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놀기, 내가 나를 다독여 주기
심심한 당신에게
나의 인생, 이 나이에 이 만하면 선방했다 생각한다. 어찌 보면 특별한 일 없이 심심하게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글의 소재로 사용할 재미 있거나 감동적인 소재가 별로 없어 억지스러운 글짓기를 하고 있는 것이 슬픔이라면 슬픔일까? (덧, 우여곡절이 없는 인생은 결코 아니란 사실. 그냥 지금 이순간이 조금 평화로워졌을 뿐.)
젊은 시절의 나는 이 심심한 마음을 못 견뎌했다. 마음이 허해서가 아니라 내가 뭘 할지 모르는 사람이었던 듯하다. 심심한 기분은 외로움 하고도 관련이 깊다. 나는 심심해지면 외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외로움이란 다름 아닌, 내가 뭘 할지 모르는 상태가 아닐까? 혹시 사람들은 외로움과 심심함의 차이를 착각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외로움을 결코 사람 속에서 극복하지 않는다. 바쁘면 외로울 겨를이 없이 시간이 훅 간다. 1년이 하루처럼. 또한 최근엔 혼자라서 좋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혼자 놀거리가 많아서 심심할 틈이 없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외로움은 심심한 시간을 심심하지 않게 보내면 극복되는 것일지 모르겠다.
젊은 날의 나는 할 일을 찾는 대신 사람을 찾게 된 듯하다. 심심함이 외로움으로 밀려올 때면 누가 나랑 놀아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친구들의 얼굴들을 떠올렸지만 내가 손을 내민 친구의 마음이 내게 와닿지 않아 나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아……, 그 순간 심심함이 더 큰 외로움이 되어 상처가 되고 만다. 이 포지션이 바로 젊은 날의 나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내가 느꼈다던 상처 입은 그 마음은 모두 가해자 없는 망상 같은 것일지 모른다. 사람마다 사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았겠는가. 내 외로운 마음이 친구에게 닿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마음이다. 한낱 내 감정의 문제일 뿐인것을. 내가 서운하게 생각한 친구는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그 외로움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내 외로움(심심함)을 스스로 다스리기로 했다. 심심하면 내 할 일을 찾으면 되고, 고독하면 고독한 데로 그 고독을 즐기면 되고, 삶이 힘이 들 땐 새 힘이 날 때까지 나를 기다려주면 되고, 친구와는 만날 수 있을때 만나면 되고…….
나는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는, 타인을 탓하지 않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상처로 체감되던 마음이 줄어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으며 심리적으로 독립된 사람이 되었다. 이 일은 오롯이 나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와 같다. 그리고 바로 정서적 독립이다.
“외로움은 심심한 시간을 다룰 줄 몰라서 생긴 것이었음을,
외로움은 내가 나와 노는 법을 몰라서 생긴 심심한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내 마음과 놀기. 내가 나를 다독여 주기. 그동안 정말 이 중요한 사실들을 놓치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모든 비뚤어진 내 정서의 문제는 다름 아닌 나의 문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타인들의 눈치를 본 것도 나요, 관계를 뒤틀리게 한 것도 나요, 바보처럼 상처를 받은 것도 나였다. 상처는 나 스스로 상처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는 것이란 사실을 왜 이제 알게 되었는가. 설혹 상처를 주는 이가 있다 해도 내가 동요하지 않으면 내겐 더이상 상처가 아닌것이 된다. 하물며 나는 가해자 없는 상처를 붙들고 힘들어할 때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지금의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심심한 기분을 느낄 수 없는 사람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컨디션 조절을 위해 고의적인 칩거를 하지만, 나는 절대 심심할 겨를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심심할 즈음이면 내가 지향하는 삶을 살기 위해 다시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아니 심심한 상태조차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심심해서 가끔 찾아오는 외로움도 심심함의 철학으로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아들들이 출가한 빈 둥지가 된 우리 집이 전혀 쓸쓸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사랑하고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다. 아들들이 다시 돌아올 날을 기다리며 심심한 철학이 있는 나의 빈 둥지에 더 많은 애정을 쏟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애정과 사랑이 담긴 공간은 비어있어도 쓸쓸하지 않다. 오히려 기다리는 누군가를 위해 반짝반짝 빛이 나게 된다. 마음에 사랑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사람일수록 더욱 빛나고 예뻐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