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함께 외친 파이팅인지 모를.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by 서비휘

미리 준비해 갔다. 매월 말일이면 잊지 않아야 할 일이다. 한 달 내내 수고로움을 한 번의 돈으로 해결한다. 그 또한 한 달 내내 해서 번 돈이기에 피장파장인가.

몇 달이 지났건만 손바닥 크기의 장부가 있다는 걸 몰랐다. 한 권의 노트에 적어두는 줄 알았다. 앙증맞은 노트가 하루에 수 십 명의 사람이 먹을 밥을 차려내는 식당과 어울리지 않았지만, 식당 이름과는 맞아떨어졌다.

개미 식당. 몇십 년째 그 자리에서 식당을 운영하시고 계신단다. 다락방이 있는 걸 보면 지어진지 꽤 오래된 식당임을 알 수 있다. 부지런히 밥해서 손님들께 맛있고 따뜻한 밥 해 먹이려는 취지로 지어진 이름이란다. 밥과 반찬 만드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무슨 일이든 돈만 바라보곤 지치고 힘들어서 그리 오래 일할 수 없음을 쬐금 안다. 손바닥만 한 장부가 개미의 쪼만한 몸집에 견줄 수 없을 만큼 큰 장부로 다시 보였다.

이어지는 3일 연휴를 보내며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매일 점심시간 드나들던 식당이 떠올랐다.

내 손으로 차려주지 않고 새벽부터 나와 준비했을 집밥 같은 정갈한 음식을 먹기만 하면 되는.


출근하는 날 구내식당 이용하듯 이곳에서 늘 점심밥을 먹는다. 갓 지은 듯 뚜껑 덮인 하얀 쌀밥과 매일 바뀌는 국물(시래깃국, 미역국, 김치 콩나물국, 된장국, 북엇국, 동탯국) 김치만 똑같고 늘 달라지는 밑반찬들, 시금치나물, 멸치랑 꽈리고추. 고등어구이, 콩나물무침, 감자볶음, 이렇게 많이 나오거늘 김이나 계란 프라이라도 더 해줄까 늘 물어온다. 아니 아니라고. 집에서 먹을 때보다 몇 배 많은 반찬이라 이것만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이 식당의 제일 좋은 점은 집에서 냄새 때매 구워 먹기 힘든 생선구이 늘 나오고, 다 먹고 나면 항상 뜨건한 숭늉을 내어준다. 입가심도 되고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밥을 먹는 거 같아 먹고 나면 뱃속이 든든하다.

변함없이 반겨주고 즐거운 맘으로 일하시는 분들의 표정도 한 몫한다. 그분들과 밥 먹는 시간이 겹칠 때면 바로 옆자리 온돌방에서 같이 먹을 때가 많다. 같은 시간 먹는 걸로 정이 든 건가. 손바닥 장부가 여럿 되는 걸로 봐선 단골이 한 둘이 아닐 텐데, 요플레, 요구르트, 초콜릿을 몰래 넣어주며 좀 더 특별 대우해 줌을 무언으로 알린다. 남다른 대접에 기분이 좋아진다.


일하시는 언니들 네 분이 계신다. 한 분은 홀 서빙 전담, 한 분은 주방 일만, 또 한 분은 주문받고 밥과 반찬을 담아내어 주는 일 마지막 한 언니는 마을을 돌며 직접 올 수 없는 이들에게 찾아가는 서비스. 쟁반노래방에 나왔던 그 쟁반을 이고 동네 곳곳을 돌고 계신다.

아침 겸 점심 먹는 분들도 계시는지 오전 11시 30분인데, 돈을 머리에 이고 다니신다. 밥이랑 국과 오늘 나올 메뉴가 고스란히 담겼을 텐데, 쟁반이 머리 위에 있건만 두 손은 아래로 늘어뜨리거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 곡예사가 따로 없다. 묘기 부리듯 서커스단원이 따로 없다. 머리에 이고 두 손은 살랑살랑 흔들듯 걸어가는 것이다. 오랜 숙련으로 몸이 익힌 반응일 테다. 흔들림 없을 뿐만 아니라 안정감마저 느껴진다.

내가 손님을 모시고 집을 보여주러 다닐 때면 돈을 머리에 이고 돌고 있는 언니랑 자주 마주친다. 다 먹고 나면 빈 그릇 찾아가는 번거러움을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 배달음식점에선 한 안아름 안기고 가는 플라스틱 볼 때면 먹으면서 한 짐 한 보따리 마음인데... 환경을 위하는데 보탬되는 개미 식당의 일등 공신인 언니.


추위를 가르며 다니는 언니의 뒷모습을 보며 난 늘 파이팅을 외쳐준다. 어쩌면 나에게 함께 외치는 파이팅인지 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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