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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Feb 09. 2022

삶의 동심원을  크게  그리는 이들

넓게 더 깊게

눈에 익고 가까이 보인다고 해서 다 아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아도 아는 것이 있고,

보고 다니면서도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다.


새로운 달이 문을 여는 첫째 주 토요일이면 만남이 이루어진다.

집 주변의 마을을 돌아보며 살펴보고 다니는 일,

미처 보지 못할 뿐 아니라 알지 못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이 있었다.


살았던 곳, 살고 있는 곳, 앞으로 살아가야 할 곳에 대한 관심 많은 사람들을 한데 모은 듯.

터치도 하기 전 줄줄 알고 있는 것들을 쏟아내는 이들과의 만남이 값지고 보배롭다,

주변인과 주변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남다른 사람들.


4년째 이 마을에 살며 늘 오가던 곳, 대충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건만,

에나 콩콩,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었다.

뒷동산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가까운 곳에 야트막한 야산이 있어도 그곳 활용도도 몰랐다.

가 본 적 없고 알아보려 해 본 적도 없으니 참 한심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겨울이라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도시농업 네트워크가 활발히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도시 생명까지 불 지피고 있던 곳인데... 우리 텃밭 오가기도 바빴고, 이런 귀한 곳이 있는지 알지 못해 더 그랬을 수도.

어디나 그렇지만, 이곳도 생명 품었던 텃밭들이 긴 겨울 휴식기에 잠든 듯 휑하니 조용하다.


걷다 보니 맘을 확 잡아끄는 것이 있었으니 드넓게 펼쳐진 배나무 밭이었다.

지금은 가지만 남았어도 곳곳에 꽃눈과 잎눈이 싹 띄울 날을 꿈꾸고 있을 터.

따스한 봄이 되면 하얀 꽃을 피워 장관을 이룰 것이 분명해 보인다. 눈앞에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양 화사하게 눈부시다.


 울 모임을 주최하신 분이 극단 운영 대표님이시다. 나란히 길을 걸으며 앞으로의 꿈을 펼쳐 보일 때 내 맘이 부풀어 오르는 듯 설레었다. 금방이라도 무대 위의 주인공들이 눈앞에서 연극을 하듯 실감 나게 묘사해 주셔서 더 그런 듯. 다른 사람의 꿈 소식만으로 충분히 가슴이 벅참을 느낀다.


아주 작은 개구리 목걸이와 개구리 인형을 가방에 매달고 다니실 정도로 개구리 사랑이 지극하셨다.

개구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뭐든 수집 중인 취미를 가지신 분. 1000여 점이 넘는 작품으로 전시회까지

하셨을 정도로 집 안 가득 개구리가 숨 쉬고 있다는데.

세상에서 작은 개구리 왕자를 연극으로 올리면서 그 극에 몰입하다 개구리까지 수집하는 계기가 되셨다는.


직접 사거나 모은 것도 많았고, 개구리라면 무엇이 됐든 아는 지인 분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보내주셨단다. 언젠가 전시회를 갔을 때 닭과 관련된 세계 닭들이 모인 걸 봤었다. 그림이나 그릇, 인형, 도자기 등 별의별 닭들을 보고 많이 놀란 적 있는데, 곧 1000여 종이 넘는 아이디어 개구리도 볼 수 있을 거 같다.



비 오는 날, 물 웅덩이에 떨어지는 물방울이 커질수록 동그라미가 크게 번지는 것처럼

밖을 향해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삶의 동심원을 크게 그리는 사람들,

나에게까지 번져오는 울림을 주는 건 기분 탓만은 아닐 거라 우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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