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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Jul 05. 2023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양이는 유연해. 고양이는 액체동물이라고 하잖아. 실제로 고양이를 들어올리면 정말 액체처럼 흘러내리지. 아무리 좁은 공간도 얼굴만 들어가면 어떻게든 쓱 통과해. 그런데 놀라운건 비좁은 사이를 통과하면서도 결코 무엇을 넘어뜨리는 일이 없다는 거야.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 부수고 상처주길 반복하잖아. 그런데 고양이는 그런 법이 없어.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아. 자기에게 주어진 공간에 맞게 움직이고 자기에게 주어진 양의 음식을 먹지.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싫어하는 사람이 자기를 안아도 상처주지 않고 유연하게 빠져나가. 192p​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의 베스트셀러 작가 이수연의 네번째 에세이 나는 당신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가 출간되었어요. 그런데 이번 에세이는 좀 달라요. 이전 에세이는 상처를 견디어 내거나 극복하는 과정의 글이었다면 이번 에세이는 상처의 종착지에 닿아있는 느낌이에요. 상처가 더이상 상처가 아닌 단순한 삶의 꼭 필요한 일부로 받아들인것이지요. 그만큼 글이 성숙해졌다고 할까요?


실제로 저는 일산 한양문고에서 열린 이수연작가의 북콘서트에 다녀왔는데 인터뷰에서 그 성숙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아… 이제 이수연작가는 죽어가는 삶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을 살겠구나….’ 물론 순전히 제 주관적인 느낌적 느낌이지만 그날 저는 이수연 작가에게서 미세하게 떨리는 삶의 힘을 느꼈어요. 아직은 용기가 부끄러운 그녀의 삶을 향한 긍정의 힘.


왜 아니겠어요? 이수연작가는 알고보면 누구보다도 아주 열심히 사는 사람이에요. 아주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이죠. 1년 전 쯤인가? 교보문고와 함께 기획한 소설을 3번 퇴짜를 맞고도 4번째 도전하는 멘탈 갑인 사람인거죠. 이 말을 듣고 이수연 작가가 얼마나 단단해 보이던지요. 그녀는 삶에 있어 좌절을 느끼긴해도 글에 있어 좌절이란 있을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제가 책 내용은 이야기 하지 않고 너무 사설이 길었나요?


여튼 책이야기를 이어가자면 그래서 이번 책은 그녀가 상처를 대하는 성숙함, 유연함이 느껴져요. 그리고 그녀의 독자를 대하는 따뜻함과 배려가 느껴지죠


그녀의 독자들은 대부분 마음의 상처가 한가득 있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글에 공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한편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해요.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한다는 것은 그도 자신처럼 아픈 사람이라는 뜻일거라면서요. 아마도 그녀는 이 책을 그 애틋하고 아린 마음으로 썼다고 생각해요. 그 마음을 넘어 이제는 자신처럼 살아보자고 설득을 하죠.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살아보자고 다독이죠. 내가 가진 그릇만큼 욕심부리지 말고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리고 또 말합니다. 자신은 글을 쓰며 살아가는 힘을 낸다고.

저는 이수연작가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사람이지만 그녀의 글을 통해 배울점이 참 많아요. 특히 자신의 상처에 대하는 자세에서요. 특히 타인에 대한 배려에 대해서요. 특히 이웃을 사람을 사랑하는 방삭에 대해서요. 삶과 죽음에 대한 유연한 사고에 대해서요. 고양이 집사라서 유연할까요? (^^)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깨우친것이 있다면 삶에 대해서도 그 무엇에 대해서도 너무 곧으면 부러지고 너무 과욕을 부리면 주변에 상처를 낸다는 사실이에요. 전 그래서 앞으로의 남은 삶은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딱 내 머리가 들어갈 만큼 욕심을 내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양이처럼요. 이 책을 읽으며 쉬울것 같지만 어렵게 내려놓은 이 사실에 대해 새삼 재고하게 됩니다.

이수연 작가님, 우리가(솔직히 우리는 모두 아프고 상처가 있는 사람들 아니던가요?) 이해받고 있다는 느낌이드는, 외롭지 않게 글을 써주어서 고마워요.

#이수연

#마음치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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