑을 즐기고 옷 사는 걸 좋아하는데, 하도 해대는  S 엄마의 잔소리와 야단을 맞기 싫어 문 밖의 소화전 안에 옷을 두고 온다며 넷이 까르르 깔깔 넘어간다는 것이다.

“어 그거 예전에 엄마가 쓰던 수법인데... s아빠도 그러시구나.”

나머지 아빠들은 사주는 옷 주로 입는데, s아빠만 옷을  엄청 많이 사신단다.  따닝들이 모이면 별별 이야기를 다 하는구나 다.


그나저나 어쩐대니 울 따닝. 엄마처럼 살려면 야무지지 못하고, 덜렁대고,  깡통 기계치에 공상과 망상 좋아하고, 무엇보다 애들을 무지 좋아해야 하는데, 무엇하나 해당되는 것이 없으니 .


‘분명 엄마 딸인데, 넌 너무 야무지고  기계와 친하단  말이야.’

매거진의 이전글 '어이, 당신!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삽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