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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r 16. 2022

체험, 삶의 주방

밥투정, 반찬투정 강물에나 던져버려!!

살아있는 존재 모두는 먹고 자고 숨 쉬는 활동이 필수라 할 수 있다. 살기 위해선 어느 하나 소홀하거나 빠트릴 수 없으니 생명 자체를 유지해 나가기 힘든  때문일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할 수 있는 사람도 예외가 아닐 터.


아주 오래전, 우리 인류는 동굴에서 자고 나무 열매나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다 먹을 게 바닥  보일 무렵, 또 다른 먹거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던 시절도 있었다.


농사를 지으며 시작된 정착생활은 오늘날까지 이어졌으리라. 누구든 먹지 않곤 생명 유지가 힘들기에 먹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 아무데서나 자고 주변에 있는 아무거나 먹고 지낼 수만 있다면 무슨 걱정이랴.


삶의 질이 높아지며 좀 더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잘 먹는다는 것은 사람마다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음식이 될 수도, 또 다른 누군가는 눈과 입, 마음이 즐거우면 최고의 맛을 지닌 음식이라고 여길 수도 있는 것.

건강한 몸을 챙기면서 눈과 입이 덩달아 기쁘고 좋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일 순 없을 테다.


집집마다 가족들이 먹는 음식을 책임지고 요리하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공통적인 맘이라면 좀 더 맛있고 즐겁게 먹는 음식이 몸에 좋은 피와 살이 되길 바랄 터. 문제가 있다면 몇 안 되는 가족이나 스스로의 입맛 맞추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빠르고 바쁜 삶을 살아가다 보니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집 밥을 대신해 바깥이나 배달 음식을 섭취할 기회가 많아졌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도 손품 발품 팔아 좀 더 신선한 재료로 먹는 사람 입맛 사로잡아 만족한 한 끼 식사되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게 요리하는 사람 맘일 것이다.

다만, 많은 이들의 입맛을 맞춰야 하니 각종 조미료와 좀 더 자극적이고 강한 맛을 내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일 테고.


집 밥은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 간을 약하고 조미료도 안 쓸 때가 많아 심심하고 밍밍하게 느껴지려나.

심심하고 건강한 맛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지만, 수요가 있어야 하고 수익도 남아야 하니 쉽지 않다는 거.


어느 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된 뒤 주방에서 요리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었건만, 네 가족 입맛 맞추기도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흔히들 주부가 된 후엔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 맛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요리하는 시간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겐 고역일 수밖에.


매일 먹는 점심밥을 고민 하나 없이 식단표에 맞춰 주방 선생님께서 해 주시는 걸 먹고 있다. 영양사님께서 성장기 유아들의 영양을 고려해 맞춘 식단이라 자극적이지 않고 심심하면서 건강한 맛을 배고프지 않게만 먹었었다. 그동안 줄곧.


월요일 아침, 보조주방 선생님 가족들의 오미크론 확진으로 바쁜 자리에 구멍이 생겨 버린 거. 집안 행사 있을 때면 설거지 담당인 내가 주부 경력 여러 해란 이유만으로 도우미 당첨 1순위가 된 것이다.

가족 네 사람 밥을 뚝딱해내는 주방일이라면 매일 해야만 하는  일. (말은 이렇게  해도  늘  어렵다.) 유치원 주방을 들어서며 자신 있고 말고의 생각은 1초도 지나지 않아 깨갱깽이 되었다.


드나들던 곳인데, 주방 선생님 지시를 받들고자 도우미로 들어서자, 완전 다른 장소처럼 느껴졌다.

우선 밥솥 크기부터 국 냄비와 프라이팬 사이즈도 아주 컸지만, 가스 레인지 화력에 그만 압도당해버렸다.


원생 140여 명에 선생님들 합쳐 스무 명도 넘는 인원의 점심밥과 종일반 오후 간식까지

두 분이서 해 냈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라는 걸  생각은 했지만, 주방에 들어서서 느끼는 바와는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주방 선생님께선 많은 밥과 반찬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걸 어찌 알았을꼬.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만 골라 주셨다. 가늘디 가는 진미채 양념해 주신 걸 골고루 잘 배이게 섞어주는 것과 김을 네모 반듯이 잘라 놓는 일.

진미채 양념되어 있는 거 쓰윽 버무리면 끝날 줄 알았던 게 쉽게 끝나지 않았다. 양념이 군데군데 뭉치지 않게 하려면 수없이 많은 손길로 매만져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밥 몇 숟갈 뜨고 반찬 몇 번 집어 먹다 보면 몇 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입맛에 맞던 안 맞던 모든 반찬에는 선생님들의 수고로움이 잔뜩 배였다는 걸 알고 나니 반찬 한 점 대충 먹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짧은 시간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 별 도움 되지 못하고, 주방에서 일하시는 두 선생님의 고된 일을 체험한 듯 보고 나니 밥과 반찬 하나 허투루 삼켜서는 안 되겠다는.


다른 이들이 하고 있는 일은 손쉽게 하는 것처럼 보인다. 본인이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으니 말이다.

오미크론이 할퀴고 지나간 빈자리 일을 채우다 보니 서로 하는 일의 고충을 알게 되고,

실수나 부족함도 없지만 있더라도 더 이해하게 되는.

'반찬 투정 그 딴 거 강물에나 풍덩 던져버려!'


그 넓은 주방 할 일 많은 곳에서 아이들 음식으로  성장 책임지시는 분.

계란,  밀가루,  사과,  각종 견과류 등  알러지 있는  친구들  음식 따로  준비하시며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을 거 같은.

기꺼이 지켜주고 계셔서 진정  고맙고 감사한 맘으로  다 식어도  꿀맛같은 밥 한술 입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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