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건 차별이 아닌 낯선 느낌일지도 몰라

얘들아 엄마가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야

by 헬로해피 최유영

얘들아! 엄마가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야


“얘들아! 엄마가 노파심에서 하는 이야기야. 그래도 잘 새겨 들었으면 좋겠어. 엄마 일 다니는 재활 병원에 베트남 여자와 네팔 여자가 있어. 그녀들도 자신의 아픈 아기를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오고 있단다. 그런데 얼마 전 병원 측에서 베트남 여자에게 머리에 ‘이’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외부 병원에 가서 진료받고 ‘머릿니’가 있는지 없는지 진료 확인서를 받아 오라고 했다는 거야. 베트남 여자는 병원에 다녀왔고 ‘이’는 없는 걸로 증명이 되었단다. 결과적으로 병원 측에서 차별 행위를 하게 된 거지. 그러나 병원 측에서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환자의 보호자 중 누군가 민원을 했을 것이고 병원은 다수를 위해 확인을 해야 했겠지.

그런데 엄마 생각에도 베트남 여자가 청결하지 않다는 주변의 이야기는 사실인 것 같았어. 엄마도 베트남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 옆을 지나가다가 그 남자 체취에 코를 막았지. 그래서 엄마도 베트남 여자에 대해 비위생적인 사람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 같아. 아마도 나와 같이 생각한 사람들이 오해를 하고 민원까지 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네팔 여자는 피부색은 우리보다 조금 짙지만 교양 있고 위생의 문제는 전혀 없어 보였어. 그런데 그녀에게서 진한 카레 냄새가 나더라. 그녀는 그날 점심으로 카레를 먹었지. ^^ 그녀는 상냥했고 엄마에게 먼저 인사도 하고 그러는 게 참 예뻐 보였어. 엄마는 카레 냄새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을 하지. 카레를 즐기는 것은 그들의 문화이니까. 그럼에도 유럽인 가운데 아시아인으로 살게 되는 너희가 생각나더라. 우리도 모르는 마늘(?) 냄새를 유럽인들은 캐치하진 않을지 걱정이 되는 거야…. 그런 이야기를 어디서 듣기도 했고. 이건 정말 노파심이겠지? 그럴 거라 생각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이런 말을 하고 마네.

사람은 인종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 먹는 것에 따라 체취가 달라지는 같아. 문화의 차이, 그런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방인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해야 할 것 같아. 사람들은 대부분 낯선 것에 적응하기를 두려워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땀이 밴 옷은 바로바로 세탁을 해야 해. 땀에 젖은 옷에 곰팡이가 피어 냄새가 날 수 있단다. 특히 구스 다운 겨울 점퍼가 걱정이 된다. 땀을 많이 흘렸으면 적어도 2주에 한번 세탁해야 하겠지? 구스 다운 세제는 시중에 파니까 사다가 빨면 될 것 같아. 베갯잇도 이불도 자주 세탁해야 방에서 냄새가 안 날 거야.

그리고 체취는 두피에서 나는 것 같아. 때문에 두피는 더 정성 들여 박박 닦고~. 너희들은 성인이니 개인위생을 걱정할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싶어 말해 본다. 아직 호주에 있는 U는 여름이고 한국인들 사이에 있어 걱정이 없지만 S는 학교에 동양인은 너밖에 없다고 하니 청결에 각별히 신경 쓰길 바라. 아마도 너희들은 향수를 애용해서 괜찮겠다 싶지만 향수도 꼭 좋은 향으로 구입하길 바라.”

오늘 내가 아들들에게 보낸 톡 내용이다. 참 길게도 썼다. 좋게 말해 엄마라는 사람의 친절한 충고인데 어쩌면 아들들은 “엄마 또 시작이야!” 하면서 건성으로 읽거나 무시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잔소리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 어머니가 했던 잔소리를 평생 기억한다. 어머니가 했던 잔소리가 내게 영향을 미칠 상황이 오면 아하! 하고 무릎을 치며 깨닫는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허튼소리가 없었구나. 정말 쓸모 있는 주옥같은 멘트였구나!’ 생각한다. 물론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었을 당시의 내 기분은 정말 짜증 가득이었다.

