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쉼터 될 '월세 아파트'

안전사고 없이 마무리 잘하기

by 서비휘

작업복 차림의 중년 남성이 마스크로 얼굴 반 이상을 가린 채 들어섰다.

“집 좀 구해주세요, 방 3개 34평 월세로요. 3명이 살 겁니다.”

“아~월세로 구하시게요?”

대부분 전세를 구해 보다 없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물어보기만 한다.

매물도 많지 않고, 대단지 아파트 112m2는 한 달 월세가 꽤 들어가지 싶어 되물었던 거다.

대부분 월 부담해야 할 금액이 크다 보니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일어나신다.


부담될까 염려하는 마음을 읽으셨나(?)

“인근에 있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작업하는 분들 집이 일산이나 파주, 광교에 사는 분들입니다.

새벽이나 밤늦은 시간까지 일할 때가 많아서요. 집까지 가기 쉽지 않습니다.”

공사가 끝날 때까지 임시로 기거할 집이 있어야 할 이유였다.

“3명인데 34평형으로 하시게요?”

아파트든 빌라든 전세가 나온 게 잘 없어서, 20평형대까지 영역을 넓히면 한 채라도 더 보여드릴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데, 퇴근해서 왔을 때 집이 너무 좁으면 마음이 안 좋을 거 같아요. 방이라도 넓게 구해드리고 싶어요.”

아 그런 깊은 뜻(?)이 싶어 슬쩍 얼굴을 한 번 더 보았다.

직원의 안전과 편안함을 도움 주기 위해 집을 구하러 다니는 팀장님 마음 씀씀이 정도면 직원들의 마음이 어떨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아파트 공사현장, 사시사철 힘들겠지만 여름이나 겨울이 기후적으로 상상이 안 될 정도로 힘들지 싶다.


건설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본 게 어릴 적 우리 집 앞마당이었다. 강에서 퍼 올린 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모래로 놀 수 있는 놀이가 정말 많았기에 동네 친구들과 놀 수 있는 놀이터가 따로 없었다. 매일 모래를 밟아 올라가면 발가락 사이로 간질이는 느낌도 좋고, 올라도 올라도 미끄러져 내리는 모래를 헤집어 놓는 게 우리 일이고, 큰 삽으로 산처럼 쌓아 올리는 게 어른들의 일이었다.

엄청 혼이 났을거 같은데, 기억이 별 나지 않는거 보면 암묵적으로 어른들의 눈 감아줌이 있지 않았을까.


어느 날 작은 자갈이 섞인 모래를 채반에 담아 흔들흔들해주면 고운 모래가 밑으로 살포시 모여 앉았다. 그 고운 모래로 브록을 만들어 담을 쌓아 올리기도 했을 테고, 창고 등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거 같다. 나는 여기에서~ 저기까지 블록 한 장 한 장씩 배달해 주고 용돈을 받았다. 내 어릴 적 체험 삶의 현장이었네.


내년 12월이 아파트 입주라더니 우리 집 발코니에서 공사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 관계없이 공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전에 없이 그 속에서 일하시는 분들 떠올려보게 된다. 가족들 떨어져서 밤이고 새벽이고 공사현장에 뛰어갈 일 많은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을. 아무쪼록 끝나는 날까지 안전사고 없이 불량 없이 잘 마치시길.

찾으시는 마음에 드는 월세 아파트 얼른 나와서 하루의 쉼이 온전하길 바라본다.

월세 아파트 찾기 나도 진행 중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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