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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비휘 Nov 22. 2021

오고 가는 정

정을 나누는 일 정답다.

뜨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저녁이다. 퇴근길 검은 봉지 든 손을 호주머니에 넣어도 여전히 차갑다. 봉지 속엔 꽁꽁 언 만두가 들었으니 보글보글 끓여 먹을 생각에 맘이 따뜻해진다. 꽁꽁 얼린 만두를 맘 예쁜 6세 반 선생님이 휴일 내내 빚은 만두라며 얼음 덩어리가 되도록 얼려 가지고 온 것이다.

많은 선생님 다 줄 수 없으니 좋아하는 사람만 주는 거라며 몰래 넣어주는데. 따로 챙김을 받는 듯 아이처럼 기분 좋고 발걸음도 가벼워졌다.


6세 반 선생님이라 복도를 오가며 만나면 괜히 반갑고 기분 좋아지는 선생님.

처음 낯선 이곳에 왔을 때  말 걸어주며 선생님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맘이 편해진다 등.

점점 더 예뻐지고 젊어진다는 얘기를  주는데, 누가 좋아하지 않을 사람 있겠는가.  그것도 울 따닝 나이쯤 되는 젊고 예쁜 20대 선생님이.

떡이 생기거나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닌 일을 하기 쉽지 않은 20대 선생님.

그 이름도 화려한 MZ세대라고  하지 않던가.


만둣국을 맛나게 끓이기 위해 떡국도 사고, 소고기도 사서 들어왔다. 빠르게 육수를 우려내어 떡만둣국을 끓이는데 구수한 냄새가 났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소리를 들으니 속이 뜨뜻해진다.

만두피가 두툼하게 빚어져서 투박한 만둣국이 되었다. 작은 오피스텔 방의 온 주방화를 만들어 그 많은 만두피를 빚고, 속까지 만들었을  걸 생각하니  더  고맙게 느껴진다. 얇게 빚어지지 않아도 정성을 생각하니 아무 문제 되지 않는 거다. 두꺼워도 얇게 빚은 것 못지않게 맛나고 시원한 맛이다.


떡국과 같이 끓였더니 온 가족이 먹고도 남을 만큼 양이 많다. 기온이 뚝 떨어져 겨울 추위가 느껴질 만큼 으스스 떨리던 날, 손으로 빚은 만두의 정성이 갸륵하여 추위쯤은 거뜬히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  


울 예쁜 선생님, 일주일 전에 담근 동치미가 뽀그르르 거품 뿜어 올리며 잘 익고 있던데, 기다려요. 곧 동치미 들고 맛 보여 줄 테니까. 동치미에 사랑 한 소큼, 정성 한 소큼도 톡톡  털어 넣었으니 달큼한 맛이 분명 날 것이고.


 동치미 한 입  넣었을 때  후련하고 시원한 느낌. 올 겨울 갑갑하고 답답한 일  없을 것이여. 동치미에게 다 맡겨  버리면 되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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