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아웃 당한 땅꼬마처럼
제로 웨이스트는 지구인 모두가 실천할 일
“손 시려 울 테니 여기 종이 쇼핑백에 담아가요.”
반으로 접힌 종이 가방을 반드시 펴 주면서 말했다.
“아~ 안 가져가신대요.”
다들 좋아하는 작은 선물을 가져가지 않는다니 은행 대출상담사님께서 서운한 듯 대답했다.
“왜요? 선물로 주시는데 안 가져가시고.”
은행마다 대출이자율이 더 좋을 거라며 며칠에 한 번씩 울 사무실에 찾아와서 이율 표를 주고 가신다. 많은 사람 중에 맘을 더 붙잡는 사람이 있듯 우리은행 H 대출 상담사님이 대출과 관련된 상담을 도맡아 주신다.
지난여름 새 물통이 나왔다며 선물로 하나씩 주셨다. 뒷산이든 앞산이든 산에 오를 때 물 얼려 가면 딱 좋겠다 싶어 냉큼 받아들고 집에 잘 모셔두었다. 똑같은 그 물통 선물을 전세 대출 받아준 감사함의 표시로 주시는데, 바로 사양했던 거다.
‘ 따로 혼자 사는 살림에 하나라도 보태지...추워서 들고 가기 귀찮은 건가.’
젊어서 하나라도 아끼는 걸 모르는 게지.
이어지는 말을 듣고 나는 줌 아웃 당한 땅꼬마처럼 낮아지고 보이지 않을 만큼 작아졌다.
“플라스틱 선물 안 받는대요.”
잘못한 사람처럼 멋쩍어 하며 상담사님이 말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더 쪼브라 든 거다. 이게 무슨 상황? 얼떨떨해 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앗, 저도 완전히는 아닌데요, 조금이라도 샴푸 덜 쓰고 새 걸로 주는 플라스틱 선물은 안 받다보면 제가 쓰는 만큼이라도 줄잖아요.”
띵~~~~~~~~~~~~~~~~~~~.
아무 말도 못하고 L취준생의 고운 손을 보았다. 저 작고 예쁜 손이 거룩하고 더 크게 보였다. 사실 집을 보여주러 가면서 등을 몇 번 토닥토닥여 주었는지 모른다.
엊그제 40년 된 중개 사무실에서 계약했던 그 여대생이 이웃에 살고 싶은 취준생 언니를 소개해 준 거다. 집 보러 셋이 걸어가며 이웃에 살고 싶은 까닭을 들었다.
둘은 길냥이를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단다. 멀리 외출할 일이 있을 땐 누군가 맡아줄 사람이 필요한데, 서로 볼 일 자유롭게 보며 냥이 친구 만들어 주는 시간.
둘이 마음이 맞았던 거다. 냥이 사료 값이 자기 먹는 식재료 값보다 더 나가고, 집 안 모든 공간을 냥이 사용하고 자기들은 잠 잘 곳만 있으면 된다는 말을 했다.
부끄럽고 작아지는 맘이었다. 아무 말없이 꽁꽁 언 손으로 등을 쓰다듬어 주는 걸로 대견하고 기특하다는 표현을 했었다.
그 날 집 보던 날이 끝이 아니었고, 오늘 세게 머리통을 맞은 느낌인거다.
“제로....”
목소리가 작아 끝까지 듣지 못했다. 물어보기 부끄러웠다.
들어본 말은 제로페인데...소상공인 간편 결제 서비스 이건 분명 아닐 테고.
낮 동안의 일이 충격으로 남았는지 집에서 찾아보았다. 어른에 대한 말도 플라스틱과 관련된 제로로 시작하는 말도.
어른1
(명사)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 사람
---------네이버 어학사전 中----
살면서 어른이란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본 적이 언제 있었던가 싶다. 다 자란 사람과
결혼한 사람은 맞는데, 그럼 어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건가. 어른의 이름으로 불리는 게 부끄럽다.
‘제로 웨이스트 : 포장을 줄이거나 재활용이 잘된 재료를 사용해서 쓰레기를 줄이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출처: 국제 영어 대학원 대학교 신어사전)
‘폐기물이 전혀 발생되지 않는 것’(출처 : 웹수집)
저녁밥을 먹으며 tv뉴스를 보게 된다. 요즘 꼭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 중 하나가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가 갈 곳이 없는 소식이었다. 그 장면을 보노라면 맘이 불편했다. 식당을 가지 못해 배달음식 시킬라 치면 플라스틱 용기 한 상이다. 물이나 음료도 사먹고.
그 쓰레기 더미 속에 우리가 사용한 것도 많은 거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쓰지도 사지도 말아야 할 플라스틱이 곳곳에 너무 많이 쓰이고 있어 죄를 짓는 기분인 거다.
우리 아이들도 아까 본 여대생, 취준생과 같은 20대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혼란스러웠다. 죄짓고 있다는 자체를 못 느끼면 지금 생활이 계속 이어질 게 맘 아팠다.
그 둘은 환경오염 시킬까봐 플라스틱으로 배달되는 음식 못 시키고, 시장 봐서 반찬을 손수 해 먹는다면서 재래시장 가까운 곳의 방이 좋아 만세를 부르는 듯 보였다.
아 어른이란 이름으로 불리운 게 부끄럽고 고개 들기 민망한 날. 그 젊은 여대생과 L취준생의 손이 거룩하고 아름답고 고귀하기까지 했던 날.
지구를 몸소 아끼는 그대들이여!! 작은 맘이 실천으로 이어지고 행동하는 걸 보며 못난 어른 흉내 내는 꼴이 되더라도 똑같이 따라해 보련다. 씽크로율처럼 따라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