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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해피 Dec 16. 2020

‘소동’, 삶의 물결을 일으키다.

고양시 발달장애자 조모임 김나현 대표 / 2020. 8. 3. 업로드 기


고양시 주엽동에는 ‘소동’이라는 발달장애가족 자조모임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소동’은 ‘작은 아이’, ‘작은 움직임’, ‘소란을 피우다’라는 세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장애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모여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고 실천하는 자조모임입니다. 아이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찾고 아이들의 필요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들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딜지라도 한 발짝씩 나아가자는 마음으로 만든 모임이라고 합니다.  

            

고양시에 소동이 만들어진 계기가 조금 특별합니다. 소동은 2018년도에 탄생되었습니다.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 다니게 되면 일정 시간 일반학급에서 비 장애 학생들과 통합교육을 받게 되는데요, 장애학생은 보조 인력의 도움 없이는 통합교육 수업을 듣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통합교육에 필요한 특수교육지도사가 미 배치되는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이에 불합리함을 느낀 소동 김나현 대표와 고양시와 김포, 파주 학부모들은 경기도 교육청에 소외된 장애학생들의 수업권 보장을 위한 민원과 토론회를 통해 현안 문제점 개선을 촉구했고 그 결과 학교 내에 특수 지도교사가 배치율이 점점 상승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토론회에는 고양시와 경기도의 장애학생 학부모, 장애인단체 대표 등 150여 명이 참석하여 장애학생 교육권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이끌어 낸 바 있는데요, 이를 계기로 장애 학생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고 발달장애가족 자조모임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것들을 사회에 요구만 한다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인 우리가 노력하고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절반은 우리의 힘으로, 그리고 나머지를 사회에 요구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해요.”          


소동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매월 강연자들을 모시고 교육 강좌를 열어 부모교육을 실시했고 장애인들의 일터를 견학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그렸습니다. 강좌는 선배와 전문가의 강연을 통해 아이들의 자립의 중요성을 재인식했고 그동안 알면서도 지켜지지 않았던 양육태도를 반성하면서 아이들의 자립을 위한 교육을 실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소동이 3년째 활동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장애인 가족들이 힐링캠프를 다녀올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고양시 발달장애가족지원센터와 교육장을 무료로 대여해주신 사과나무 치과, 사회적 기업 태건 B&F, 기꺼이 달려와 강연을 해주신 강연자들의 지원으로 유익하고 훌륭한 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 2018년 교육강좌 프로그램

최미란 선생님과의 대화

류승연 작가와의 이유 있는 수다

ABA행동 전문가 정유진 선생님 강의

발달장애 아이와 함께한 조명민 대표의 음악인생 이야기

조진화 대표와 함께하는 영화 토론회

장애아를 둔 학부모의 성교육 및 인권교육

거북이의 꿈 임신화 대표 강의

발달장애 자녀의 생애 건강

자녀와 같이 만들어가는 사회성 이야기 사회적 경제와 사회적 협동조합

선배 부모와의 대화 “최유진 작가”


❐ 2019년 교육강좌 프로그램

SBS 임광기 논설위원 <스토리는 살아있다>

양준우 센터장 <장애자녀 부모가 알아야 할 성>

황윤의「사회자립을 위한 학령기 부모의 역할」

윤삼호「장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전창훈 변호사「후견인 제도와 신탁의 활용」

굿마더 프로그램 교육 달라진 발달장애인 법과 정책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활성화를 위한 부모교육



