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770원

by 서비휘

지금은 금액 제한 없이 카드 결제가 가능해졌다.

현금 사용이 몸에 밴 어르신께도 은행에서 카드 쓰기를 권장하고 있는 요즘이니

카드 쓰기가 어느 순간 대중화로 바뀌어 버렸다.


일정 금액 이상 돼야 카드 결제가 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자연히 쭈욱 써오던 현금 사용이 편할 때였다.

돈을 쓰다 보면 거스름 돈인 동전이 자동으로 생기게 마련이다.

가방 속에 동전지갑 하나는 있어야 했다.

짤랑짤랑 왔다 갔다 지들끼리 부딪치는 소릴 미연에 방지해야 했으니.


이거 저것 사다 보면 남은 동전은 한 곳에 모아두기보다 던져두듯 한다.

적어도 일 다닐 때만큼은.

첫 딸을 낳고 휴직한 지 백일 즈음되니

가지고 있던 돈이 씨가 말라갔다.

시장 보거나 사용하고 던져뒀던 동전을 뒤적거리게 되더라.

10원, 50원, 100원짜리를 종류별로 분류해서

은행 가서 지폐로 바꾸었다.

‘티끌도 모으면 쓰일 곳이 있구나!’

공돈이 생긴 마냥 좋아하며 요긴하게 썼다.


그이가 회사를 다니며 매달 월급을 받아온다.

요것조것 떼다 보면 나한테 쓰일 만큼 풍족하거나 여유 있지 않았다.

맘껏 풍덩풍덩 쓸 수 있겠지만, 결국엔 빚이 되는 거겠지.


둘째를 낳고 휴직한 지 일 년쯤 되니 월급날이 되기 전에

통장 엥꼬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나일 때와 다르게

둘 일 때 쓰임이 더 커졌기 때문이겠지.

그럴 때면 동전 모은 것이 얼마가 되든 뒤적였다.

재래시장 가서 반찬거리 사야할 때 적은 돈이 큰 보탬이 되었다.


그 예전의 기억으로 이번엔 오백 원 동전이 꽤 들어 있는

동전 꾸러미를 들고 은행을 찾았다.

현금 사용이 대폭 준 데다 동전 내기도 쉽지 않아

그동안 모인 동전을 탈탈 털어 은행엘 간 거였다.

지폐로 교환되면 어디에 쓸지 대충 생각도 해 놓았다.

책 한 권 사고, 찬거리도 사고, 남으면 맛난 간식도 사고.


은행 안을 들어섰다. 안까지 들어와 본 지 꽤 됐다는 생각이다.

그 사이 달라진 시스템 중에 동전 교환도 해당되었다.

번호표를 뽑아 들고 은행원 앞에 불리기를 기다리는 건 옛날 방식!

오늘날 방식은 번호표를 뽑고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한쪽에 마련된 커다란 기계 통에 쏟아부으면 되는 거였다.

고추 방앗간에 가서 빨간 고추 말린 거나 불린 쌀을 쏟아부으면

쭈욱 빨려 내려가며 빻아지듯

동전들이 빨려 들어가며 착착착 척척척 !!

종류별로 분류되어 포장까지 짜잔~완성되더니

한 뭉치씩 토톡 톡!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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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방식이 옛날 사람인 내가 보니 신기해서 웃음이 났다.

그걸 들고 지폐 받을 생각에 잠시 기뻐했다.

현금을 손에 쥐어 주지 않는단다.

선택의 여지없이 통장으로 입금된다는 거다.


52,770원

돈이 없어 사용 않던 엥꼬 0이었던 통장에

본인의 의지 없이 다시 생명을 불어넣어졌다.

오만 칠천칠백칠십 원!

현금 들고 바로 쓰려하려 했던 돈을

통장에 넣어주니 바로 쓰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이상한 마음이 생겼다.

조금 더 뒀다가 찾아 쓸까 그대로 둘까

행복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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