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내 딸 친구인데, 졸업반이라 기숙사에서 나와야 해. 집이 청주라 서울에서 직장을 구할 예정이니 혼자 지낼 방 하나 알아봐 주라.”
대학교 주변이라 원룸을 알아보느라 바빠야 할 올 한 해, 신축 원룸도 비어있는 방이 1년 내내 수두룩했다. 작년까진 깨끗하고 깔끔한 집은 공실을 접할 수 없었고, 빈 방 나오기 무섭게 연결 연결이 되었으니. 이 학생은 기숙사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며 4년을 보냈단다. 이젠 취준생이든 취직을 하든 학교 기숙사는 나와야 하니 방을 구해야 한다는 거였다.
원룸이든 큰 집을 구하는 사람은 원하는 무언가 있을 터였다. 대충 원하는 조건을 물어봐 달랬더니 포스트잇이 찍힌 문자가 도착했다.
창문 열었을 때 옆집 X // 햇빛 환기 O // 주변 시끄러움 다운
하얀 벽지 // 3층 이상 // 책상 넓음
침대 & 책상(풀옵션) //
2017 이후(신축) // 1층 공동현관
주변 마트 or 편의점
이쯤이면 살고 싶은 원룸, 그림 그려도 될 만큼 상세하다. 원하는 방을 찾기가 훨씬 수월하겠다. 원룸 가까운 지하철 역 2번 출구에서 만나 방을 보러 갔다. 여학생 혼자 살고 있는 방이었다. 어쩜 그렇게 정리정돈을 잘하고 사는지 엄마 떨어져 혼자 사는 학생의 정갈한 방을 보고 있다. 이 학생은 꼼꼼함을 더해 세심하다. 창문 열어보며 환기가 잘되는지, 화장실 들어가서 물 틀어본다. 변기 물 내려 보고 싱크대에 있는 물 틀어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작은 어른이다. 문 밖이나 1층 현관의 CCTV 설치까지 있는지 놓치지 않았다.
어이쿠, 만약 엄마라고 이름 불리는 내가 따라갔어도 저 정도 꼼꼼하게 챙겨봤을까 싶다.
딸이 있을 원룸을 구하러 다녀본 적이 있다. 전세로 구해주려 여기저기 알아보다 마땅한 게 없었다. 낯선 곳이라 안전함을 우선으로 잡았다. 돌아다니다 결국 신축 원룸으로 가게 됐다. 방 앞에 주인집이 살고 있고, 인자하고 편안한 인상을 믿고 방을 정했다. 지금이야 나보다 저 혼자 가서 더 잘 구하겠지만.
남의 집 딸이지만, 정말 야무지게 잘 키웠다. 멀리 계신 엄마께 보여드린다며 구석구석 사진도 찍었다. 공부 잘했던 학생이라고 아는 동생이 말하더니 잘할 수밖에 없었겠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더니 책을 보더라도 빈틈없이 파고들었을 테고.
이 방은 일단 생각해 본다니 통과는 걸렀고, 다른 방 보러 가는 중이다. 몇 군데의 방을 더 선보여야 할 듯하다. 통과될 때까지 찾아보고 맞춰 보면 한 놈은 나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