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해석
어젯밤 남편은 우리가 신혼 때 살던 소형평수의 잠실아파트 매입 기회를 내가 반대하는 바람에 놓쳤다고 무척 아쉬워했다. 그때 만약 자기의 말대로 했더라면 우리는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나는 현재의 삶이 중요한 사람이다. 당시로선 좁고 낡은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것에 자신 없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재개발이 예정된 구로, 개포동 아파트 매매를 고민했던 적이 있었지만 모두 선택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서울을 많이 벗어난 변두리에 조금 더 넓은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한 번 더 이사하여 지금의 일산에서 둥지를 틀고 살게 되었다.
가끔, 반복되는 남편의 아쉬움어린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나도 내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곤 했다. 정말 남편 생각대로 부동산 재테크 기회를 잡았다면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 그랬다면 남편은 17년 동안을 변두리에서 강남으로 고생스럽게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라는 미안함. 또 그랬다면 남편이 지금보다는 더 잘 풀렸을 수도 있었을 것, 이라는 미련. 그런 미련한 마음으로 잠이 들어서 인지 간밤에 내 꿈속에서는 한편의 판타지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겉모습은 폐허수준이었는데 내부는 호화롭고 화려하게 리모델링된 특정 계층만 출입할 수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상케 하는 건물에 관한 꿈이었다. 그 꿈이 하도 뚜렷하여, 나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의 상상의 글이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를 받아 적듯이 꿈 이야기를 기록해야 했다.
어젯밤에 꾼 꿈을 받아쓰기를 하듯 다 적어 놓고 찬찬히 읽어보니 그것이 참 신기했다. 꿈의 모티브는 분명 잠들기 전 남편과의 집에 대해 나눈 이야기가 전부인데 꿈속에 등장한 이야기는 내가 평소에 바래왔던 것, 욕구불만이었던 것들이 모두 총망라하여 그려져 있었다. 그동안 이리저리 흔들려서 고민했던 나의 심리 반영이 기묘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지만 내 꿈은 분명하게도 나의 삶 전체에 대한 불안을 말하고 있었다. 어제 밤처럼 과거의 내 선택에 대해 나의 무의식이 자꾸 태클을 걸었던 모양이다.
꿈속에 나온 건물의 위치는 서울의 변두리였고 그곳은 앞으로 집값 상승의 기대가 큰 곳이었다. 서울 변두리의 건물 1층은 부유한 특정계층들만 이용하는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 같은 곳이다. 그곳에서는 아이들에게 학습보다는 놀이위주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나는 아이들의 놀 권리를 빼앗았던 나 자신과 사회를 비판하곤 했는데 그 심리가 꿈속에 등장한 것 같았다. 꿈속에서의 나는 ‘상위계층은 역시나 시대적 과제도 빠르게 받아들이고 적용시키는구나.’ 라는 비루한 생각을 했다. 평소 소박한 삶을 말하면서도 그들이 누리는 문화를 선망하며 그들 계층에 속하고 싶은 얄팍한 심리를 들킨 내가 초라해 보였다.
가장 쇼킹한 것은 동굴방의 묘사였다. 나는 개구멍으로 출입해야 하는 초라한 동굴 같은 방을 혐오했다. 가난한 그들을 목격하고는 더 이상 그들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앞으로의 나는 절대로 올라갈 필요가 없는 공간이라고 단정해버렸다. 현실에서의 나는 평소 하급노동자와 취약계층 사람들에게 마음이 닿곤 했는데 마음과 행동이 다른 내가 꿈속에 있었다. 동굴 방은 평소 갈등했던 나의 태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뜨끔했다.
나는 주로 갈등이 깊어 져 있을 때 항상 꿈을 꾸었다. 그래서 내 꿈은 추하고 가위에 눌릴 정도로 악몽일 경우가 많다. 내가 꿈을 꾸지 않는다는 것은 비교적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젯밤 꿈은 나의 불안과 함께 내가 평소 꿈꾸어 왔던 삶의 형태를 수채화로, 욕구불만의 모습은 짙은 유화로 채색되었다. 불안과 소망이 함께 등장했지만 불안한 갈등이 여전히 깊었다.
오래된 악몽 하나를 꺼내 본다. 그날의 꿈이 하도 섬뜩하여 기록해 두었던 글이다. 이 꿈은 그날의 나의 어떤 불안이 반영되었던 것일까.
나는 손톱을 자른다.
너무도 잘 자라는 손톱이 늘 귀찮았다.
손톱 자르는 것을 자주 잊고 하는데
오늘은 잊지 않았다.
“잊지 않아서 다행이다”
오른쪽 엄지손톱을 자르고 왼쪽 엄지손톱을 잘랐다.
나는 계속 자른다.
손톱을 다 자르고 손톱아래 살점을 뭉툭뭉툭 잘라낸다.
손가락이 기계로 절단된 듯
살점하나 흐트러짐 없이 깨끗하게 잘려있다.
잘려진 동그란 단면에 혈관들이 구멍구멍 박혀있다.
그 끔찍한 상흔을 없애려 나는 계속 자른다.
자르면 자를수록 상흔은 사라지지 않고
구멍구멍 피를 토해낸다.
피를 다 토한 핏기 잃은 하얀 힘줄이
하얀 원통 속에 박혀 동그랗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ps. 지금은 이런 악몽은 꾸지 않으니 안심하시길...^^
나도 서울특별시의 집주인이 되었다. (brunch.co.kr)
위의 꿈의 내용입니다. 궁금하시면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