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다

마음의 관계학

by 헬로해피 최유영

4년 전, 고양시의 소셜 기자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조금씩 바깥으로 내보내는 대외적인 글을 쓰게 되자 내 글의 현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내 글이 기본은 갖춘 글이길 바랐다. 그런 고민으로 고양시 대표 인문철학자 김경윤 선생님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글쓰기의 기초와 올바른 테크닉을 한 번쯤 배워도 좋겠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것이 올해로 3년째다.


나를 말하는 글쓰기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던가. 글쓰기 수업 초반 나는 솔직한 나 자신에 대해 쓰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내 글은 경직 되었고 겉돌았다. 나의 부족한 내면을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고 싶지 않았던것 같다. 나는 세상의 쓴 물이 하나도 들지 않고 슬픔과 아픔에 오염되지 않은 그런 사람으로 비추어지고 싶었나보다. 사진 속에 마냥 밝고 기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처럼.


얼마 전엔 어머니를 회상하는 글을 쓰며 펑펑 울었다. 글쓰기 수업에 일주일 간격으로 글 한편을 내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을 꼬박 어머니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마음을 열어 이십여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자 그동안 잊고 있었던 후회와 그리움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후회로 얼룩진 쓴 고통이 밀려왔다. 나를 키워 낸 어머니를 잊고 지냈던 지난 이십여 년이 통째로 아팠다. 글도 내 마음처럼 두서없이 정리되지 않은 채 엉망으로 울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울고 있던 초고를 수정하는 동안 내 눈물도 잦아들었다. 글을 수정하며 내 마음도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은 기쁨은 사진에 담고 슬픔은 마음에 담는다. 가끔 사진첩을 꺼내보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지금보다 젊고 예쁜 모습이다. 사진 속 웃고 있는 나는 늘 기쁘고 행복해 있다. 사진에 내 모습을 담았다는 것은 어느 기쁜 날이고 추억하고 싶은 날이었을 것이다. 사진은 그날의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을 담게 된다. 사진이 낡아 빛이 바랜다 해도 사진 속 내 얼굴은 언제나 빛을 발아한다.


그에 반해 마음을 꺼내면 어머니처럼 아련한 슬픔이 따라 나온다. 내 낡은 마음에는 해결되지 않은 과거의 슬픔이 담겨 있다. 빛이 바랠수록 낡은 슬픔이 되어 마음에 남겨진다. 그것은 후회와 그리움 때문이다. 과거의 기억이란 늘 아련하고 쓸쓸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길은 아픈 마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기억이 사진 속 기쁨으로 만 남기를 원했다. 글을 쓰기 위해 마음을 열면 마음에 담긴 슬픔이 따라올까 두려웠다. 그랬던 내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점차 마음을 열어 내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은 채 멈춰있는 혼란스러운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은 나를 키웠지만 어린 슬픔은 내 마음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작금의 나는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다. 그런데 글을 쓴다며 내 마음을 열자 어린 슬픔들이 쫄랑쫄랑 따라 나왔다. 지난 아픔들이 내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을 해버렸다. 그리곤 한동안 통증으로 내게 머물러 나를 침잠하게 만들더니 내 고통의 한 시절이 나를 키워왔듯이 글이 나를 키워 내 마음은 한층 평화를 얻게 되었다. 조금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도 줄어드는 것 같았다. 내가 나로부터 이해받는 느낌이었다.


나는 나를 향한 글쓰기가 내 슬픔을 얼마만큼 줄여주는지 또 어떤 위안을 주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 마음을 여는 도구가 된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나를 향한 글쓰기는 성장통 같은 것이다. 성찰의 시간이 되어 나를 자라게 하는 명징한 길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