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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Mar 12. 2022

제비 주둥이 빛깔로 봄은 다가온다

동시다발적으로 봄은 건너오고

살면서 늘 처음 맞이하는 날들 중 3월 첫 주말. 예정된 의식을 치르듯 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지자 침대에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일주일 분량  무거운 몸이라 일으킬 수 있을지 약간의 걱정은 있었더랬다.


단톡방에 줄줄이 사탕, 비엔나소시지처럼 달리는 참석자 명단이 바닥난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느낌이라니 떠올리기만 해도 좋은 사람들이 주는 에너지였을 터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우리들은 매 달 첫 주 토요일 만남을 가진다. 중간중간 좋은 소식이 있을 땐 공유하지만, 한 달이 순식간이고 눈 깜짝할 사이라는 거. 엊그제 만난 거 같은데, 벌써 한 달이라니. 시간이 차암 빠르게 지나간다.


삼라만상 겨울잠에서 깨고 개구리마저 나온다는 경칩 온몸으로 봄 마중 나서듯 발걸음에 힘을 실었다.

올해의 봄은 동시다발적으로 온 사방으로 달려왔다. 어디다 두 팔 벌리며 맞아야 할지 어리둥절했으나, 그 사이 와락 안기는 녀석부터 받아들였다. 아직 눈길조차 못준 녀석들이 수두룩. 보자기 속 보물을 펼쳐 보이듯 한 풀 열었다.

향기와 바람 속에 날아든 제비 주둥이 빛깔 같은 고운 색에서 아가들 향이 몽실거린다.


바닥 블럭 사이를  비집고  돋아난 초록 왕관은 아가들  머리 위에  씌워 주면

근사할 듯하다.

3월은 웃음과 울음 속에 봄기운이 스며있다. 새 학년 새 학기 맞아 마련했을 새 구두, 새 머리핀부터 스스로 밥 떠먹을 수 있는 수저, 물통까지... 모든 것이 새 봄맞이하며 쓰이는 장비이고 도구이다. 혼자서도 헤쳐 나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개인 물품인 거.

아침마다 꽃단장하며 많은 얘기를 주고받았을 터.

‘엄마랑 같이 있을 거야. 떨어지기 싫어. 안 갈래...’

그럼에도 좀 더 넓은 세상에 발을 떼어놓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고 얘기하며 수많은 밤과 아침을 맞이했을 터이니.

맘 단단해졌다 싶을 때 엄마가  아이  끌듯  세상 향한 문을 열었건만,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 보고픈 생각에 보이지 않는 눈물 흘리는 3월.  

그 필연의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혀 갑자기 센바람 불 듯 느낄 불안과 초조를 줄이고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우리들. 집에 가면 거의 떡실신에 가까운 시간이었음을 나누는 게 마주치는 우리의 인사법이라도 된 듯. 주말이면 침대와 한 몸이 될 수밖에 없던 나날이었다.


그런 가운데 자발적인 발걸음이었으니. 이웃하고 있는 동네임에도 늘 처음인 곳이 많다. 대표님께서 장소를 물색하고 직접 참여하는 단체가 많아 발 빠르게 얻은 정보 덕분임을 알기에.

개인들은 부지런을 떨어 참여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서울 둘레길을 걸으며 알고 계시거나 공부해 오신 것도 아낌없이 들려주시며 좋은 경험을 나누려는 사고를 가지라는 말씀을 매번 하시니 조금씩 스미는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자기 분야에서 살아온 경험을 어떤 형태로든 나누다 보면 또 다른 누군가 도움 받고

크기에 상관없이 나누려는 마음이 된다는 거. 말씀 속에 느껴지는 걸 보면 대표님의 모임  취지인 거 같긴 하다.


많은 이가 옳은 정신을 수시로 일깨우길  바라며, 그 바쁜 일정 속에도 매달 모임을 주관하시는 덕에 자연의 향기  코끝 가까이 접하며 아끼며 존재케 해야 하는 이유까지.

맘 속  깊이 깨달아 스스로 앞장서게 하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쉴 새 없이 불어대는 바람 속에 봄은 녹아있었고, 사람들 표정과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2022년의 봄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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