나는 살림을 하면서 너무 늦게 깨닫게 된 일들에 있어서 ‘내가 왜 이걸 이제야 깨달았나?’ 아주 애석하게 생각하면서 진작에 알았다면 더 좋았을걸, 혹은 누군가가 진작 가르쳐줬다면 좋았겠단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그래서 나는 아들들이 짜증 내더라도 꼭 해야 할 잔소리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아들들도 내 잔소리를 쓸모 있게 사용할 날들이 있을 거라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아들들에게 앞서 말한바와 같이 잔소리 한 바가지를 했다. 그러나 이 글에서 하고 싶은 핵심은 잔소리에 관한 것이 아니다. <차별이라는 감정, 느낌>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다.

나 또한 베트남 여자나 네팔 여자에게 가졌던 첫 느낌은 <낯섦>이었다. 그녀들은 내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고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났던 것 뿐이다. 그렇다고 그들을 폄하하거나 바닥으로 내리진 않았지만 내게 매우 낯설었던 것은 사실이다. 해외여행에 가서 낯선 음식을 먹지 못하는 식성의 차이 같은 것 말이다. 그렇지만 자주 보고 익숙해지면 그들의 문화와 모습에 우리도 익숙해진다. 내 체취가 너무 익숙해서 나에게는 느껴지지 않듯, 자신의 핸디캡이 자신에는 너무 익숙해서 혐오스럽지 않듯, 타국의 음식이 맛있게 느껴질 날이 오듯.

나는 차지증후군 J를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만 2년이 넘었다. J는 한쪽 안면이 마비되어 비대칭 얼굴이다. 한쪽 귀가 일그러져 있으며 입술은 삐뚤어져 있다. 처음엔 낯선 J얼굴이 지금은 얼마나 귀공자처럼 보이는지. 말 안들을 땐 가끔 밉지만 정말 사랑스럽다.

2년 동안 재활치료센터에 출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아픈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내 글에 노출시키기가 많이 조심스럽지만, 이곳은 도수치료며 재활치료를 해야 하는 지체 장애아동들이 총 집합한 곳이다. 기형 발가락을 가진 아이, 항상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뇌병변 아이, 두상에 칼자국이 있는 아이, 처음엔 많이 낯설게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아이들이 너무 귀엽다. 입술이 두툼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S가 매일 보니 예쁘고 사랑스럽다. 흘린 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닦아 줄 수 있게 되었고 다훈중후군 아기들의 얼굴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응아 치우기는 아주 기본 사항이다. 처음부터 그랬겠나? 모두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하기에 치료사 선생님들과 돌봄 노동자들이 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케어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실제로 ‘단순노출효과 Mere Exposure Effect’라는 인지편향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단순노출효과란 단순한 노출 경험이 반복되어 친숙도가 쌓이면 상대에게 더 큰 호감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자주 보면 예뻐 보인다'는 말인데 학술적으로도 통용되는 효과라고 한다. 또 ‘단순노출효과’를 ‘에펠탑 효과’라고도 하는데 처음 파리 사람들은 에펠탑을 흉물로 취급하여 해체될 위기가 있었지만 그 위기를 모면하고 지금은 프랑스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한다.

그러므로 사람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은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해서 생긴 아주 편협한 사고에서 발생된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어떤 것들에 대해 좀 더 포용적이고 관용의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음식이든 자꾸 보면 그 <낯섦>은 사라지기 마련이니까.

아이들은 부모를 성장시키는 동력이라고 하더니 둥지를 떠난 아들들을 걱정하는 내 마음이 내 사유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여하튼, '일상에서 마주친 우리의 편견들, 그건 차별이 아니라 낯선 느낌일 뿐'이라는 것.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