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방어기제가 심했던 사람이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내가 표현했던 그 뾰족 거림이 나를 방어하기 위한 최대한의 노력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많이 성숙해졌고 사회 적응력도 나름 발달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수도 있겠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처럼 잔뜩 칼날을 세우고 살지는 않는다. 또 상처받지 않는다. 나는 그 이유를 사람관계에서 조금 멀어진 것도 있지만 성숙해진 정신에 있다고 생각한다. 충돌하는 외부와 나의 내면을 끊임없이 관찰한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관찰의 힘은 나를 변화시켰다. 방어기제의 날카로움을 무디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방어를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한다.
‘So What? It’s Me!’
나는 사람관계에 있어 ‘이해받기'보다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이해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일종의 나를 새장 안에 가두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내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해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내가 나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꼭 나를 부정 해야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대로의 삶을 살되, 내가 상대를 이해해 주면 문제는 간단하다. 물론 내가 무조건 사회에, 사람에 순응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나 스스로 나의 특이점을 인정하게 되었고 쉽게 상처받지 않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나는 세상에, 사람에 이해받지 못한다는 마음이 생길 때 상처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얼마나 이해하며 살아왔는지를 생각하면 참 많이 부끄러워진다.
인간의 본성은 모순 그 자체이다. 이것은 진리이다. 어느 누가 자신은 모순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요즘 다시 역주행하고 있는 양귀자의 모순을 읽었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문장을 만났다. 그래, 이 사실을 인정하는 사람이라면 타인의 말을 이해 못 할 일은 없게 된다. 그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이해 못 할 말은 없는 것이다. 내 주장을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표현하지는 않게 될것이다.
그렇다. 방어기제는 내가 당신에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노 혹은 절망감을 표출하는 것이다. 때론 화로, 때론 회피로, 때론 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상처로. 이 모든 방식은 세상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방식일 뿐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방어기제가 있고 관계의 여러 갈등과 충돌은 자기 방어기제를 기반한 감정에서 표출된 것이라 생각한다.
베일런트에 따르면 자기 방어기제의 성숙도에 따라 웰빙 등 자기 긍정의 단계로 넘어간다고 한다. 반면 방어 기제가 낮은 수준(미성숙)으로 평가된 사람들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는 더 이상 나를 방어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니 베일런트의 말에 의하면 성숙한 방어기제가 작용되고 있는것이다. 이제 나는 충분히 나를 보호할 능력을 갖추었다. 이 능력이라 함은 다름 아닌 자존감의 생성이고 사회와 사람을 통찰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사람들의 불콰함에 대해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는 사유의 버릇이 지금의 나로 서있게 했다. 나 스스로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단 소리도 들을 수 있겠지만 이 또한 내 자존감이 허락한 나의 목소리이다.
나는 내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하나씩 줄여가려 노력했던 같다. 내 마음이 힘들 때는 내 마음에 집중하여 나를 다독였다. 생각해 보니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꼭 필요한 노력이었다. 자존감이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이 되는 것이다. 나에 대한 긍정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자존감이 회복되니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저절로 넓어졌다. 보너스도 받았다. 자기를 방어하며 사는 사람들의 심리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강한 척해야만 살 수 있는 그 초조함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에게 더 진한 애정을 느낀다.
**방어 기제, 1894년 프로이트가 처음 제창했다. 이성적이고 자의적인 방법으로 자아가 겪는 갈등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심리적 상처를 막고자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고 회피하는 사고 및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네이버 사전)
받아들일 수 없는 잠재적 불안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실제적인 욕망을 무의식적으로 조절하거나 왜곡하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학적 메커니즘이다. (위키백과)