“2년 동안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기 위한 건강과 성, 그리고 아이들 미래를 위한 후견인 제도와 신탁 활용, 발달장애인 법과 정책까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강연들을 기획했습니다. 그중 윤삼호 선생님의 ‘장애, 우리 모두의 이야기’ 편이 인상적이었어요. 세상은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고 해요. 실제로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을 위해 만든 편의시설이었다고 해요. 바로 사회통합이 필요한 이유이죠. 그리고 장애아 부모들은 아이들의 학교를 마치고 난 후의 삶을 고민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엔 개인의 역량으로는 부족해요. 우리 사회가 함께 해주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소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우리 아이들의 권리를 사회에 요구하기 위한 자조적 노력이자 첫 발걸음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로 교육 강좌를 열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또한 소동은 코로나 19의 위기로 지친 일상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올해에는 2년째 이어오고 있는 고양시 마을공동체사업 마크라메 공예와 고양시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하는 텃밭 가꾸기와 재능기부 공부방을 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가족 공동체 텃밭 가꾸기 역시 2년째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에는 발달장애인들에게는 텃밭을 줄 수 없다는 농장주 통보에 상심하고 있었는데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에서 대화 농업체험공원에 터를 마련해주어서 다행히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텃밭에는 열매 아래에 볏짚을 깔아 정성스럽게 키운 수박과 참외를 비롯하여 오이, 가지, 토마토, 상추,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유기농 농작물이 자라고 있었는데요, 상습적으로 상추를 줄기째 베어가는 사람이 있어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도 계속되는 농작물 서리에 고심을 하다가 밭을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고문을 세워 농작물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하네요.


이들이 농사를 짓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비가 오면 농작물이 쓰러질까 걱정이 되어 달려와야 했고 밭을 헤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수박 열매가 익어가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힘이 났고 씨앗을 뿌리고 잡초를 뽑고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직접 보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체험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합니다.

                   

오두막에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어 먹고 일상의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공동체 농장을 만들어 즐겁게 살자는 이들의 삶의 태도가 바로 소동이 바라는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참외와 호박을 들고  빠진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는 연재, 호미로 잡초를 뽑는 왕우, 농작물에 물 주기 담당 예준이, 언니답게 어른들을 잘 챙기는 지율이, 정말 사랑스럽지 않나요? 소동 가족들이 텃밭을 지키고 가꾸듯이 아이들도 잘 지키고 이끌어줄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학교를 등교할 수 없다는 것은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더욱 힘든 현실입니다. 부모는 독박 육아라서 힘이 들고 아이들은 기나긴 지루한 시간들을 보낼 장소가 없어서 힘이 듭니다. 이런 현실에서 발달장애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업은 모두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데요, 교재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교실에서 수업 후 체험 활동으로 연계하는  수업방식입니다. 과학 활동, 그림 그리기, 한글 공부, 숫자 공부 등 다양한 부문의 학습을 제공하고 있어 수업에 참가한 부모와 아이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합니다.

         

                   

마크라메 공예는 고양시에서 지원하는 마을공동체사업입니다. 작년 캘리그래피 수업에 이어 올해에는 아랍식 매듭공예 마크라메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엄마들의 호응이 높았습니다. 마크라메는 가방부터 벽걸이 장식, 화분걸이까지 다양한 공예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집중도가 높아서 머릿속 잡념들을 쉽게 날려버리기 좋은 취미활동이라고 합니다.


이날 수업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마크라메를 먼저 배운 선배들이 새로 입문한 초보자를 가르쳐  주는 나눔 활동입니다.

                                                                    

김 대표는 “소동이 마크라메의 수업의 나눔 활동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있기를 원하다”면서 “마크라메의 나눔 활동은 궁극적으로 소동이 지향하는 것이며, 소동의 시작은 나의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었지만 후에는 우리 사회의 모든 취약계층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이 작동되는 모임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어 김 대표는 “특수치료(40분당 6~7만 원 내외로 경제적 부담이 크다) 외에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우리 아이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사회성 발달을 촉진하고 일상생활 자립에 필요한 특수치료에 준하는 놀이 형태의 시설이 많이 증가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습니다.   

           

한 사람이 또 한 사람에게 또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삶의 물결, 소동은 사회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져 삶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의 파동은 작은 돌멩이의 충격으로도 바다 끝까지 물결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작은 돌멩이 하나로 바다 끝까지 물결의 연대를 이룰 수 있듯이 작은 발걸음 한 걸음이 지구 반대편까지 사람의 연대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동이 지금 막 그 작은 한걸음을 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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