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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May 01. 2021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쓰고 싶은 아주 막연한 욕망은  있지만 나는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하겠다든지, 작가가 되고 싶다든지 하는 야무진 꿈 따위는 없었다. 그냥 책 읽은 게 아까워 메모를 했고 어느 날 잘 써지면 혼자 만족했고 그로인해 알게 모르게 내 사유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이 대견했다. 내 표현의 분출도구로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나를 위로하고 나의 자존감을 찾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요조의 생각처럼,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글을 쓰면 쓸수록 도처에 아름다운 사유를 말하는 멋진 사람들이 많은데 나처럼 알량한 조각글을 쓰는 사람이 굳이 하나 더 보태어 세상을 어수선하게 만들 용기는 없다. 솔직히 나는 세상에 쏟아지는 책들의 어마무시한 양들에 겁이 난다. 다만 내 글이 쌓이고 쌓여 훌륭하신 편집자의 러브콜을 받을 정도의 실력이 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것이다. 책을 내야 한다면 그 정도의 확신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브런치에 그런 역할을 기대한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가 있다. 내일처럼 생각되는 것이 생겼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라는 강한 목표의식이 생겼다. 내주변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다. 노동단체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만들어낸 생각인 것 같다. 말하기를 꺼려하고 말하는 이가 적은 우리사회 노동 유랑민들의 이야기를 내가 직접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노동단체가 자신들이 얼마나 후지고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지, 그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오랫동안 생각해왔다. 나는 그들에게 성찰의 기회를 주고 싶다. 내 글을 보고 그들이 한번쯤 자신의 뒤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이런 걸 말하고 싶은 나는 얼마나 완벽하고 잘나서 그런 것이냐고, 딴지를 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개인적 삶은 그리 잘 살지 않아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냥 내 개인적 삶일 뿐이다. 그러나 공공의 선을 지향해야 할 그들이 모순과 오류를 일삼는 다면 사회적 문제가 커진다. 나는 그들이 대의를 위해 일하는 척 위선을 떨며 자신의 배를 채우는 모습들이 마치 잘못된 정치인을 바라보는 것 같아 역겨웠다.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에겐 왜 노동운동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노동의식 조차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번은 지자체 지원금으로 진행되는 노동자 교육연수에 참석한 택시노조연맹 의장이라는 자가 교육장에 들어서면서 했던 말에 놀란 적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이런 교육 시키면 안돼요. 많이 알면 안돼요.”     

“……….”    

 

도대체 이 사람은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인가. 그리곤 이날 이 사람은 교육에 참석해야 할 우리 지역내 택시노조위원장들을 다 끌어 모아 자기들 자체 회의를 했다. 이 교육연수준비를 위해서 열심이였던 나로선 어이가 없었다. 이런 사람이 우리지역 택시노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구나. 그 뒤로 나는 내 마음속에서 이 사람을 노조단체장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이때부터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알량한 내 위치에선 불가능한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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